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운수사업법 개정, 택배업계 '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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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운수사업법 개정, 택배업계 '치명타'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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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정부가 입법예고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령 및 시행규칙개정안이 택배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개정안이 화물운수업계 전체적으로는 묘안이 될 수 있지만, 택배업계에는 치명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내용은 운송사업의 허가제 전환과 화물운송종사자격제도 도입이다.
건설교통부는 개정안의 도입 배경으로 현행 등록제로 인해 물동량 대비 화물차량의 증가율이 높아 전체 운송시장을 침체시켜 왔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일종의 진입장벽이 생겨 정부가 전체 화물차량의 수요·공급을 조절할 수 있어 운송시장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의 이러한 설명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5년간(97∼2002년) 영업용 화물차가 64.9% 증가한데 반해 물동량은 17%밖에 늘지 않아 운송시장에서의 수급불균형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급불균형으로 같은 기간 차량당 평균 물동량은 28.9% 감소하고, 화주가 운송사에 지급하는 화물운송료는 10% 가량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극심한 물류대란을 야기 시켰던 화물연대 파업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개정안이 도입되면 공급과 수급이 균형을 이뤄 현실적인 수준으로 운송단가를 향상시킬 수 있어 대다수 화물관련 종사자(차주)는 도입을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듯 좋게만 보이는 개정안이 택배업계에는 독(毒)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업계 빅4사 중 대한통운을 제외한 현대택배·한진·CJ GLS의 지입차량(제3자물류 포함) 의존도는 거의 절대적이라는 점이다.
CJ GLS는 전체 운행 차량 3천대 가운데 자사 차량은 한 대도 없으며, 현대택배는 자사차량이 1천21대인데 비해 지입차량은 1천600대나 된다. 더구나 자사차량 중 320대만이 자사 직원이 운행하고 나머지 699대를 운행하는 운전자는 지입회사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한진도 지난 2002년 자사 영업소 및 차량 대다수를 외주화 함에 따라 현재 지입차량 비율은 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이 지입률이 높은 택배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화물운송시장이란 큰 틀에서는 바람직 하지만 운송시장과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는 택배시장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운송시장과 달리 택배시장은 그동안 지입차에 대해 적정한 단가가 책정돼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입료가 크게 치솟아 가뜩이나 수익구조가 좋지 않은 택배업계에는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업계의 구조는 본사가 영업소를 모집하고 개별운송사업자로 등록된 각 영업소가 지입차량을 활용하고 있는 형태로 이뤄진다.
특히 택배시장의 만성적 폐단인 가격인하 경쟁으로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 중 대다수가 파산한지 오래고, 대기업 또한 이익률이 저조한 현 시점에서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택배업은 평상시와 명절 때의 차량 이용율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개정안 적용시 명절에는 차량 확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개정안이 도입되면 지입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결과적으로 운송비가 크게 상승, 현재의 이러한 폐단과 맞물려 시장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같은 전망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일부 지입 전문 물류업체의 경우 오는 법이 시행되면 시장진입이 어려워짐에 따라 차량은 구입하지 않고 빈 번호판을 50여개 이상 사전에 확보하고 프리미엄을 노리는가 하면, 기존 3만원(1개월 사용 기준)이었던 1t 차량 지입료(화물용 번호판 사용료)가 현재는 10만원을 넘어서는 등 지입차량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박정훈 현대택배 차량팀장은 "정부의 개정안 발표 이후 각 영업소에서 본사의 대응방안을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문제는 정부가 각 도(道)에 차량을 할당해 이 기준을 넘을 경우 이를 제지하는 '공급기준측정안'을 어떻게 책정하느냐에 따라 업계의 존폐 달렸다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이어 "현재 각 도에 등록돼 있는 화물차량 보다 일정량 정도 높게 책정하면 택배시장에 대한 타격은 그리 크지 않지만, 현재와 비슷한 양의 차량을 배정하면 신차 구입이 어려워 지입에 따른 폐단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하위시행령을 마련하면서 이러한 점만큼은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업계의 바람에 정부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장헌 사무관(건교부 물류산업과)은 "이번 개정의 핵심인 허가제 도입은 차량대수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업계의 사정은 어느 정도 감안은 하겠지만 대폭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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