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대형트럭 자율주행 국내 첫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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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대형트럭 자율주행 국내 첫 성공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8.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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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 연결 의왕-인천 40km 시연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현대자동차가 화물 운송용 대형 트레일러 테스트 차량으로 의왕-인천간 약 40km 구간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트레일러가 결착된 대형트럭이 국내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시연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대형트럭 자율주행 기술은 미래 물류산업 혁신을 견인해 국가 물류 경쟁력을 보다 강화하는 동시에 대형 교통사고 발생을 획기적으로 저감시켜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대형 트레일러 자율주행 기술 시연 성공을 시작으로 군집주행과 운전자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 트럭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21일 열린 이번 시연은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3단계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트레일러가 연결된 최대중량 40톤급 ‘엑시언트’ 1대로 진행됐다. 3단계는 조건부 자율주행 기술로, 자동적으로 계획된 경로를 추종하고 장애물을 회피하거나 특정 위험에 따라 운전자가 개입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말 대형트럭으로는 처음으로 엑시언트 자율주행차량에 임시운행 허가증을 발부했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트럭의 물류산업 영역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차원에서 현대차그룹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와 협업해 실제 해외로 수출될 부품을 싣고 달리는 시나리오를 택했다. 현재 자율주행 트럭이 운행 가능한 도로는 부곡IC부터 서창JC까지 영동고속도로 29km와 서창JC부터 능해IC까지 제2경인고속도로 11km 구간이다. 현대글로비스 부품 운송 차량이 인천항으로 향할 때 가장 많이 운행하는 구간이다.

 

자율주행 트럭은 현대글로비스 아산KD센터에서 중국으로 수출될 차량 부품을 실은 뒤 일반 주행으로 의왕 컨테이너기지를 지나 부곡IC를 통해 영동고속도로에 올라탔다. 부곡IC를 통과하자 알림음과 함께 별도 스크린에 ‘자율주행 가능 도로에 진입했니다. 자율주행을 원하시면 버튼을 눌러주세요’라는 팝업창이 뜨고,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에 위치한 자율주행 버튼을 누르면 시스템이 작동된다.

엑시언트 자율주행차는 자연스러운 고속도로 교통흐름과 연계한 차선 유지, 지능형 차선 변경 기능, 앞 차량 차선 변경 인식 대응, 도로 정체 상황에 따른 완전 정지·출발, 터널 통과(2개) 등 기술을 안정적으로 선보였다. 다만 영동고속도로에서 제2경인고속도로로 갈아타는 서창JC 구간에서는 최소한 안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운전자가 직접 운전했다. 서창JC를 지나면 다시 목적지인 능해IC까지 자율주행 모드로 전환됐다. 이날 대형트럭은 자율주행을 통해 총 1시간여 동안 40km 거리를 완주하는데 성공했다. 대형트럭 고속도로 제한속도(90km/h)도 철저히 준수했다.

