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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호교차로의 통행우선권과 회전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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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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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수 박사의 교통안전노트

   

[교통신문] 우리 도로교통법에는 교통정리를 하고 있지 않는 교차로(이하 ‘무신호교차로’)에서 차량의 통행방법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신호등이 아닌 일시정지·양보 등 교통제어 방법이나 법령에서 정하는 통행 순위에 따라 우선권이 결정된다. 도로교통법의 관련 규정을 보면 선진입 차량, 넓은 도로의 주행 차량, 우측도로 주행 차량, 직진 및 우회전 차량에게 통행우선권을 부여해 양보하도록 하고 있다. 무신호교차로에서 통행우선권이 제대로 작동이 된다면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2017년 한 해 동안 교차로에서 교통사고가 10만여 건이 발생해 전체 사고의 47%를 차지한다. 그 중 70% 이상이 무신호교차로가 상당수 포함된 12m 미만 도로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신호교차로에서 통행우선권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는 원인은 뭘까? 무엇보다 교차로에 먼저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는 오해가 운전자들에게 각인되면서 교차로에 먼저 진입하기 위해 과속도 불사하는 잘못된 운전문화가 주요한 사고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사고가 났을 때 책임소재를 따질 경우 경찰공무원이 차량의 진입거리를 측정하는 것을 보면서 운전자들은 교차로 내에서 더 긴 진입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과속을 당연시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한다. 많은 나라들의 도로교통법에는 무신호교차로에서 선진입 차량에게 통행우선권을 부여한 명시적인 규정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도로교통법을 그대로 받아들여 선진입 우선권을 명시했지만 일본은 이미 1971년에 이 규정을 폐지했다. 미국 대부분의 주는 오래 전에 선도착(先到着) 차량 통행우선권을 확립했고, 동시 도착 시 우측 차에게 통행우선권이 주어진다. 선도착은 선진입과 달리 교차로 내 진입거리와는 무관하다. 미국은 교차로 도착 시 일시정지 의무가 확실하게 지켜지는 나라다.

많은 나라들이 무신호교차로에서는 우측(예외적으로 일본 등은 좌측) 차량에 일관되게 통행우선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그 외 다른 통행우선권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미 제네바협약 등 국제조약의 일반원칙에도 차량이 교차로에 함께 진입할 경우에는 우측도로의 차에게 통행우선권이 적용된다.

통행우선권 유형이 많으면 많을수록 순위를 결정하는 여러 조건이 경합할 경우 우선순위가 불명확하게 돼 운전자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이러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국회는 일시정지나 양보를 표시하는 안전표지가 설치돼 있는 경우에는 이에 따르고, 일시정지나 양보를 표시하는 안전표지가 설치돼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우측도로의 차가 우선하는 의원입법안을 발의했다. 차량이 교차로에 동시 진입 시 우측도로의 차량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단순화 할 경우 운전자는 자신을 기준으로 우측 편의 도로에서 진입하려는 차에게 양보하면 되므로 통행우선순위를 쉽게 인지하고 준수할 수 있다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그러나 차가 서로 마주보는 방향에서 진입하는 경우 좌회전 차량에 대한 반대편 직진·우회전 차량의 통행 우선순위를 정하기 어렵게 될 뿐만 아니라 선진입 우선권이 없다면 교통사고 책임을 따지게 될 때 혼란을 가중 시킬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정부가 입법 추진을 주저하고 있다.

차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경찰청은 최근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를 진행하려는 차량에 대해 일시정지하거나 양보하도록 했다. 또한 보행자가 통행하고 있을 때로 한정했던 일시정지 의무를 보행자가 통행하려고 할 때로 확대함으로써 보행자 등 교통약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여러 선진국처럼 차량이 교차로에 먼저 도착하고 일시정지 의무를 준수한다면 당연히 그 차량은 통행우선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오히려 선진입 우선주의를 명문화함으로써 발생하는 폐해보다는 선행 의무인 교차로에서 일시정지와 서행 의무를 준수해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훨씬 더 통행우선권의 취지에 부합한다.

이미 10년 전인, 2009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는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었다. 무신호교차로의 통행우선권을 명확하게 확립하기 위하여 주(主)도로와 부(副)도로를 확연하게 구분해 우선도로 표지를 설치하고 부도로에는 정지표지를 세워 먼저 도착한 차량이 통행우선권을 갖는 '선착선출(先着先出)' 원칙을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물론 주·부도로 구별이 곤란한 교차로에는 모든 방향에 정지표지를 설치하도록 했다. 선도착 우선권은 선진입 우선권에 묻혀 아직까지도 제도화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 이 선진화 방안을 계기로 교차로에서의 불필요한 대기시간과 무신호교차로에서의 잦은 교통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해 2010년부터 신호통제 필요성이 낮은 교차로부터 단계적으로 회전교차로가 도입됐다. 현재는 1100여개의 회전교차로가 전국에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회전교차로의 설치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법제도적으로는 미흡하다. 현행법은 여전히 회전교차로의 정의와 통행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교차로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회전교차로에 대한 별도의 정의 규정을 신설하고, 회전교차로 진입 차량이 교차로 내에 이미 진입하여 통행하는 차량에게 양보하도록 회전교차로 통행방법을 따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잘못된 제도와 시설은 빨리 고쳐야 한다.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루어진 결과물이 국제표준이기 때문에 가장 합리적이고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무신호교차로의 통행방법을 국제표준인 우측 차량 통행우선권으로 단순화 하고, 회전교차로를 확대·설치하여 선진입 차량 통행우선권의 폐해로 인한 교통사고를 막아야 한다.

<객원논설위원·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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