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녹슨 차에 태워야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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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녹슨 차에 태워야 하겠습니까?”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8.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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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패스파인더 녹·부식 하자 논란
▲ 피해 차주들의 차량에서 확인할 수 있는 녹부식 현상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닛산 ‘패스파인더’ 차량을 소유한 일부 차주들이 품질 하자 문제를 이유로 불만을 터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스파인더는 닛산의 7인승 대형 패밀리 스포츠다목적차량(SUV)으로, 지난 1986년 이래 30년간 전 세계 시장서 꾸준히 사랑 받아온 브랜드 대표 모델이다. 한국에선 2014년 이후 지난 8월까지 766대가 판매됐다. 지난해에만 109대가 팔렸고, 올해의 경우 8월까지 74대 판매로 전년 동기(9대) 대비 8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닛산에서 ‘알티마’와 ‘맥시마’ 다음으로 인기 있는 차종이다. 지난해 9월 국내에서 4세대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됐다.

차량 하자로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패스파인더 차주들은 ‘녹·부식’과 ‘변속기(미션)’ 계통 문제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피해 차주들에 따르면 우선 운전석은 물론 2열과 3열 프레임 등에서 녹·부식 흔적이 발견되고 있다. 신차는 물론 고객에게 인도된 차량까지 녹·부식 없는 차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이들 차주 주장이다. 관련해 한국닛산은 “동일 현상으로 문제가 생긴 차량이 확인된 것만 모두 18대”라고 밝혔다. 현재 보증기간 내 차량에서 발견된 녹·부식 증상은 입고 차량에 한해 무상으로 방청 작업이 제공되고 있다. 정도가 심한 차량은 해당 부품을 교체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 피해 차주들의 차량에서 확인할 수 있는 녹부식 현상

피해 차주들은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방청 작업을 받아도 녹·부식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비스센터마다 일관된 작업이 이뤄지는 것 같지 않고, 심하다 생각되는 부위만 땜질식으로 작업이 진행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체가 문제를 대충 해결하다가 무상보증 기간마저 끝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 차주는 “구입한 직후부터 녹·부식이 발견돼 새 차가 누더기가 됐다”며 “차량 인도 시점부터 용접부위 이외 실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는데도 업체는 초기 하자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속기의 경우 고속 주행에서 차가 제대로 나가지 않거나, 차량이 멈추는 현상 등이 발견돼 지난해 9월부터 미국에서 관련 부품 개선 작업이 진행됐다. 피해 차주들은 문제가 된 2013~2014년식 모델뿐만 아니라 2016년식에서도 주행 도중 떨림 현상 등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피해 차주들은 변속기 계통 무상보증 기간을 문제 삼았다. 동일 제품인데도 미국에서 팔리는 차는 기존 5년에 더해 소비자 요구로 2년이 추가 연장됐는데, 한국은 3년 밖에 인정해 주지 않는 점이 도마에 올랐다. 한 차주는 “미국 테네시공장에서 만들어진 같은 제품인데도 무상 교체를 진행해 주지 않아 1500만원에 이르는 수리비용을 고스란히 차주가 떠안게 생겼다”며 “국가마다 보증기간을 달리하는 명확한 근거와 이유 없이 한국을 차별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지난해 9월 부분변경 모델로 출시된 뉴 패스파인더

녹·부식과 변속기 문제를 호소하고 있는 차주들은 하자 개선은 물론 적정 수준 보상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녹·부식 피해를 입은 차주들은 같은 문제가 발생했던 ‘혼다’ 사례를 거론했다. “당초 혼다 차량을 구입하려다 녹·부식 문제가 이슈가 돼 닛산을 선택한 만큼 최소한 혼다가 고객에게 제공한 수준의 보상은 이뤄져한다”거나 “혼다 차량 보다 광범위한 녹·부식이 발견되고 있는데도 업체가 납득할 수 있는 대응에 나서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족을 녹슨 차에 태워야하냐”며 강한 어조로 비판한 차주도 있었다.

한 차주는 “진보적 기술로 만들어져 기본기 훌륭한 차가 갖고 있던 장점까지 단점으로 전락시키는 한국법인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녹·부식은 장기적으로 안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고, 밀폐공간에 오래 노출돼 있을 경우 노약자 등은 다양한 질병을 유발시킬 수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성의 있는 해결책을 내놓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닛산은 피해 차주들이 고통을 받은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피해 차주 입장과 상황을 인지하고 있고,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도 보였다. 업체에 따르면 생산 단계는 물론 국내 입항에서부터 인도까지 모든 단계에서 녹·부식 여부에 대한 점검이 강화됐고, 전문 인력도 충원된 상태다.

▲ 패스파인더 실내 이미지

물론 녹·부식 수준에 대해선 “혼다 수준만큼은 아니라는 것이 회사 내부 판단”이라며 일정 부분 선을 그었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피해 차주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들어보고 타협점을 찾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며 “보상 등에 대해서는 가능성은 보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다만 회사 내부 정책 등을 고려했을 때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까지 들어줄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미션에 대해서는 지난해 9월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될 당시 제시했던 입장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한국닛산은 “국내 들여오는 차량은 개선을 거쳤기 때문에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지만, 문제가 발생해 공식 서비스센터에 입고되면 반드시 무상 수리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아울러 미국에서 이뤄진 리콜은 ‘승객감지시스템(OCS)’에 대한 것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변속기컨트롤모듈(TCM)’ 개선 작업은 미국 현지법인 자체 서비스 캠페인에 따른 것이라고 재차 해명했다. OCS 리콜은 국내에서도 지난 2016년 9월부터 진행 중이다. 한편 한국닛산은 국가 마다 보증기간이나 서비스 범위가 다른 것에 대해서는 어떤 근거에 따른 것인지 본사 등을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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