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투어리즘을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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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투어리즘을 진단한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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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권 교수의 관광대론

[교통신문] 최근 오버투어리즘(Over tourism)이 핫 이슈다. 오버투어리즘은 특정 공간에서 수용력을 초과할 정도로 관광객이 몰려들어 지역의 정체성이 훼손되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관광객들을 유치하느라 정부나 도시 모두 혈안이 돼 있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는 도시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도시다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문화훼손, 교통대란, 주거난, 소음공해, 쓰레기 등의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해외의 뉴스매체에 자주 인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들은 지중해 연안에 집중되고 있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남 프랑스 연안 도시들은 물론 이탈리아의 베네치아가 대표적인 도시들이다. 이들 지역은 그동안 세계적인 관광도시로서의 수용태세를 갖춰왔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관광객의 급증으로 인해 수용력의 한계를 보이면서 관광의 경제효과보다도 사회문화적 부작용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우선 오버투어리즘의 발생 배경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설적이지만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인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를 구가하면서 국제관광객 수는 1950년 2500만명에서 2017년 13억2200만명이 되기까지 약 53배가 늘어났고 전 세계 관광판도도 구미중심에서 벗어나 아시아까지 가세했다. 그런데 증가하는 관광객만큼 어떤 나라의 관광수용력도 비례해 개선되지 못했다.

또한 21세기의 ICT혁명도 오버투어리즘을 막지 못했다. 인터넷의 등장 이후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정보의 습득기회가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오지였던 지역이나 색다른 문화를 보유한 지역으로의 방문 열기를 고조시켰다. 이탈리아 서부 라스페치아 지방의 세계문화유산인 친퀘테레(Cinque Terre)는 5개의 마을로 구성된 독특한 역사문화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너무나 유명한 나머지 관광의 대중화, 패키지화로 인하여 본래의 정체성을 잃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주민의 삶의 공간까지 관광지화되는 폐해를 보이고 있다.

오버투어리즘을 부추긴 경우도 있다. 국제기구나 각국 정부, 그리고 지역사회 모두가 은근히 대규모 관광객 유치를 유도함으로써 오버투어리즘을 예방하지 못했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많은 개도국들은 매년 관광객 유치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는데 골몰했다. 이러한 ‘목표달성’ 문화가 반드시 나쁜 관행은 아니지만 사전에 충분한 대책을 강구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실책이다. 국제기구들도 ‘세계문화유산’과 같은 제도들을 도입하면서 유산의 엄격한 보전보다는 이용에 더 방점을 두는데 일조했다.

도시 전체가 관광지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도시내 일부 지역에서 급속히 관광지화되는 현상, 즉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은 오버투어리즘의 부작용을 지역주민이 감수해야 하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시의 북촌 한옥마을이나 이화동 벽화마을 등에서 발견되고 있듯이 관광지화는 오랫동안 거주해왔던 주민들의 삶 자체에 큰 영향을 줌에 따라 반관광(Anti-Tourism) 운동으로 표출되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 신흥국에서 온 일부 관광객들의 매너없는 행동들로 인하여 관광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커지게 되었다.

그렇다고 지역을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고홈(Go home)’을 외치는 것은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뭔가 통제불가능한 관광현상을 통제가능하며 관광객과 지역주민 모두가 상생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볼 때다. 그동안 국제기구나 시민단체 들이 공정관광, 책임관광, 착한관광, 지속관광 등을 주창하며 관광행태의 변화를 기대했지만 큰 소득이 없었다는 점을 잘 인식해야 한다. 관광객의 변화만 기대해서는 안된다. 관광지화되었지만 고유성을 잘 간직하고 있는 프랑스 남부 니스 지방의 예술인 마을인 생폴드방스(Saint-Paul de Vence)의 관리체계에서 해답을 찾아보자.

해결책은 지역주민의 힘을 길러주고 그들에게 권한을 주어 커뮤니티 중심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서울 서촌에서 행해지는 ‘골목 가이드투어’는 지역 내 전문가를 해설사로 활용하여 방문객들의 지적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주는 대표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북촌지역에서 거주지내 입장을 통제하는 ‘관광이용시간제’도 엄격 시행돼야 한다.

역사문화 지구의 관광지화에 따라 고유한 스토리 소재들은 줄어들고 늘어나는 것은 카페나 음식점, 기념품점 뿐이다. 더 이상 외부 자본에 의해 관광행태가 변질되어서는 안된다. 지속가능한 관광지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행복관광공동체’ 지원사업을 도입하여야 한다. 그동안 ‘관광두레’와 같은 사업을 통해서 지역주민의 관광사업 역량을 길러냈듯이, 도시재생을 통해 새롭게 부상하는 관광지구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주민이 참여하는 견고한 관리운영 제도가 시행되어야 한다. 더 이상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나와서는 안된다.

<객원논설위원·호원대학교 호텔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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