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가 한국 시장에 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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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가 한국 시장에 통할 수 있을까?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8.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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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중소형 밴 차종은)그간 시장이 독점적이었던 탓에 소비자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경쟁력 있는 모델이 출시된다면 시장 다툼에서 승산이 있을 것이라 본다.”

르노삼성차가 중형 상용 밴 ‘마스터’를 내놓자 시장 일각에서 이런 긍정적 전망이 나왔다. 현대차 스타렉스(또는 쏠라티)에 식상한 소비자들이 새로운 차량이 나온다는 사실에 한껏 들뜬 모습을 보인 것이다.

마스터는 기존 중형 밴 상용차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작업 효율성과 공간 적재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업체에 따르면 운전석 내부 또한 운전자 중심으로 공간이 배치돼 넓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ℓ당 10.5~10.8km에 이르는 복합연비는 큰 자랑거리로 꼽힌다. 가격 또한 2900만원과 3100만원 수준이라 여타 외산 상용차 보다 가격 경쟁력도 좋아 보인다. 프랑스에서 생산돼 들여오는 외산차로 초기 국내 도입 물량이 200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찌됐든 마스터가 국내에 도입될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기업 르노가 한국 중소형 상용차 시장 전망을 밝게 봤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업체나 시장에서 마스터 성공을 점쳤지만, 엄밀히 따져봤을 때 향후 실적 전망이 낙관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제 아무리 상품성 뛰어난 제품이라도 한국 상용차 시장을 제대로 뚫기는 쉽지 않아서다. 우선 가격이 관건이다. 단돈 10원에도 예민해질 수 있는 상용차 고객 입장에서 경쟁 차종인 스타렉스(2100~2400만원) 보다 500만원 이상 비싼 점은 약점으로 지목될 수 있다. 향후 상용차 안전이나 환경, 환율 등의 문제로 차량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자가 외면할 수 있다. 사실상 마스터는 1톤급 밴 모델이라 스타렉스 뿐만 아닌 ‘포터’ 또는 ‘봉고’ 같은 소형 트럭과도 경쟁해야 한다. 다양한 화물 적재 가능성에서부터 가격까지 경쟁력이 뒤쳐질 수 있음을 예상해볼 수 있다.

르노가 초도 물량으로 소량을 들여오는 것도, 이런 시장 상황과 진출에 따른 위험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자칫 의욕적으로 진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철수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르노삼성차가 국내 기반 업체이긴 하지만, 해외 상용 브랜드가 철저한 시장 조사 없이 국내 진출했다가 슬그머니 없어진 전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마스터는 유럽형 모델이다. 유럽 상용차 환경에 맞춰진 차란 소리다. 물론 국내에서 통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국내 개인 소비자 니즈에 부합할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법인이나 중소 자영업자와 같은 특수 목적 수요로 한정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중소형 상용차 시장을 획기적으로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되기엔 부족하다.

기왕에 국내 시장에 출시된 만큼 마스터가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주길 바라본다. 단기간 수익성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상용차 시장과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점도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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