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신문 이재인 기자] 대형 물류·유통사를 계열사로 둔 일부 대기업들이 자회사로 일감을 발주하고, 물류 서비스를 위탁하는데 있어 ‘통행세’를 징수하는 방식으로 부당이익을 편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에 따른 금전적 부담은 도급 운송사가 감수하고, 이들 하청업체와 계약된 지입차주 화물운전자들은 상식 이하의 운임으로 운행되고 있어 화물차 안전사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망에 오른 현대차그룹의 물류 자회사 현대글로비스를 대상으로 지난 17일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그룹 계열사들이 자회사 물류·유통사에 높은 물류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했는지에 대한 자료 분석 및 검증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지난 2017년 11월 고발한 ‘현대차그룹-삼표기업’ 통행세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조사를 확대한 상태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부인 정지선 씨는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의 장녀인 점을 지적, 현대글로비스와 삼표가 현대제철의 원자재 납품 거래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거래관계에 개입해 수수료(통행세) 챙기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광업회사에서 물류회사, 현대제철로 이어지는 석회석 공급 구조에 현대글로비스와 삼표가 개입해 부당이익을 챙기고, 통행세를 제한 나머지 금액으로 일감을 내려 하청 운송사와 화물운전자에게 자금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정황이 있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거래구조와 최상위 업체들의 편법거래로 인해 하청 운송사와 계약된 지입차주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화물운전자들의 수익보전은 물론, 박리다매로 실수입을 메우고 있는 운행실태를 감안하면 졸음운전을 비롯해 각종 사고에 노출돼 있고 나아가 안전불감증에 따른 위험부담은 사회적 문제를 가중시킬 것이란 판단이다.
공정위는 이번 ‘일감 몰아주기’ 실태조사와 관련해 “실제로 금번 실태조사표는 해당 기업의 연도별 내부거래 비중, 수의계약 비중 등 총계(aggregate)자료 설문만을 포함하고 있으며, 계열사간 개별 거래내역과 관련된 설문은 포함돼 있지 않다”면서 특정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사항을 확인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 선을 그었다.
공정위는 지난 3월 금년도 업무계획에서 SI·물류 등 내부거래비중이 높은 업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거쳐 경쟁촉진 방안 등 관련 개선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물류·유통업계는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 A물류사 관계자는 “LG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판토스에 이어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공정위의 현장조사는, 최상위 물류기업과 거래내역이 있는 국내외 화주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면서 “상당수 국내 대형물류·유통사들은 글로벌 네트워크 해외영업과 수출 물량을 발주하는 모기업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에서 커나가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수출입 물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소지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