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여름특집]섣불리 산 캠핑카, ‘애물단지’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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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여름특집]섣불리 산 캠핑카, ‘애물단지’ 될 수도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8.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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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9231대 … 1만대 눈앞
▲ [자료사진]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국제모터쇼 기간 캠핑카 전시관에 진열된 각종 캠핑카 모습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이도형(49·부산)씨는 올 초 7000만원 정도를 들여 국산 1톤 트럭을 개조한 캠핑카를 구입했다. 캠핑 관련 동호회를 통해 소개받은 경남지역 한 전문 중소기업이 제작한 차량이다. 이씨는 처음 몇 달 캠핑카로 놀러 다니는 것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가족이 야외 나들이를 자주 즐기는데, 무엇보다 캠핑카로 숙식을 해결할 수 있어 편하고 경제적이라 느껴졌다. 그런데 즐거움은 잠깐뿐. 점점 차가 애물단지가 됐다고 한다. 처음 차를 만들 때 업체와 이런저런 편의사양에 대해 논의했는데, 막상 활용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양이 절실해졌다. 물론 필요 없는 것도 많아졌다. 더군다나 얼마 전 차를 만든 업체가 경영 악화로 문을 닫으면서 추가 사양 보강은커녕 고장 났을 때 AS도 어렵게 됐다.

이씨는 “간이 화장실을 차에 달았는데 불편해서 잘 쓰지 않으면서 공간만 잡아먹게 됐다”며 “공간을 바꾸고 전력공급 계통을 보강하고 싶은데 업체가 사라져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김성희(50·남양주)씨는 지난해 미니밴 형태 캠핑카를 구입했다. 처음 세컨드카 개념으로 레저 활동에 이용하려 했는데, 갈수록 활용도가 아쉬워지기 시작했단다. 생활이 바빠져 의도한 만큼 캠핑 떠날 시간이나 기회 잡기가 어려워지자 점점 주차돼 있는 시간이 길어진 게 문제였다. 운전석 빼고 실내는 간이주거 목적을 위한 시설로 들어차 있어 다른 용도 사용이 어려웠다.

김씨는 “차가 오랫동안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것을 지켜보면 다른 용도로 차를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공용 주차장에 정기 주차를 하고 있어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 데 달리 활용도가 떨어지니 캠핑카 구입한 게 자꾸 후회되고 있다”고 말했다.

▲ [자료사진] 지난 6월 열린 부산국제모터쇼에서 관람객이 전시된 캠핑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국내 캠핑카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캠핑카 산업은 지난 10년 사이 40배 전후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346대에 불과했던 캠핑카 등록대수는 2012년(1520대)과 2014년(6768대) 등을 거쳐 지난해 6월 9231대에 이르렀다. 추세대로라면 올해 1만대 돌파가 유력하다. 캠핑 관련 인구도 600만명을 돌파했고, 관련 시장 규모는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캠핑아웃도어진흥원과 GKL사회공헌재단이 지난 1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캠핑카 구입비용으로 1대당 평균 4236만원이 지출됐다.

캠핑카 수요가 늘면서 다양한 차종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기존에는 주로 1톤 트럭 등을 개조하는 수준이었는데, 미니밴과 같은 승합차나 중대형 버스를 개조하는 사례까지 늘어나고 있다. 국산차 위주에서 벗어나 수입차로 다변화된 점도 눈길을 끈다. 최근에는 소비자 기호가 까다로워지면서 맞춤형 사양을 장착한 ‘나만의 캠핑카’도 증가 추세다. 실내 마감은 물론 각종 사양 등이 집과 다르지 않은 고급 차량도 대거 선을 보인 상태다. 한 대에 1억원 훌쩍 넘기는 직수입 캠핑카나 야영용 트레일러도 심심치 않게 도로를 달리고 있다.

시장이 커지자 완성차 업계도 관심을 쏟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쏠라티’ 캠핑카를 선보인데 이어 올해는 ‘스타렉스’ 캠핑카를 출시했다. 기존에 차를 출고하면 특장업체가 튜닝 하던 개념에서 벗어나 완성차 업체가 직접 설계부터 제작까지 관여한 것이다. 특히 스타렉스 캠핑카의 경우 그간 문제시 됐던 범용성을 개선해 실내를 레저 활동과 일상생활에서 모두 활용 가능토록 꾸며졌다. 정부도 캠핑카 지원에 적극적이다. 특히 렌터카 업체가 구입할 경우 자금을 융자해주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부터 캠핑카나 야영용 트레일러 수요가 증가하는 것에 맞물려 이들 업체가 야영객에게 직접 대여할 목적으로 차량을 구입할 때 자금을 지원해줄 수 있도록 관광기금 융자사업을 확대시켰다.

