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힙한 취미'로 떠오르며, 이젠 함께 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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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힙한 취미'로 떠오르며, 이젠 함께 읽기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9.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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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사색과 고독의 이미지가 강하다. 혼자서 책에 몰두하는 모습은 내성적이고 수동적인 사람으로 비치기도 한다.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의 취미란을 '독서'라고 채우면 특색 없는 이로 보일까 봐 망설여진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최근 고독하고 조용한 취미에서 벗어난 새로운 독서 습관들이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들을 이어주고 있다

최근 2~3년 새 2030에겐 “독서모임이 취미”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책을 매개로 한 자발적 ‘독서모임’은 갈수록 성행하고 있다. 자유롭게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 조용히 읽기만 하고 헤어지기도 하고, 한 권의 책을 선정해 읽은 뒤 모여서 난상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참가비를 내고 독후감을 제출해야 참여할 수 있는 독서모임도 인기다.

대구의 대표적인 독서모임 플랫폼 ‘브링크’는 공식적으로 월 1회, 오프라인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데 3만원의 비용이 든다. 회원 4명으로 시작한 브링크는 현재 60여 명의 회원들이 6개의 북클럽에서 활동하고 있다.

인간관계를 멀리하고 ‘혼술’과 ‘혼밥’을 즐기는 2030세대가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로 인식되던 독서를 모여서 함께 하는 이유는 뭘까. 독서모임이라는 다소 생소하고 특별한 아이디어로 창업해서 이젠 창업 3개월차에 접어드는 대구 독서모임 브링크 김동영 대표와 브링크 멤버들이 독서모임에 대해 소개했다.

▲ 이미지 제공:브링크

-독서는 혼자하는 것이다?

공자(孔子)를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2500년 동안 그랬다. 특히 공부와 독서에 대해 알고 싶어서 공자 주위를 맴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핵심을 보지 못한다. 오늘날 전해지는『논어』를 보자. 이유를 뭐라 하든 공자와 제자들의 생각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배움도 사상도 하나로 뭉쳐 있는 팀이다. 그들은 공동체였다. 무엇보다 책 읽는 공동체였다. 그들은 함께 읽고 함께 울었다. 해석하며 부딪히고 살면서 부딪혔다. 그렇게 배운 것들로 세상을 밝히려 했다.

김 대표도 현재 우리 사회의 “책 읽는 문화”가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면서 말을 보탠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취미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는 틀리지 않다. 결국 독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읽어나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꼭 혼자 읽을 필요는 없다. 어떤 일이든 다른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 즉, 동료가 생긴다는 것은 함께 하는 일을 더욱더 풍요롭게 만든다. 그래서 혼자하는 취미의 정점에 이르는 독서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읽으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혼자 읽지 않는 방법, 독서모임에 참가하자.

함께다. 함께 읽고 부딪히고 깨닫고 토론한다. 혼자가 아니다. 책을 둘러싸고 스승이 있고 벗이 있고 삶이 있다. 그들은 같이 먹고 같이 굶는 밥상 공동체였다. 고독한 독서가 아니었다. 어디 공자의 공동체뿐인가? 예수의 공동체, 소크라테스의 공동체도 마찬가지였다. 독서 공동체요, 밥상 공동체였다. 공동체로 읽으면 머리로만 읽는 것이 불가능하다. 삶으로 읽게 되고 변화로 이어지게 된다.

사실 김대표도 독서모임을 하지 않으면 책 읽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독서가 힘든 사람들에게 책 읽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독서모임은 최고의 공동체이다. 독서모임에 가장 좋은 점은 책 읽는 사람이 많지 않은 한국에서 책 읽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처음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모임을 통해서 책을 많이 읽는 혹은 잘 읽는 사람들을 만나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독서를 뛰어넘어 개개인이 가진 다른 취미나 생각을 공유함으로써 다른 세계의 발이 넓어질 수 있기까지 한다.”

▲ 사진제공:브링크

-독서 편식 극복까지 경험할 수 있다.

독서모임의 좋은 점은 책을 편식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 편식을 하는 편이다. 좋아하는 분야가 생기면 그 분야와 관련된 책들만 읽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서모임을 하게 되면서부터 다른 사람의 독서취향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자연스레 저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이 궁금해지고, 결국 서점에서 그 책을 사보기도 한다. 시, 과학, 교양, 인문학 등 그렇게 우리는 혼자라면 읽지 않았을 책도 같이 읽을 기회가 생긴다.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다양한 사람과 경계 없이 책 이야기를 나누는 매력에 브링크 독서모임에 6개월째 참가하고 있다는 직장인 김병욱(29) 씨가 말을 잇는다.

“본래 책은 거의 안 읽었습니다. 여기 와서 책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특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 나서였어요. 소설을 읽는 이유를 알게 해 준 작품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워낙 실용적 독서만 강요받다 보니, 저희 세대는 이야기의 맛을 잘 모릅니다. 주로 사실에만 치중해 공감을 못하는 거죠. 이 작품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왜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지 알았습니다. 책은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와 같습니다. 저 자신을 잃고서 살아왔는데,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제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는 걸 바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독서모임은 질문을 통해 생각의 확장을 하는 곳이다.

독서모임에 참가하게 된다면 책을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한다. 책에 대해서 궁금한 것을 묻고, 책을 읽다가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묻는다.

독서의 의미와 모임의 의미가 여기서 발휘되는 것이다. 혼자서 독서를 하고 사색할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모임에 출석해서 다양한 시각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것을 듣지 않고 지나가버린다면 그만큼 아쉬운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독서모임을 가질 때에 가장 큰 핵심은 '질문'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직업상 인간관계가 제한적일 수 있는데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과 만나 그들의 사회를 듣고 질문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매력 덕분에 독서모임에 참가하고 있다는 직장인 김아란(27) 씨.

“많은 사람들이 질문을 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합니다. 개인 편차가 있지만 보통 질문을 하며 실수는 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거나 다른 사람의 시선을 과하게 의식하는 등의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브링크에서는 독후감을 쓰면서 고민도 열심히 해보고 나름의 주장과 근거를 만듭니다. 그 상태로 토론을 시작하니까 생각을 공유하는 게 더 쉬워집니다. 똑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꽂히는 대목이 다르고, 다른 사람들이 왜 그 대목에 꽂혔는지 듣다 보면 읽었던 책도 새로운 의미가 됩니다. 10명이 함께 읽으면 10개의 해석이 나오고 10권의 책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독서모임에 참가한다는 건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와 질문을 통해 내가 어떤 인간으로 살려는지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서 모임의 증가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년 2월에 공개한 '2017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의 독서 모임 참여율은 3.4%로 2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과거에는 독서가 모든 독자에게 책을 한 권 읽는 행위였다면 지금 독서는 얼마나 비용을 들여서,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을 주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같은 책을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취향 공동체가 형성되기도 하고, 다른 독자와의 만남을 통해 같은 책을 두 번 읽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책을 매개로 소통하고 해석하는 독서모임은 독서 문화와 출판시장의 새로운 활로로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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