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1시간 방송위해 6개월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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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1시간 방송위해 6개월 준비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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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하루일과 긴장감의 연속
판매상품 기획기간 길면 6개월


언제부터인가 TV홈쇼핑은 주부들에게 친숙한 매체로 다가서고 있다. TV홈쇼핑은 평소 집안일로 외출할 시간이 없어 쇼핑기회가 적은 주부들이 안방에서 간편하게 다양한 상품을 접하기 좋다는 장점이 있어 빠른 속도로 각 가정의 안방을 파고 들고 있다. 그렇다면 홈쇼핑 방송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홈쇼핑에서 한 제품을 방송하기 위해서는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의 준비기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상품 기획에서 방송에 이르기까지 이를 총괄하는 마케팅 디렉터(MD)가 얼마만큼 히트상품을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업체별로 희비가 오가
기 마련이다. 우리홈쇼핑 마케팅팀에서 MD로 활동하고 있는 신경수 대리의 하루일과를 통해 홈쇼핑 방송이 진행되는 과정을 알아본다.<편집자>


TV홈쇼핑업체인 우리홈쇼핑에서 생활식품팀 MD(Marketing Director)로 근무하고 있는 신경수 대리는 출근하자 마자 컴퓨터를 켜고 전날 자신이 기획·방송한 상품의 매출을 분석한다.
약 1시간 동안 매출을 분석하고 곧바로 팀 회의에 참석해 생활식품팀이 전날 방송했던 제품의 매출과 향후 방송일정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우리홈쇼핑 마케팅팀은 생활식품팀을 비롯, 신상품 T/F팀·패션뷰티팀·가전 리빙팀·스포츠 관광팀 등으로 구분돼 팀별로 6∼7명의 MD가 활동하고 있다.
회의 후에는 오늘 판매할 제품에 대해 세밀한 검토작업에 들어간다.
오늘 판매할 제품은 C 전자압력밥솥으로 방송시간은 오후 4시50분.
홈쇼핑에서 제품 판매 방송을 위해서는 보통 짧으면 한달에서 길면 6개월의 기획 및 준비기간이 필요로 한다.
C 압력밥솥은 최근 주부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판매율이 저조할 것 같진 않지만 시청자들에게 보다 쉽고 자세하게 제품의 장점을 설명해 주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오후 3시. 신 대리는 방송을 위해 15층에 마련된 미팅룸에서 이날 방송팀인 PD·쇼호스트·업체 관계자와 방송전 마지막 회의를 가졌다.
이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제품에 대한 타이틀 멘트를 만들어 내는 것.
좀더 근사하고 한번 들으면 '확' 와 닿는 타이틀 멘트를 마련하기 위해 네 사람이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신 대리 : 최근 경쟁사인 H홈쇼핑에서 방송한 제품에 비해 뭔가 확 튀는 멘트가 필요한데.
PD : '2004년 인공지능 신상품'으로 가는 것이 어떨까요.
업체 관계자는 제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며, '인공지능'은 꼭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 놓는다.
회의 30분 후 3∼4개의 후보 멘트가 나온 가운데 결국 타이틀멘트를 '2004년형 인공지능 C'로 결정한다.
이어 쇼호스트가 시청자들에게 제품의 특징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진행멘트를 정하고 4시께 미팅룸을 나선다.
방송전까지는 50분이 남았다.
신PD는 자리에 앉아 방송에 대해 이것저것 체크한 후 4층 스튜디오로 향한다.
스튜디오 입구에서는 압력밥솥의 기능을 설명하기 위한 각종 음식 준비에 바쁘다. 스탭들도 이날 판매한 제품과 각종 소품을 적합한 장소에 옮겨놓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방송 25분전. 문제가 발생했다. 업체 관계자가 준비해 온 현수막이 '2004년형 인공지능 C 탄생기념 사은대잔치'라는 문구여야 하는데 실수로 '2004'가 아닌 '2003'으로 인쇄돼 있는 것이 아닌가.
업체 관계자가 안절부절하고 있는 동안 신 대리의 짤막한 한마디. "'2003년' 부분만 짤라내".
이제 현수막은 해결됐지만 문제는 이날 업체에서 신상품 출시를 강조하기 위해 특별히 마련한 얼음조각.
얼음조각에도 2003년이라 인쇄돼 있으면 20만원을 들여 마련한 조각이 방송을 타지 못한다.
신 대리가 쇼호스트에게 방송전 마지막으로 제품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동안 얼음조각이 왔다.
긴장된 업체 관계자는 마치 지옥에서 구세주를 만난 듯 환하게 웃는다. 얼음조각에는 다행시 2004년으로 새겨져 있었다.
신 대리는 "방송을 준비하다 보면 각종 해프닝이 수시로 발생한다"며, "그 때마다 당황하지 않고 차질없이 방송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긴장감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방송 1분전. 분주하던 스튜디오 내부는 찬물을 끼얹은 듯이 조용해지고 쇼호스트는 준비한 멘트를 입안에서 웅얼거린다.
방송시작. 자막이 나오고 오늘 판매할 압력밥솥이 화면 가득히 채우고 쇼호스트의 세련된 멘트가 방송을 타자 신대리는 조용히 13층 마케팅팀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컴퓨터를 뚫
어지게 응시하며 주문현황을 확인한다.
"오늘은 꽤 괜찮은 걸".
신 대리는 정신없이 지나간 하루일과를 정리하며 다음 판매상품을 구상한다.


<인터뷰>

신경수
우리홈쇼핑 MD

"MD라는 직업에 중독 됐어요"

신경수 대리는 매일매일 긴장감 속에 살아가는 MD라는 직종에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그는 "제품 주문건수에 따라 하루에도 몇 번씩 지옥과 천당을 오가지만 MD라
는 직업은 여타 직업에서 느낄 수 없는 강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신 대리는 어떤 점이 그렇게 매력적이냐는 질문에 "MD는 일한만큼 능력이 바로 나타나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
의 능력에 대한 피드백이 빠르다"며, "MD라는 직업에 중독된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최근 어떤 제품이 많이 나가는지.
▲아무래도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있어 저가제품 위주로 판매가 많이 이뤄진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소비자들도 제품에 대해 더 꼼꼼히 따지기 때문에 MD들도 신상품 기획보다는 기
존에 꾸준히 팔리는 제품을 판매하는 경향이 짙다. 홈쇼핑 방송은 지정된 시간에 제품에 대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줘야 하기 때문에 MD는 그 제품에 대해 박사 수준이 돼야 한다.


-능력있는 MD의 요건은.
▲물론 히트상품을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어떤 한 상품의 수명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첫 방송에 히트쳤지만 이후에 주문량이 뚝 떨어진다면 누가 그 제품을 두고 히트상품이라 할 수 있겠는가. 소비자들이 히트상품을 꾸준히 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MD의 능력이라 생각한다.

-홈쇼핑에서 MD·PD·쇼호스트의 역할은
▲솔직히 말해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구매력은 실제 매출액의 50%라 할 수 있다. 나머지 50%는 MD·PD·쇼호스트 등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는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질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그 제품이 절실히 필요하지는 않지만 나중에라도 필요하겠다는 인식을 심어 줘 구매를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홈쇼핑에서 팔지 못하는 상품은 없지만 짧은 시간에 얼마만큼 효율을 주느냐가 핵심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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