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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선진국으로서 책임감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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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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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지난 1981년부터 2003년까지 말레이시아 수상을 지냈던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Datuk Seri Mahathir bin Mohamad)가 지난달 9일 실시된 총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했다. 61년 만에 정권교체라는 놀라운 결과에 더해서 올해 93세가 된 마하티르 전 수상을 국민들이 선택한 것은 ‘국가 근대화’라는 염원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1990년대 “아세안(ASEAN) 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선진국이 될 것”이라는 국제사회 기대와는 달리 2000년대 이후 지역 내에서 가장 평범한 나라로 전락한 것도 15년 전 정계를 은퇴한 원로를 다시 끌어들인 이유로 꼽힌다.

이런 국민적 기대감에 부응해 마하티르 수상은 취임 직후 공격적으로 산업 부흥책을 내놓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표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분야가 자동차 산업이다. 마하티르 수상은 말레이시아 간판 자동차 기업 ‘프로톤’ 전 회장 탄스리 아즈미를 국가 전기자동차 총괄담당으로 지정하고 앞으로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기틀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사업 총괄 기획은 다토 핫산 회장이 이끄는 MPM-말레이시아 경제위원회가 주도한다.

마하티르 수상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전임 수상인 나집 라작이 프로톤을 중국 지리자동차에 넘긴 것에 아쉬움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과거 문제를 뒤돌아보지 않고 국가가 미래 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는 가장 최선 방법을 찾겠다”고 선언했다. 마하티르 수상이 미래를 준비하는 새로운 차세대 핵심 주력사업으로 전기차 산업을 꼽은 것은 그만큼 말레이시아 정부가 자동차 산업 부흥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프로톤은 1983년 국영 기업으로 설립돼 1993년 페로듀아가 생기기 전까지 말레이시아 유일한 자동차 회사였다. 프로톤은 마하티르 수상이 애착을 갖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말레이시아는 마하티르 수상이 집권하던 1980~90년대 국산 자동차 육성 정책과 최대 200%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 수입 차량 관세를 등에 업고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다만 소형차 위주 시장 특성상 여타 차종은 형평 없는 수준에 그쳤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변변치 못한 성적을 거두는 데 그쳤다. 그나마도 지지부진한 실적을 보이다 지난해 지리자동차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말레이시아는 3000만명 넘는 인구의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을 갖고 있다. 국민소득 또한 1만달러 전후로 동남아 아세안 지역에선 제법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지역 자동차 시장 규모는 연간 58만대로 높지 않지만, 향후 국가 발전 규모로 봤을 때 급성장이 예상되기도 한다. 반면 자국 내 자동차 생산 규모는 54만대에 머물고 있다. 내수 시장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만큼 국가 기간산업으로써 자동차 산업 육성이 절실하지만, 현재 기술과 인프라 만 갖고는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는 것이 말레이시아 정부 판단이다. 그렇다고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는 내연기관에 매달릴 수도 없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것이 전기차였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신임 수상과 관계 핵심 인물들이 6월초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국 또한 관심 대상 국가로, 일단 실무자만 보내 실질적인 사업을 준비시킨다는 계획이다. 일본과 한국에서 말레이시아는 프로톤을 새로운 부지로 공장을 이전시키고 그 빈자리에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 시설을 유치하는 데 있어 기술 지원 등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게 된다. 주목할 점은 과거 일본 기업 기술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왔던 말레이시아가 이제는 자력으로 연구개발해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국가 전략 방향을 수립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일본 위주 전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고 있고, 그 대안으로 한국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한국 내 전기차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주요 업체와 손을 맞잡고 일본 또는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최근 말레이시아 정부 주도로 한국 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말레이시아가 원하고 있는 것은 가장 최우선적인 것이 기술 자립이다. 때문에 잘 알려진 영향력 큰 글로벌 기업 보다는 견실한 기술력을 갖고 있는 중견기업과의 협력에 관심이 크다. 어느 한쪽 일방의 입김에 사업이 좌지우지 되지 않고 말레이시아와 기업 양쪽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전략을 추구하고 싶다는 것이다. 기술력 풍부한 중견기업에 눈이 가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반면 국내에서 전기차 기술을 갖고 있는 중견기업 또는 중소기업 현실로 봤을 때 과연 이런 국제적 교류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간다. 대기업 위주 성장 전략을 펼쳐왔던 우리나라 산업 육성책 영향으로 여전히 수많은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 하청업체 수준 이상으로 발전하기 힘들다. 한국GM 사태가 벌여졌을 때 많은 우수기업이 스스로 자생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 거리로 내몰려 대책을 촉구하는 광경은 국내 산업 구조의 허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기업이 갖고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을 모색해 보기도 쉽지 않다. 각종 여건이 이들 기업을 너무나도 힘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해 관계자가 얽히고 섥혀 있는 각종 규제 장벽과, 이를 개선하지 못하는 정부당국 또한 국내 자동차 산업에 먹구름을 걷히지 못하게 한다.

과연, 이대로 국내 자동차 산업 미래가 밝아질 수 있을까? 특히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전기차 분야를 바라보면 이런 부정적 전망을 씻어내기 힘들게 된다. 국내 전기차 관련법은 항상 너무 신중한 나머지 몇 년을 기다려야한다. 이 때문에 상황이 녹록치 못한 작은 기업들이 위기를 맞는 경우가 많아진다. 자체 국내 기술을 제대로 시장에서 선보일 수 있는 상황도 못된다. 이래서는 말레이시아 같은 국가가 협력을 원해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게 된다.

산업의 허리가 되는 중소·중견기업이 연구개발에 집중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토종사업을 육성할 수 있어야 만 국내 자동차 산업도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 대기업 또한 신기술 벤처센터를 더욱 과감하게 지원하고 개발시켜 신선한 기술을 키워 나가며 미래를 준비해야한다. 우선 이익에 급급해 한다면 얼마가지 못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세계 6위 자동차 생산 국가로서 국제적 위상과 책임, 역할을 내세우기 위해서라도 이런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 될 것이다.

<객원논설위원·이정용 새안자동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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