현대차는 그 동안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해 기술 경쟁력 제고 및 시장 선점을 위해 관련 연구개발 조직을 혁신하고 첨단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를 지속 확대해 왔다. 이번 시연 성공에 그치지 않고 향후 부산 등 다양한 지역과 도로에서 대형트럭 자율주행 기술을 테스트 하면서 조기 상용화를 목표로 전사적인 개발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자율주행 시연 성공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물류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현재 단계에서는 다른 일반 차량을 고려해 JC나 톨게이트 등에서 운전자가 수동으로 운전하고 있지만 향후 점진적인 기술고도화 과정을 통해 레벨4 수준도 조기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항 방향 고속도로는 평일에도 수출 물동량이 많아 도심 도로 못지않게 교통량이 많은 편이다. 또한 예기치 않은 돌발 상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만큼 상당한 기술력과 노하우가 반드시 필요하다. 게다가 트레일러가 결착된 대형트럭은 일반 준중형급 승용차 대비 전장은 약 3.5배, 전폭은 1.4배, 차체 중량은 9.2배(비 적재 기준) 가량 커 더욱 고도화되고 정밀한 자율주행 제어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기존 자율주행 기술과 차별화된 센싱 기술을 비롯해 정밀지도, 판단, 제어기술 등을 대거 적용했다. 우선 전방 및 후측방에 카메라 3개, 전방 및 후방에 레이더 2개, 전방 및 양측면에 라이다(Lidar) 3개, 트레일러 연결 부위에 굴절각 센서 1개, GPS 1개 등 총 10개의 센서가 적용돼 주변 환경을 빈틈없이 인식한다. 각 센서들은 기존 자율주행 승용차에 적용됐던 것들과 성능은 유사하지만 대형트럭에 맞춰 최적화된 구성으로 변경했다. 특히 굴절각 센서는 차체와 트레일러 사이 각도 변화를 실시간 파악함으로써 차량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각각 센서로부터 입수한 데이터는 정밀지도와 결합돼 전자제어 시스템으로 보내진다. 전자제어 시스템은 상황 별 정확한 판단을 내린 뒤 가감속, 조향, 제동 등을 제어한다. 현대차는 그 동안 다양한 도로에서 자율주행차량을 꾸준히 운행하면서 판단·제어 기술을 고도화해 왔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승용 자율주행차 대비 구현 난이도가 높은 대형트럭에서도 각종 돌발 상황에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했다. 조향 제어를 위해 현대모비스가 신규로 개발한 시스템도 탑재됐다. 조향 제어 시스템(MAHS)은 전자제어 장치가 내린 판단에 따라 자율주행 대형트럭 조향 각도를 정밀하게 제어한다.

자율주행 대형트럭의 등장은 물류산업 전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시킬 전망이다. 물류는 과거 전통 산업 이미지를 벗고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모빌리티 기술 등과 결합해 미래 첨단 기술 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업종 중 하나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은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로, 물류 산업 최적화와 효율화를 꾀함으로써 물류 혁신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자율주행 화물트럭이 상용화되면 교통사고율을 현저히 낮출 뿐 아니라 정해진 시간대에 정확한 운송이 가능해져 운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자율주행 시스템은 최적 속도와 가속력을 유지하도록 설정돼 장거리 운송 원가 중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연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배출가스를 감소시켜 대기환경 개선에도 일조한다. 더욱이 화물차 운전자 업무환경이 크게 개선돼 고된 장거리 운전 업무에 대한 기피 현상도 사라진다. 물류 업계에서는 선두 차량 이동구간을 뒤 따르는 차량이 그대로 추종함으로써 안정성을 높이는 군집주행 기술에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현대차는 제한된 조건에서 군집주행 시연을 시작으로 기술 완성도를 높여 2020년 이후 대형트럭 군집주행 기술 확보를 목표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화물 배송을 연계한 자율주행트럭 시연 성공은 자율주행 기술이 실제 물류 운송에 활용되고 상호 발전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며 “향후 자율주행과 같은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물류 산업에 도입하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자율주행 대형트럭은 교통사고율을 현저히 낮춰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성숙한 교통문화를 조성하는데 기여한다. 경찰청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전체 교통사고에서 화물차 사고는 10.8%로 승용차(53.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또한 전체 교통사고에서 사망사고 비율은 1.9%에 불과하지만 화물차 사고는 3.7%에 달하는 등 대형사고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특히 화물트럭 기사의 경우 장거리 운전이 많은데다가 야간과 새벽 운행도 잦아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 피해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대형 화물차에 적용될 자율주행 기술은 주변 상황을 빠르게 인지해 회피 또는 충돌 위험을 저감할 뿐 아니라 운전자 피로도를 감소시켜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한 운전자 부주의로 발생되는 교통사고를 현저히 낮춰 인명 피해는 물론 연간 수십조에 달하는 금전적 손실 등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대차는 현재 시판 중인 대형트럭 및 버스에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을 선제적으로 탑재해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엑시언트에 전방충돌방지보조(FCA), 스마트크루즈콘트롤(SCC), 차선이탈경보(LDW)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유니버스에는 FCA와 LDW를 전 차급 기본 적용하고 있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해 라스베이거스 시내 도로에서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로 레벨4 수준 자율주행을 성공시킨 데 이어, 올해 초에는 ‘넥쏘’와 ‘제네시스 G80’ 기반 자율주행차로 서울-평창간 고속도로 190km 자율주행을 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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