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노인 운전 차량에 행인 사망…안전 대책은 아직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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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대 노인 운전 차량에 행인 사망…안전 대책은 아직 ‘미미’
  • 유희근 기자 sempre@gyotongn.com
  • 승인 2019.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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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강남에서 90대 운전자 차량에 30대 여성 치여 사망
 

[교통신문 유희근 기자] 최근 우리 사회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에 따른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90대 노인이 운전하는 차량에 지나가던 행인이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고령 운전자에 대한 제도적 관리 및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6시 20분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호텔 지상 주차장 건물 앞에서 유 모(96) 씨가 몰던 SUV 차량에 30대 여성 이모씨가 치여 숨졌다. 유 씨는 사고를 일으키기 전 건물 주차장 입구 근처 벽을 들이받았다. 당황한 유씨는 차량을 후진하다 뒤따라 들어오던 다른 승용차와 부딪혔고, 이 후에도 계속 후진을 하다 주차장 인근을 지나던 이씨를 치었다.

경찰 조사에서 유 씨는 “승용차와 충돌한 뒤 당황해서 운전조작을 잘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운전 적성검사를 통과한 유씨는 이번 사고 전까지는 사고를 낸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는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서울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13~2017년)간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11.01%, 사망자수는 3.57% 증가했다. 동기간 고령자 인구 상승률(4.15%)를 감안해도 교통사고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자료 제공=한국교통안전공단 서울본부]

특히 사고유형별로 보면 차량단독 교통사고가 크게 증가했다. 전체 차량단독 교통사고는 연평균 3.42% 감소했지만 고령자에 의한 교통사고는 7.27% 증가했다.  차량 단독 교통사고는 주로 운전자의 조작 실수나 미흡, 부주의 등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고령운전자에 의한 사고가 많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한편 교통사고를 일으킨 고령자 연령을 세분화하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사고율은 낮아졌지만, 치사율은 65~69세(2.4%), 70~74세(3.1%), 75~79세 (4.1%) 80~84세(5.9%) 85~89세(10.6%)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아직 이에 대한 대책이나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부터 7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갱신·적성검사 주기가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짧아졌지만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해 7월 받은 적성검사를 5분만에 통과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검사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일었다.

다만 올해부터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통안전교육에 기억력과 주의력을 자가 진단하는 인지능력 검사가 포함돼 고령 운전자에 대한 검증이 좀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는 보인다.

고령 운전자 대책으로 실시되는 운전면허 반납 제도도 아직 기대에는 못 미치고 있다.

고령 운전자 연도별 자진반납 현황을 보면 2013년 538명에서 2014년 1089명, 2015년 1433명, 2016년 1942명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인구 고령화 추세를 고려하면 부족하다는 평가다.

고령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는 지난해 부산시에서 처음 시행됐다. 부산시는 거주 65세 이상 고령자가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면 시에 등록된 상업 시설 이용 시 요금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어르신 교통사랑카드’를 발급해 주고 있다.

올해는 서울 양천구와 경남 진주시에서도 이 같은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두 지자체도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고령자에게 선불 교통 카드나 시내버스 무료 이용권 등을 지급할 예정이다.

공단 서울본부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사업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교통사고 감소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령 운전자 스스로 안전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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