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수소 리더십을 지속 강화하기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11일 충북 충주 현대모비스 공장에서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 확대를 위한 제2공장 신축 기공식을 열고, 이에 맞춰 수소 및 수소전기차 중장기 로드맵인 ‘FCEV 비전 2030’을 공개했다.
기공식에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시종 충청북도지사, 조길형 충주시장을 비롯한 정·관계 및 지자체 인사들과 ‘모토닉’과 ‘유니크’ 등 수소전기차 부품 협력사 관계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정진행 현대차 사장, 임영득 현대모비스 사장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신축될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제2공장은 충북 충주 현대모비스 친환경부품 전용공장 내 여유 부지(1만6600㎡)에 들어선다. 이를 통해 오는 2022년까지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생산 능력이 4만대로 늘어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모비스 충주 공장 내에 연 3000대 규모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생산 공장을 신축해 본격 가동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독자 개발한 수소 연료전지시스템은 수소전기차 심장으로 불린다. 수소와 산소가 반응해 전기를 만들어 내는 연료전지스택을 비롯해, 수소·공기 공급 장치, 열관리 장치 등으로 구성된다. 현재 중소 협력사 130여곳이 수소 연료전지시스템에 들어가는 부품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소경제사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추가적인 투자를 통해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생산 능력을 70만기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정부 수소 경제 활성화 정책에 맞춰 수소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대비하는 것은 물론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확보한 수소 연료전지시스템을 활용해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수소 연료전지시스템을 전용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체제를 구축한 것은 전 세계에서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유일하다”며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공장 신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이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FCEV 비전 2030’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협력사와 함께 2030년 국내서 연간 기준으로 승용·상용 포함 수소전기차 50만대 생산체제 구축에 나선다. 현대차그룹이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중장기 로드맵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통해 2030년 전 세계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지속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수소전기차 개발에 나서는 완성차 업체들이 늘고 있고, 기존 내연기관 중심 글로벌 완성차 시장 내 현대·기아차 점유율을 감안하면 공격적인 목표라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 연간 판매 기준으로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이 약 200만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연간 50만대 생산체제 구축을 위해 주요 부품 협력사 124곳과 오는 2030년까지 연구개발(R&D) 및 설비 확대에 누적 7조6000억원을 신규 투입한다. 현대차그룹과 협력사 투자가 단행되면 오는 2030년까지 5만1000명에 이르는 신규 고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당장 현대차그룹은 협력사와 함께 연간 3000대 규모인 현재 수소전기차 생산 능력을 2020년 약 4배 수준인 1만1000대로 확대하기 위해 내년부터 2년 동안 3000억원을 투자해 1300여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수소전기차 ‘넥쏘’ 증산과 연계해 투자를 확대하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내년에 최대 44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수소전기차는 부품 국산화율이 높아 차량 보급이 확대될수록 국내 부품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가속화가 가능하다. 급격한 미래 자동차 산업 트렌드 변화에도 불구하고 내연기관 차량 대비 부품 감소율이 낮아 기존 자동차 부품 생태계를 유지하는데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업계와 한국수출입은행 부품수 비교조사에 따르면 내연기관차는 3만개, 전기차는 1만9000개, 수소전기차는 2만4000개다. 오는 2030년 국내 50만대 생산체제가 현실화되면 그에 따른 연간 경제효과는 25조원, 간접 고용을 모두 포함한 취업유발 효과(한국은행 차량용 취업유발계수 적용)는 약 22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연료전지시스템을 외부에 공급하는 신사업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 시장 진출을 원하는 경쟁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선박·철도·지게차 등에서 연료전지시스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발전 분야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와 함께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와는 별도로 오는 2030년 기준 연간 연료전지시스템 20만기를 외부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넥쏘 수소전기차에 들어가는 연료전지시스템을 기반으로 제품 성능을 보완하고 라인업을 확대해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연료전지시스템 판매 사업 추진을 위해 이달 초에는 기존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소속 연료전지사업부에 실급 전담조직을 만들었다. 다만 초기 시장인 만큼 철저한 시장 조사를 진행하면서 중장기 사업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관련해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오는 2030년까지 수소연료전지가 550만개에서 최대 650만개 정도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맥킨지는 수소가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지고 있고, 충전이 용이해 기차·선박·지게차 등 예상 가능한 모든 운송수단에서 오는 2030년까지 총 소유비용을 10% 가량 낮출 수 있다고 봤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수소전기차 부품 국산화율이 99%에 달할 정도로 연관 산업 파급효과가 큰 만큼, 협력사와 동반투자를 통해 미래 자동차 산업 신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며 “현대차그룹은 머지않아 다가올 수소경제라는 신산업 분야 ‘퍼스트 무버’로서 수소가 주요 에너지인 수소사회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