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공사노조 파업보다 수신제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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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공사노조 파업보다 수신제가부터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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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데리고 내리지 그랬어요”
13일 밤 11시 연신내역. 3∼4세 정도의 예쁜 여자아이가 지하철 내에서 혼자 잠을 자고 있다. 깨끗한 옷차림에 하얀 얼굴은 떠돌이 아이가 아님을 추측케 한다. 주위엔 아이의 보호자로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아이는 혼자 어디로 가는 걸까? 부모의 손을 놓쳐버린 것일까? 만약 이 아이가 불량배의 마수에 걸려든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이 아이를 지켜보던 이 모(31·회사원)씨는 불안한 마음에 연신내역에서 내려 역무원에게 급히 신고를 했다. 아이가 혼자 지하철을 타고 잠들어 있으니 빨리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다고.
그러나 이 씨는 역무원으로부터 “손님이 데리고 내리지 그랬어요”라는 핀잔만 들었다.

이 씨는 역무원이 그래도 신고는 접수하겠지라고 생각하고 뒤돌아서는데 그냥 묵묵히 표만 팔고 있는 모습을 보고 기가 막혔다고 주장했다.

최근 서울시가 지하철 1시간 연장운행을 강행하겠다고 밝히자 서울지하철공사노조는 시민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파업으로 맞서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 씨는 노조의 이 같은 발표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늦은 밤 지하철에서 홀로 잠든 여자아이를 보호해 달라는 요청을 건성으로 듣는 지하철 직원들이 지하철 운행이 1시간 연장될 경우 시민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태도는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그 동안 노조원들의 단체행동에 대해 긍정적 시선을 보내왔지만 이 날 이후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에 의해 가치관을 변화시킨다는 사회학자의 말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셈이다.

기자가 확인해본 결과 다행히 연신내역측은 그 날 밤 아이를 찾기 위한 조치를 늦게나마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이를 찾았다는 확답은 듣지 못했다.

13일 밤 발생한 이 상황을 모든 서울지하철 종사자들에게 확대 적용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조직체든 도덕성이 확보돼야 자신의 목소리가 정당화될 수 있다. 작은 실수 하나하나가 모이게 되면 시민들의 외면을 받게 되고 노조를 불신하게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석민 기자 smlee@gyoton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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