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고차보험 논란, 누구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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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중고차보험 논란, 누구도 늦지 않았다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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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중고차 성능·상태점검책임보험(중고차보험) 가입 의무화를 앞두고 매매업계의 '뒤늦은 대응'이 입길에 올랐다. 보험 상품은 시장에 나왔고 국토부는 이달 말까지 보험가입을 재촉하고 있다. '미가입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그러자 지난주부터 매매업계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사업증 반납, 항의 서명부 작성, 집회 등 강경노선 일색의 실력행사가 예고된 상태다. 이들의 주장은 '중복규제' '보험료 부담' '소비자보호 취지 역행'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업계에서 보면 일면 억울한 부분도 있고 지난해 이뤄진 중고차보험 논의 당시부터 업계가 배제된 데 따른 서운함도 있다. 실질적인 이해당사자인 매매업계가 빠진 채 검토된 보험상품에 대한 우려와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더불어 손보사와 일부 진단보증사업자만 배불리는 제도라는 주장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당장 제도 시행 시 소비자와 매매업자 사이에서 이해가 엇갈리며 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 중고차 성능점검이 문제가 될 경우 소비자는 손보사를 상대해야 하는데 별다른 보험상품 선택권도 없고 손보사 지정 성능점검사업자 아닌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예견된다. 실제 일부 손보사는 이 같은 조항을 면책사항으로 반영하기도 했다.

이러자 매매업계 일각에선 '왜 이같은 결과를 미리 예상하지 못 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충분한 시간이 있었던 만큼 중고차보험을 두고 관련업계 논의가 한창이던 그때 적극적인 개입이 없었는지에 대한 지적이다. 업계가 자중지란에 빠지며 손 놓고 있는 사이, 이번 중고차보험이 특정단체의 로비의 결과물이라고 얘기하는 그 진원지를 대상으로 또는 주무부처인 국토부를 상대로 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목소리를 전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론도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어찌됐든 문제를 소홀히 인식하고 대응한데 따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국토부도 비판에서 홀가분한 입장은 아니다.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추진했던 중고차보험 의무화를 앞두고 애초 이해당사자 간 조율을 하지 못한 책임이다. 역시나 뒤늦은 대응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면 일부러 매매업계를 배제한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목소리가 불필요했다고 판단했는지 명확한 입장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매매업계의 행동을 예측하지 못했다면 '무능력'이고,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면 현재의 사태에 대한 '책임론'의 화살은 하나의 과녁을 향해 갈 수밖에 없다.

국토부나 업계가 지금이라도 제도 수정 또는 보완점을 찾는다면 사태 해결 시점이 그리 늦은 것은 아니다. 어느 시장이건 보험시스템이 적용되면 여러 갈래에서 경제적 부담이 느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부담이 어떤 형태로든 소비자에게 돌아오게 해서는 안 된다. 관련 업계가 합리적 부담을 나눌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고차보험이 정부의 중고차 시장 정상화를 위한 수많은 제도의 공회전을 얘기하는 데 또 하나의 사례로 이름을 올려서는 안 된다. 매매업계의 집단행동이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 상황을 직시할 눈과 합리적 판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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