물론 캠핑카 수요 증가가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이에 따른 부작용이 커지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활용도가 높지 않은 점에 많은 캠핑카 차주가 불만을 토로했다. “1톤 트럭은 협소해서 캠핑을 즐기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거나 “25인승 중소형버스는 한 달 서너 번 활용하고 나머지는 근처 공용주차장 등에 세워둬야 하는데 그만큼 유지비용이 만만치 않아 곤란하다” 등의 지적이 제법 많이 나왔다.

차량 크기 때문에 국내 도로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점도 불편한 요소로 많이 꼽혔다. 차폭이나 높이가 커서 상당수 국내 도로를 달리기가 불가능하다. 차 높이가 3미터 넘어가는 차량이 많아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차체 부피가 커서 바람 영향을 많이 받는데,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 [자료사진] 현대자동차 쏠라티 캠핑카 실내 모습

중소업체가 난립하면서 규격이 제멋대로이거나 안전 또는 사후 관리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현재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누구나 캠핑카를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술력이나 자금력이 딸리는 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난 상태다. 캠핑카 업계 관계자는 “1000~2000만원대 차를 구입해 2500만원 정도 자재를 들여 3명이 한 달 동안 작업하면 7000에서 8000만원 가격대 캠핑카를 만들 수 있다”며 “7년만 잘 버티면 10억원 빚 정도는 충분히 갚고도 남는 다는 소문이 퍼져 있을 만큼 돈이 되자 많은 튜닝업자가 캠핑카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관리가 되지 않는 만큼 불법 개조도 늘었다. 버스나 미니밴의 경우 중고차도 실내 구조변경이 일정정도 가능한 반면, 트럭은 구조변경이 불가능해 새 차를 사지 않고서는 캠핑카 활용이 어렵다. 그런데도 이를 무시한 채 개조가 이뤄지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무자격 업자말만 듣고 취사시설을 갖췄다가 불법이란 사실을 알고는 곤란을 겪은 캠핑카 구입자도 있다.

중소업체의 경우 AS 여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든다. 업체가 직접 만들었지만, 워낙 많은 부품이 들어 가다보니 고장 났을 경우 단독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 업체가 도산해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차주에게 떠안겨지게 된다.

완성차 업체가 만든 캠핑카도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규격화된 사양을 장착했기 때문에 차량 구입 소비자는 사실상 업체가 일방적으로 제공한 사양을 써야 한다. 개인 기호나 활용도에 맞춰 사양 조정 등이 불가능한 것. 비싼 돈을 들여 사놓고도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애물단지로 전락하면서 할부로 차를 샀다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차주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 캠핑카 동호회 등을 통해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하겠다”며 중고 매물로 내놓는 차량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 차주는 “차를 내놨는데,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맞춤 제작한 모델이라 그런지 활용도가 떨어져 보인다며 다들 거들떠보지 않는 것 같다”며 “주차비부터 시작해 갖가지 비용이 증가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캠핑카 업계와 동호회 관계자들은 적어도 구입하기 전에 충분히 공부하길 조언했다. 시간을 두고 각종 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다른 캠핑카 차주를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문제점 등을 파악하라는 것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세세하게 알고 사면 문제가 없는데 그러지 않고 무턱대고 사면 낭패 보기 십상이니 용도나 활용빈도, 주로 사용하는 장소, 인원 등을 꼼꼼히 체크해야한다”고 말했다.

▲ [자료사진] 현대자동차 스타렉스 캠핑카 실내 모습

국내에서 20년 가까이 캠핑카를 소유하며 관련 문화 확산에 노력하고 있는 정대중(55·파주)씨는 “처음부터 욕심 내지 말고 용도와 취향은 물론 예산 범위 등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처음 캠핑카를 구입할 때 배터리나 수납공간에 대해 고려하지 않다 나중에 애를 먹은 경우가 있다”며 “한번은 와인셀러를 달기 위해 거금을 들였는데, 나중에 쓸모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후회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정씨 같은 전문가들은 초기 수요조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어컨 같이 당장 필요해 보일 것 같지 않다가도 나중에 필요해 추가비용을 들일 수 있는 사양은 초기 구입 단계부터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반면 “화장실은 캠핑장을 이용하면 된다”는 식으로 과도한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는 게 이들 전문가 지적이다.

난립한 업체에 대한 관계당국 감독 관리도 철저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 자격 요건을 더욱 강화하거나, ‘인증제’ 등을 도입하는 방안이 대책으로 제시될 수 있다.

캠핑카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인 나 자신을 먼저 파악한 후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제외시킨 목적에 부합하는 차량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1년 정도는 사전에 공부한다는 자세로 인터넷이나 동호회 등을 통해 정보를 파악하고, 관련 전시회 등을 적극적으로 찾아 꼼꼼히 눈으로 확인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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