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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여기서 멉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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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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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광호 교수의 ‘자동차 단막극장’

[교통신문] 이상문학상을 2013년에 수상한 김애란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집 『비행운』(문학과지성사, 2012)에는 「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용대라는 남자가 주인공인데, 용대는 잘못 선 보증으로 부모의 집을 날리고 서울로 도망치듯 떠난다. 이 어리숙하고 불운한 남자는 다양한 허드렛일을 전전하다가 택시기사가 된다.

사납금을 채우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용대는 중국에서 밀입국한 식당종업원 명화에 눈독을 들인다. 예쁘장해 인기가 좋은 명화가 어찌된 일인지 용대에게 친절한 것이다. 없는 돈에 비싼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으며 용대가 어색하게 프로포즈하자 놀랍게도 명화는 청혼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잘 살았다면 정말 다행이겠지만 한국소설답게 비극으로 끝나고 만다. 명화는 이미 위암에 걸려 위독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치료비를 대느라 어렵게 구한 전셋집이 반지하 단칸방으로 이어지며 명화는 속절없이 죽어간다. 부부사이가 좋았던 아주 짧은 시절에 명화는 택시에서 중국어 공부를 하라며 자신이 직접 녹음한 테이프를 용대에게 권한다.

런스 니 헌 까오씽 (만나서 반갑습니다)

워 더 쭈어웨이 짜이날? (제 자리는 어디입니까?)

리 쩌리 위안 마? (여기서 멉니까?)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건네는 인사말, 버스나 기차에서 자리를 찾는 질문,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묻는 말이었을 것이다. 중국에 처음 간 한국남자가 필요로 할 것 같은 문장들을 여자가 정성스럽게 녹음한 것이다.

갑자기 택시기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들먹인 이유는 요즘 핫한 이슈인 카풀에 관해 얘기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공유경제의 대표주자인 우버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서비스가 바로 카풀인데, 같은 방향으로 가는 차량의 빈자리에 사람을 태워 약간의 기름값이라도 벌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는 사람들끼리 출퇴근이나 여행길에 카풀을 활용한다면 별 문제가 안될텐데, 우버니 카카오니 하는 대기업들이 이 카풀을 편안하게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사단이 났다.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목적지를 누르면, 역시 앱을 사용하는 운전자가 요청자를 태워서 쉽고도 빠르게 카풀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택시업계는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자기 밥그릇이 깨어지는 판국에 공유경제니 하는 소리가 들릴 리가 없다. 이런 와중에 정부와 관련 단체들이 참여한 대타협기구에서 출퇴근시간에 한해 카풀을 허용하는 것으로 며칠 전 합의했다. 대신에 택시기사의 월급제를 추진하고 택시 기반의 플랫폼 기술을 적용하여 다양한 수익 창출을 도모한다고 한다.

출퇴근을 위한 카풀이 오히려 특정 시간대로 제한되기 때문에 반발하는 카풀 플랫폼 업체도 있고, 출퇴근 시간의 카풀조차도 반대하는 개인택시조합도 있어 여전히 불안한 상태이다. 월급제에 대해서도 과연 실행될 수 있을지 의견이 분분하기도 하다. 역시 아직은 갈 길이 먼 모양이다.

이런 사태를 지켜보면서 한 가지 고려하지 못한 사실이 있어 조심스럽게 언급해본다. 앞으로 실용화될 기술인 자율주행차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인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은 현재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조만간 대중화될 것이 확실하게 점쳐지는 분야이다.

자율주행차 기술은 언제쯤 대중화 될까. 10년, 20년? 언제가 되었든 대중화되면 과연 택시운전이라는 직업이 여전히 필요할까? 스마트폰의 앱으로 부르면, 무인 자율주행차가 달려오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요금이 빠져 나간다. 밤이든 낮이든, 멀든 가깝든 따지지 않고 달려가는 무인 자율주행차. 이런 상황에 택시가 끼어들 여지는 없는 듯하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현재 택시의 영역이 카풀, 곧 카셰어링(car sharing)으로 대체될 것이 확실한 것이다.

오늘날 택시기사들은 이렇게 불안한 상황에 처해 있다. 열악한 근로조건과 낮은 수입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미래조차도 암울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그 절박함을 분신으로 알린 기사들도 있었다. 이 불운한 이들이 누군가의 아버지, 삼촌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갈 길이 멀지만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신시장을 개척해나가는 한국의 IT 기업이라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기업들이야말로 미래의 확실한 승자이니 관대한 자세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다시 소설로 돌아와서, 어느 날 밤에 큰집의 조카가 떠들썩한 룸살롱을 나와 우연히 용대의 택시에 오르게 된다. 부잣집에서 자라 검사까지 된 재원인 조카에게 눈치 없는 우리의 용대는 이런저런 너스레를 늘어놓아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고급 아파트촌에 조카를 내려준 후 용대는 죽어버린 아내의 목소리를 늘어진 테이프로 듣는다. 팔자 좋은 누군가는 노래를 부를지도 모를 한밤에 택시 안에서 말이다.

워 더 쭈어웨이 짜이날? (제 자리는 어디입니까?)

리 쩌리 위안 마? (여기서 멉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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