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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테스트베드 된 중고차시장
김정규 기자  |  kjk74@gyoton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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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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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질적 정보 불균형 해소할 ‘해법’ vs ‘시기상조’
- 장안평매매단지, 시험대 오르며 시범사업 선정·돌입
- 업계 “장기 취지 공감해도 단기 손해 감수 불가피”
- 서울시, 시장 신뢰구축 도전…“음성화 가중 가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블록체인 기술이 중고차 시장을 시험대로 삼았다. 블록체인은 ‘레몬마켓’의 상징이 돼버린 중고차 시장의 신뢰도를 올릴 ‘만능키’가 될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 블록체인은 중고차에 대한 정보 불균형을 단번에 해소할 기술로 여겨지며 아직 상용화가 멀었음에도 안팎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혁신적 기술이 오랜 관행에 찌든 시장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어서다.

동시에 기술 도입의 성공 여부가 향후 중고차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다. 이제 차츰 현실로 다가온 첨단기술이 중고차 시장의 가파른 양적 확대에 대비되는 질적 성장의 숨은 열쇠가 될 수 있을지 중고차 업계에서 거론되는 블록체인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봤다.

매매시스템 고도화…“단계마다 정보 묶어 허위정보 불가”

블록체인은 네트워크 구성원들이 중개자 없이 개인간(P2P) 거래를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모든 거래 기록을 수많은 컴퓨터에 복제·저장하는 분산형 기록 데이터베이스 기술로, 거래 정보를 하나로 묶어 ‘블록’을 만들고, 이를 사슬처럼 기존 장부와 연결해 블록체인이라 부른다. 네트워크의 여러 참여자가 기록을 대조·관리하기 때문에 정보 위·변조가 쉽지 않다는 보안성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허위매물 사기, 매물 이력 조작, 성능점검 오류 등이 만연한 중고차 시장이 블록체인 기술의 테스트베드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고차 매매시스템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데 가장 적극적인 곳은 서울시다. ‘블록체인 선도 도시’를 선언한 만큼 신기술 적용으로 저신뢰 시장인 중고차업계의 신뢰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초 블록체인을 접목한 14개 선도사업으로 시민 생활과 직결된 공공서비스를 혁신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5개년(2018~2022년)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중고자동차 매매 신뢰체계 구축’ 사업이 담겼다.

가장 먼저 시험장이 될 곳으로는 전통적인 중고차 메카인 장안평매매단지를 선택했다. 도시재생개발사업 대상 지역으로 매매, 정비, 부품 등 신개념 자동차복합단지를 목표로 하고 있는 이곳이 블록체인을 시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19일에는 장안평에서 ‘중고자동차 매매 신뢰체계 구축을 위한 블록체인 시범서비스’ 설명회가 열렸다. 최근 중고차 거래 기록 경신 등 성장세에 있는 중고차 시장 이미지를 변화시키겠다는 취지다.

설명회에선 장안평매매조합에서 사용하는 매매시스템과 서울시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연계해 중고차의 소유권 이전(매매 계약서), 성능·상태점검기록부, 주행거리, 사고 정보 등의 위·변조를 원천 방지하겠다는 것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매입·성능정보 등록, 차량 이력·성능 정보 조회, 출고 시점부터 구체적인 매도 정보 등록 등 매매 단계마다 블록체인화 된 데이터가 서울시의 서버 4대에 동시에 저장되기 때문에 조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는 상사나 딜러가 서울시에 등록한 매물 정보를 ‘인증마크’를 통해 인증할 수도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중고차를 사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서울시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관련 데이터가 조작 불가능한 블록체인 데이터임을 보증하겠다는 것이다.

장안평매매단지의 평가는 일단은 긍정적이다. 장안평단지 한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정보 불균형에 따른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서울시 차원에서 보장하겠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인증마크도 딜러가 등록한 정보를 서울시와 공유해 소비자가 믿을 수 있다면 도입에 반대할 의사는 없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도입은 매매시스템 고도화의 첫걸음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를 위해 시는 먼저 내년 2월 시스템 구축, 늦어도 3월부터는 장안평매매단지에서 시범사업을 시작, 2020년까지 강서, 서초, 강남 등 다른 대규모 중고차단지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국토부와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관리시스템 표준화 작업도 추진한다. 자동차 생산부터 매매, 폐차에 이르기까지 과정 전체에 불록체인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장밋빛 전망 ‘금물’…“사물인터넷·정책 지원 병행해야”

중고차 시장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자동차가 출고 후 판매되는 순간부터 하나의 블록이 형성된다. 제조사, 정비업체, 보험사, 매매상사, 감독기관 등이 해당 자동차의 ‘장부’를 분산해서 가지게 되면서 자동차에 변화가 생길 때마다 새로운 블록이 형성되는 것이다. 현재 보험처리를 하지 않으면 제대로 남지 않는 정비기록이 블록체인 시스템 아래에선 정비업체 장부에 남고, 그 정보가 공유되면서 또 다른 블록이 형성, 이력을 감출 수 없게 된다.

블록체인 업계에선 기술 도입으로 소비자가 판매가격 예측이 가능하고, 딜러가 합리적 기준으로 판매에 나설 수 있어 불필요한 분쟁이 해소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는 판단이다. 또 보험사는 차량이력을 비교해 보험료를 차별화할 수 있고, 제조사도 각종 정보를 차량 개선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중고차 업계 내에선 블록체인 기술이 중고차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가능성’을 ‘확신’으로 바꿀 수 있는 정책이나 기술 발전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섣불리 가능성만 믿고 기술 도입을 서두르다가는 실효성 논란에 부딪치며 시장 혼선만 가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이 완벽하게 작동하려면 사물인터넷(IoT) 기능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한다. 주행거리 조작에도 사물인터넷이 적용돼야 완벽한 통제가 가능해진다. 사물인터넷이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리는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시도 이 같은 지적을 인식하고 2021년에는 장안평단지의 차량 출입 시스템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해 중고차가 들어오고 나갈 때 기록과 주차 위치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허위 매물을 원천 봉쇄하는 등 매매 시스템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시장을 더욱 음성화 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례로 애초에 딜러가 정비업체와 짜고 정비업체 장부에도 정보를 남기지 않으면 블록체인으로도 정비이력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현 시점에서 상사나 딜러들이 모든 정보 노출에 모두 동의하고 있지는 않다. 중고차 거래 규모에 비해 실적이 저조한 대부분의 상사나 딜러들은 정보가 노출될 경우 손해 볼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블록체인 도입으로 중고차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는 장기적 취지에 공감하지만 오랜 시간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수익구조에 익숙한 업계가 당장 손해를 감수하며 협조할지는 미지수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블록체인 도입이 가시적 성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중고차 신뢰도 회복이라는 추상적 지표가 바로 눈앞의 이익을 대신해주지 못한다면 어느 매매업자가 정보 공개와 고지에 적극 나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중고차업계의 어려움에 공감하면서도 신기술로 투명성을 확보한다며 이제까지 중고차 시장의 문제점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세제 문제 등 업계의 이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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