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규제 샌드박스 임시허가 1호. 전기차 충전 플랫폼 전문기업 ‘차지인’을 따라다니는 일종의 꼬리표다.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제1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통해 차지인이 신청한 ‘전기차 충전용 과금형 콘센트’에 대해 임시허가를 결정했다. 이로써 ‘전기 재판매 금지’ 등 전기사업법 시행령에 가로막혀 국내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던 시장 진입에 파란불이 켜졌다.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던 차지인의 임시허가는 사업 모델에 날개를 달았다. 현재 기업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르노삼성, 벤츠 등 완성차 제작사들이 앞다퉈 차지인의 합류를 원하고 있다는 게 최영석 차지인 대표의 설명이다.
차지인이 임시허가를 받은 ‘전기차 충전용 과금형 콘센트’는 일종의 전기자판기로, 현재 220V 전기 콘센트에 과금 기능을 더해 공동주택이나 아파트, 빌딩 등 주요 주차장에 설치된 현재 콘센트를 전기차 충전용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무엇보다 현재 설치된 전기 자동차용 충전기를 사용하지 못해 220V 콘센트를 이용해야하는 초소형 전기차와 전기 이륜차를 충전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최 대표가 전기차 충전용 과금형 콘센트 제품을 만든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였다. 불편해서다. 서울시 전기차 1호 운전자였던 그는 전기차 인프라에 대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턱없이 부족했던 정기차 충전서비스에 대한 고민이 사업 아이템이 된 것이다.
차지인은 현재 국내 1위 충전 사업자인 포스코 ICT 외 다수의 대기업에 전기차 충전 플랫폼을 개발,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 ICT와 과금형 콘센트 총판계약을 체결하고 국내외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그는 사업 활로를 막던 정부 규제 방침에 명확한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있다. ‘선허용 후규제’. “우선 풀어놓고 시작했으면 한다. 시장에 문제가 보이면 다각도로 검토하고 그 후 정부가 들어와 규제해도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그동안의 정부 규제에 대해서도 “부처마다 적용 규정과 생각이 다르다. 과거의 기준에 맞춰 신사업을 규정하고 있다. 그것이 시장 활성화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최 대표는 철저한 민간 자율을 통한 충전 인프라 구축을 전기차 시장 성장을 위한 최선의 해법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이 자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개입하면 하향평준화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가격 통제 등 모든 것을 고려하다보니 문제가 생긴다”며 “(정부 의존) 사업자들이 사업의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어 경쟁력이 떨어진다. 보조금 사업은 오래가지 못하는 만큼 시장 수요에 부합하는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원금을 줄여서라도 민간 사업자의 경쟁력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생각이 다르다. 해외 사례에 비춰 국내 인프라 수준이 나쁘지는 않다는 의견이다. 다만, 그것이 시장 수요와 동떨어져 있다 보니 “충전소가 있어야 할 곳에 없다”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는 “정부가 기름차 기준으로 전기차 인프라 정책을 설계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차지인은 민간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완성차 제조사들의 시장 진입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자동차 제조사가 투자하게 만들고 움직이게 만드는 것. 충전에 관련해 투자하게 만들어야 시장이 제대로 돌아간다”며 “제조사끼리 경쟁 환경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를 팔기 위해서라도 충전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뛰어드는 순간, 시장의 환경이 변한다는 것이다. 제조사 간 충전 서비스 경쟁이 시장 발전을 꾀할 수 있는 토양이 된다는 주장이다.
차지인에 들어온 파란불이 이번 임시허가로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전력량 개량 성능검증을 앞두고 있어서다. 전력 측정의 정확도를 검증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정부 기준에 부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 대표는 “자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는 경유나 휘발유차와 다르다. 전력량이 오롯이 주행에만 쓰이지 않는다. 충전에도 쓰이고, 구동에도 쓰인다. 배터리 충전량도 제조사마다 다른 만큼 이에 맞는 정부 기준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