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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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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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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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욱 박사의 교통현장 진단

[교통신문]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으로 요즘 20대의 가장 핫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김영민 서울대 교수는 말한다. 추석 때 ‘너 언제 결혼할 거니?’라고 당숙이 물으면, 얼버무리지 말고 ‘당숙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엄마가 ‘너 대체 결혼 할거니 말거니?’라고 묻거든,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되물어라. ‘얘가 미쳤나’라고 말하면, ‘제 정신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김영민 교수의 이러한 질문들은 당연시 되는 일상의 진부함이나 혹은 혼란스러운 문제들에 대한 본질에 다가서게 해 준다.

최근 카풀서비스와 택시의 갈등을 계기로 공유경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공유경제란 무엇인가?’ 공유경제는 요즘 시대의 흐름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키워드는 불현듯 탄생하지만 그 위력은 막강하다. 복잡한 문제들을 일타에 정리하고 진단하고 처방하는 신비한 힘을 갖는다.

최근의 카풀 차량공유 서비스는 몇 년 전 우버(Uber) 논란 당시 금지됐던 자가용을 이용한 유상운송이라는 점에서 본질이 같다. 다시 새롭게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뭘까. 애매한 법 규정의 차이도 있지만, 그 보다도 그 때는 ‘자가용 유상운송’이 키워드 였다면, 지금은 ‘공유경제’가 키워드다. 자가용 유상운송 문제는 불법 논란에서 이제는 공유경제산업의 대표적 전략상품으로 자리매김 되었고, 자가용 유상운송 문제는 이제 더 이상 합법, 불법의 속좁은 잣대로 재단할 수 없는 사회적 담론이 되었다.

공유경제는 두 얼굴을 가졌다. 공유행위는 당초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 운동처럼 개인이나 작은 커뮤니티 차원의 선한 동기로 시작했지만, 정보통신 기반의 플랫폼 기술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수익창출 수단이 되고 여기에 대기업이 끼어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착한 공유경제’가 있는 반면, ‘공유경제의 탈을 쓴 플랫폼 기업’도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하루 자가용 평균 이용 시간은 1.5시간으로 하루 이용 가능한 시간의 약 95%는 차를 주차장에 세워두고 있다. 이런 유휴차들이 개인들의 선한 동기로 이용돼 출퇴근 시간대의 승차난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승용차 소유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기존 운송업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사회적 순기능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적응해 나갈 것이다. 출퇴근 시의 자가용 유상운송을 예외적으로 허용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1조 1항의 규정은 바로 이와 같은 개인들의 차량공유에 대한 선한 동기를 장려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공유경제가 대기업의 이익창출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시장진입으로 거대기업의 산업독점에 따른 부작용과 폐해에 대한 대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새로운 자본주의 선언(The New Capitalist Manifesto)’의 저자 우메어 하크는 ‘만약 소비자라 불리는 사람들이 소비 10%를 줄여 공유 10%가 증가하면, 전통적 기업체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예측은 우려를 넘어 현실이 됐다.

우버(Uber)와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차원의 공유경제 기업이 속출하면서 공유경제 산업에 대한 여러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플랫폼 사업의 정체는 무었인가, 통신업인가, 운수업인가, 전통 운송업 시장의 충격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플랫폼 기술의 평판조회 시스템(rating system)은 법적장치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신뢰할 수 있는가, 플랫폼 기업의 운전자는 노동법의 적용을 받은 노동자인가, 사용자인가, 고용안정과 최저임금은 어떻게 보장되는가, 거대기업의 정보독점에 따른 소비자의 우려는 없는가 등 학계에서도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구글이 여러 규제에 발목을 잡히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율차 개발에 집착하는 이유는 당장의 택시시장에 대한 진입보다 자율차 시대의 차량공유 산업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카풀논란은 단순히 승차공유의 허용 여부가 아니라 우리사회가 제대로 수용할 수 있는 공유경제의 큰 그림에서 봐야 한다.

자가용으로 대표되는 개인교통 수단의 무절제한 이용에 따른 사회적 비효율과 낭비를 줄이고, 규제의 틀에 갇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공교통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유경제는 하나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특수한 여건에서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방안이 어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공유경제에 대한 규제 가이드라인에서 새로운 공유서비스의 시장접근을 허용하되, 소비자 보호차원에서 분명한 공익적 목표가 있는 경우에만 인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영국은 공유경제를 핵심 산업으로 장려하되 세분화된 규칙을 통해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철저한 검증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미국, 싱가포르, 브라질 등에선 차량공유 기업과 기존 업계와의 다양한 기술협력과 이익공유 상생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카풀 택시논란은 정부와 정치권이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통한 문제해결을 제안하고 있으나 해를 넘기면서 택시 종사자의 잇따른 분신자살이 발생하는 등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택시업계도 냉정을 되찾고 대타협의 장에 나와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도 이 자리가 임시방편적인 이해조정의 차원을 넘어 공유경제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공유하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하는 진정한 대화의 장이 돼야 한다.

공유경제는 한 쪽이 이익을 얻을 때 다른 쪽이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함께 윈윈하는 구조다. 개인들이 하든 기업이 하든 공유경제의 본래 취지가 우리사회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로마 신화 속 두 얼굴의 야누스(Janus)는 새로운 시작과 변화를 알리는 출입문의 앞뒤를 잘 살펴보기 위해 두 얼굴을 가졌다. 빛과 그늘 두 얼굴의 공유경제, 야누스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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