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관광업계 '52시간 근무제' 기대보다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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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관광업계 '52시간 근무제' 기대보다 걱정
  • 임영일 기자 yi2064@gyotongn.com
  • 승인 201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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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 탄력근로제 등 '준비 착착'

[교통신문 임영일 기자] 주 52시간 근무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행·관광업계가 근무 형태에 변화를 주고 업무 효율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관련 준비에 한창이다. 이미 주 40시간 근무를 시행하는 곳이 많은 대기업은 탄력근로제 도입이나 신규채용 등을 계획하며 차근차근 대비하고 있지만, 현재도 인력 부족과 경영 불안에 시달리는 영세 업체들은 우려가 크다.

업계 관계자들은 "근무 시간이 줄어 여가 활동이 증가하리라는 예측도 있지만, 소득이 주는 만큼 관련 산업에 오히려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며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으려면 각 업계 특성을 고려해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 여행사 등 관광업계엔 '악재'= 여행업계는 직원이 300명이 넘는 여행사가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몇 군데 되지 않아 당장 7월부터 영향을 받는 곳은 많지 않다.

대형 여행사들은 대부분 주 5일 40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주말이나 휴일 당직근무도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하는 형태라 사실상 주 52시간을 넘기는 곳은 거의 없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해외 가이드도 국내 여행사 소속 직원들이 아니고 현지 협력사 직원으로 소속돼 있어 주 52시간 근로시간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규모 여행사나 대형마트 내 입점한 여행사 등은 적은 인원이 장시간 근무해야 해 추후 근로시간 단축이 확대 적용되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는 양쪽 측면 모두에서 여행업에 악재"라며 "지금도 사람들이 근무시간이 길어서 여행을 못 가는 것이 아니니 근로시간을 규제해 소득이 준다면 여행에 대한 소비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여행업협회는 고용노동부 간담회 등에 참석하며 업계 의견을 전달하고 있으나 업계 특성상 유동적인 부분이 많아 곤란함이 크다는 입장이다

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여행업은 해외출장이 많은데 어디까지를 근무시간으로 봐야 할지가 문제"라며 "국내에서도 가이드가 고객들과 온종일 함께 있는데 52시간이 다 되면 중간에 가이드를 바꿔야 하는지 등 현실적인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 호텔·리조트·콘도업계 대비 박차= 24시간 근무하는 사람이 필요한 호텔·리조트·콘도업계는 특례업종에서 이번에 제외돼 법 적용을 내년 이후부터 받지만, 대부분은 이미 주 40시간 근무를 하는 등 사전에 준비하고 있다.

한화호텔앤리조트는 유연 근무제를 도입하고 신규채용을 진행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근무하는 임직원들의 워라밸을 지켜주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며, 고객의 호텔 이용 시간 분석을 통해 직원 근무 배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신라호텔은 단축 시행 후 필요하다면 추가 채용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롯데호텔은 올해부터 단축을 적용받는 타 기업들의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책을 세울 예정이다. 이처럼 대기업들은 대부분 준비를 이미 마친 상황이지만, 영세 사업자들의 입장은 좀 다르다.

한국휴양콘도미니엄경영협회는 근로시간 단축이 사업 측면과 관광객 측면 양쪽에서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조한다.

콘도협회 관계자는 "근무시간이 준다 하더라도 가처분 소득 또한 줄어드니 여행을 오히려 적게 할 것"이라며 "콘도나 리조트는 주중은 텅텅 비고 주말 손님으로 장사하는 데 수요가 늘어도 공급이 한정되니 사람이 늘어도 무한정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중과 주말, 성수기와 비수기가 편차가 큰 데 바쁠 때 추가 근무가 힘들어지면 신규 인원을 더 채용해야 한다"며 "하지만 대부분 리조트는 시골에 있어 추가 채용조차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이 불가피하다 하면 제한을 주 단위가 아닌 연 단위 혹은 월 단위로 확대해달라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요청하고 있다"며 "특히 비수기 때 휴일을 많이 주고 성수기 때는 좀 더 근무하게 하는 방식을 적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 레저업계, 탄력근로제 운영 검토= 카지노·놀이공원 등 레저업계는 근로 시간대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거나 신규채용을 검토하며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하고 있다.

에버랜드는 영업시간에 연동한 유연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근무자별로 출근 시간을 조정하는 시차출근제를 도입했고 1∼3개월 단위로 근무 일정을 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또 업무 몰입도와 효율성을 높이고자 회의 시간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고, 사내방송 등을 통해 업무에 집중하는 방법 등을 안내한다.

카지노, 스키장, 골프장 등을 운영하는 하이원리조트는 성수기·비수기가 있는 업종 특성을 고려해 3개월 단위로 주당 평균 근로시간 40시간을 맞추는 탄력적 근로 시간대를 운영한다.

롯데월드는 현장 부족 인원에 대해 추후 신규채용까지 고려하는 등 적극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하고 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법 준수를 위해 연장 근로 및 휴일 근로를 지양한다"며 "현재도 주 40시간 근무하고 있으며, 연장 근로가 필요할 시 12시간 이내에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라다이스 카지노도 3교대, 주 2일 휴식 체제로 근무하기 때문에 주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야간·주말 근무 시 추가 수당을 주고 모든 직원이 돌아가며 공평하게 근무하는 등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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