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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시장의 이종 종합격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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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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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상욱 박사의 대중교통 현장진단

[교통신문]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택시시장을 둘러싼 신구산업의 충돌을 보고 있으면 마치 이종 종합격투기의 역사를 보는 것 같다. 종합격투기는 레슬링, 킥복싱, 무에타이 등 서로 다른 무술간 최고의 기술을 발휘해 최소의 금지사항만 남겨두고 모든 공격을 허용해 최강자를 가리는 프로스포츠다. 종합격투기의 시초는 아마도 1976년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미국 프로복서 무하마드 알리와 일본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의 세기의 대결이 아닌가 싶다. 그 당시 서로 영역이 다른 프로복싱과 레슬링이 한판 붙는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다. 어떻게 이런 빅 이벤트가 가능했을까? 미국의 헤비급 복싱 챔피언 알리가 일본 프로레슬링의 영웅 이노키에게 도전장을 던지고 일본 언론들이 이를 대서특필하면서 대중들이 폭발적인 관심과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알리의 제안에 한동안 머뭇거리던 이노키도 빅매치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필자가 기억하는 당시의 대결은 무척 실망스러웠다. 알리는 덤벼보라는 시늉과 함께 허공에 펀치만 날리며 도망 다니기에 바빴고 이노키는 매트에 드러누워 알리의 발목을 걷어차는 헛발질이 전부였다. ‘상대가 드러누우면 가격하지 말 것, 상대를 잡아채서 내던지거나 무릎 위를 발로 차도 안 되고…’ 상대선수의 손발을 묶는 우스꽝스런 경기규칙이 한 몫을 했다. 세계 40여개 국가에 생중계 될 만큼 많은 관심을 끌었던 세기의 대결은 15라운드의 지루한 공방 끝에 무승부로 끝나면서 실망을 안겼지만 훗날 일본의 K1, Pride, 미국의 UFC로 이어지는 흥행대박의 종합격투기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세계 각국의 택시시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이종격투기, 종합격투기가 진행되고 있다. 독과점을 누리던 전통적 택시시장에 막대한 자본과 ICT(정보통신기술)를 무기로 4차산업과 공유경제의 팻말을 내걸고 도전하고 있다.

2009년 칼라닉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선보인 우버(Uber)가 대표적이다. 동남아의 그렙(Grab), 중국의 디디추싱 등 단시일 내에 글로벌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신생 스타트업이 속출하면서 세계 택시시장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승부가 갈릴지 예상하기 어렵다. 우버(Uber)의 영향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유명 택시업체 ‘옐로캡’이 파산하고, 최근엔 뉴욕의 택시기사가 자살하는 일도 발생했다.

반면, 기세등등하던 우버(Uber)도 불법시비와 운전자의 범죄논란에 휘말려 좌초되거나 현지기업과의 경쟁에 밀려 막대한 투자손실로 실패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의 틈새를 노려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현지 토종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다양한 형태의 택시앱 서비스가 생겨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중국의 디디추싱, 말레이시아의 그렙(Grab)이 대표적 사례다.

우리나라의 택시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2013년 우버(Uber)가 고급 렌터카나 자가용을 이용한 유사택시 서비스(Uber Black, Uber X) 진출을 시도한 이후 카풀 스타트업체 ‘럭시’(2014년), ‘풀러스’(2016년), ‘차차’(2017년)에 이어 최근 럭시를 인수한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서비스로 택시시장 진입을 시도하면서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카카오’는 정부가 추진하는 4차산업혁명과 공유경제의 슬로건을 내걸고 택시의 승차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자가용 카풀영업의 허용을 요구하고 있고, 택시업계는 특정 IT업체에 대한 특혜이자 불법으로 100만 택시업계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위’를 만들어 대표적 전략추진 과제의 하나로 차량공유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는 정부는 카풀영업을 허용하되 ‘시간에 관계없이 하루 2회 영업, 운전자는 별도의 직업을 갖고 있을 것’의 중재안을 내놓았으나 카카오와 택시단체 모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첨단기술의 도입과 응용이 확산되면서 택시시장의 변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승차난, 불친절 등 고질적인 택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체 서비스에 대한 우호적 여론도 비등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종 종합격투기의 진화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기술개발에 따른 사회적 요구와 우호적 여론이 지속되는 한 어떤 형태로든 다양한 영역의 종목이 서로 맞붙을 수밖에 없으며, 이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자는 새로운 종합격투기의 챔피언이 되거나 이에 필적하는 기존 단일종목 격투기의 최강자가 되는 것이다. 표도르나 맥그리거 같은 종합격투기(UFC)의 새로운 강자가 있는 반면에, 필리핀의 복싱영웅 파퀴아오나 미국의 프로복서 메이웨더와 같이 단일 격투기 종목에서도 여전히 세계적 명성을 날리는 선수도 있다.

우리 택시산업도 힘을 잃어가는 독점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경쟁과 대결이 불가피한 종합격투기의 역사에서 그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택시는 보다 스마트해져야 한다.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의 택시접목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단순히 ‘타는 것’ 그 이상의 새로운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개발해 나가야 한다. 지금 일본에선 택시업체들이 삼삼오오 연대하거나 첨단 통신기업과 제휴해 ICT(정보통신기술)기반의 첨단기술과 택시의 접목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보다 유능한 프로모터가 돼야 한다. 합법, 불법의 잣대만 들이대거나 일시적인 이해 조정을 위한 대책만으로는 택시시장의 변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정부가 추구하는 혁신성장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해충돌 현장의 당장의 해법은 신생 스타트업의 서비스에 대한 공정한 룰을 만들고 기존업계와의 상생협력의 틀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법은 택시를 포함한 여객운수업 제도 전반에 걸친 단계적이고 과감한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다. 당장은 효과가 미미하더라도 그 방향으로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혁신성장의 깃발을 내건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이다.

사각의 정글 위에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세기의 프로복서 알리는 한때 세계를 주름 잡았으나 알츠하이머로 말년을 보내다 세상을 떠났고 이노키는 그 때를 회상하듯 ‘바보가 되어봐, 철저히 바보가 되어봐’ 라는 구절의 시를 남기면서 영원히 링을 떠났다. 알리와 이노키의 세기의 대결은 많은 관중들과 두 선수 모두에게 실망을 안겼지만 이후 종합격투기의 긴 역사에 커다란 울림을 남겼다. 진화는 돌연변이 없이 일어나지 않는다.

<객원논설위원-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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