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신년특집] 수입차 날아오르자 소비자 ‘불만’ 거세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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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신년특집] 수입차 날아오르자 소비자 ‘불만’ 거세져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9.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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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0만대 돌파, 피해 사례 증가
▲ 고속도를 주행하다 화재사고를 당한 BMW 차량. [저작권자]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39살 직장인 A씨는 2015년 폭스바겐 ‘골프’ 1.6리터 모델을 구입했다. 딜러가 파격적인 할인 가격을 제시해 망설임 끝에 선택을 했는데, 지난 3년 내리 자동차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라고 했다. 요샌 ‘엔진 정지·재시동’ 장치가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정상 작동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경우가 많단다. 그야말로 ‘제멋대로’다. A씨 차는 여러 문제로 이미 수차례 수리를 받은 상태다.

 

수입차 판매와 등록대수가 2010년 이후 급속도로 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소비자 피해 또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 수입은 지난 2011년 11만7592대 수준이던 것이 2017년 29만7328대로 2.5배 늘었다. 지난해도 10월까지 26만7968대가 수입돼 전년 동기 대비 13.7% 증가했다.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17%대까지 상승했다. 등록대수도 크게 늘었다. 2013년 90만1000대였던 것이 2017년 189만7000대로 2배 증가했고, 지난해는 9월 기준 207만5725대로 200만대를 넘어섰다. 전체 등록 차량 가운데 비중도 2013년 4.6%였던 것이 2017년 8.4%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소비자 불만도 커졌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수입차 피해구제 신청은 1410건에 이른다. 2013년 198건이던 것이 2017년 307건으로 증가했다. 판매 증가세와 궤를 같이 한다. 같은 기간 국산차 건수(2945건) 보다는 적지만, 등록대수 차이를 감안하면 수입차 소비자 불만이 적지 않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유형별로는 ‘차량하자’가 81.4%(1148건)에 이른다. ‘계약 관련’ 건수(262건·18.6%) 보다 4~5배 많다. 차량하자 중에는 엔진(289건·25.2%)이 가장 많았고, 차체·외관(280건·24.4%), 소음·진동(112건·9.8%), 변속기(103건·9.0%), 편의장치(98건·8.5%) 순으로 뒤를 이었다. 피해 발생 시기는 출고일 기준 ‘1년 이내’가 778건(55.1%)으로 절반을 넘었다. 뒤이어 1년 초과~2년 이하 150건(10.6%), 2년 초과~3년 이하 129건(9.2%), 3년 초과~5년 이하 91건(6.5%) 순이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중 80건(5.7%)이 계약 체결 중에 발생했다고 밝혔다.

신청 건수 가운데 ‘합의’가 이뤄진 경우는 726건(51.5%)에 머물렀고, 484건(34.3%)은 합의를 보지 못했다. 합의가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 업체 태도와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판매 대수가 늘고 있는데 서비스 수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해외와 달리 한국에선 유독 (수입차)업체 중심적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고 있다”며 “문제 발생 시 소비자를 우선시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문데, 결함·하자가 발생했을 때 수입차 업체가 인정하려 들지 않아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15년 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일으켰던 폭스바겐·아우디는 3년 째 피해 차주들과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미국·유럽에서 적극적인 교환·환불이나 보상금 지급에 나섰던 모습과 상반된다. BMW 또한 최근 잇달아 엔진계통 화재가 일어나면서 일부 차주가 소송을 제기했다. 혼다와 닛산은 녹·부식 문제로 소비자와 갈등을 겪었고, 마세라티는 실내에 물이 유입되는 문제로 일부 차주에게 고통을 안겼다. 상용차도 갈등이 심하다. 볼보·만·다임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피해 차주가 적지 않다. 갈등 유발 원인 또한 보조브레이크·조향장치·변속기·서스펜션 등 다양하다.

수입차 업체가 발 빠르게 결함을 인정하고 조치를 취하는 경우는 드물다. 일부 전문가는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관련 제도·법규와 정부의 수입차 업체 관리·감독 부재가 이런 상황을 부채질했다고 비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폭스바겐 사태 초기에 환경부는 업체가 인증서류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감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며 “여기에 업체에 유리한 법제도가 더해진 덕분에 세상에서 제일 비싸게 차를 팔면서 그에 상응한 서비스나 보상에 인색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 또한 이런 업체 태도를 부추긴다. 폭스바겐의 경우 얼마 전 출시된 세단 ‘아테온’을 1000만원 넘게 할인해 주는 판촉을 펼치고 있다. BMW는 화재 사건이 수습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재고떨이를 위해 대규모 할인 공세에 가담했다. 하종선 변호사는 “문제 일으킨 업체가 차량 가격 할인 등의 당근을 내미는 경우가 많은데, 적지 않은 소비자가 ‘나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유혹에 걸려든다”며 “내수 시장이 최소한 독일 디젤차 재고처리장으로 전락하는 일은 없도록 소비자 스스로 자제하고 올바른 인식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최근 몇 년 수입차 업체를 소비자 대응이 증가하는 점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업체에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소비자도 증가 추세다. 이에 발맞춰 정부와 정치권도 소위 ‘레몬법’ 등의 법제도를 마련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집단소송제 또한 법제화가 추진 중이다. 소비자가 업체에 맞서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아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소비자 피해를 없애려는 이런 노력과 방향에 개선점이 많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 판단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제도 시행이 눈앞에 다가온 한국형 ‘레몬법’이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업체에 단순 벌금 부과가 아닌 강력한 징벌적 보상금을 물릴 수 있어야한다”며 “아울러 현재 소비자가 직접 자동차 결함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 또한 시급히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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