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갑론을박] 뇌전증 발작으로 인한 중앙선 침범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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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갑론을박] 뇌전증 발작으로 인한 중앙선 침범은 무죄(?)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9.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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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법률구조공단 제공]
[사진제공=연합뉴스]

● 사건 개요

 

- 의뢰인(사고 당시 63세)은 2017년 9월8일 오전 8시30분경 SM3 승용차를 타고 서울 성북구 종암동 인근 편도 1차로를 불상의 속도로 진행하던 중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줄이지 아니한 업무상 과실로 중앙선을 침범한 후 반대편 보도까지 돌진하게 되었다.

- 당시 인근 ○○초등학교에 출근하기 위해 보도를 걸어 올라오던 피해자 정○○(여성·30대)의 무릎 부분을 자동차 앞 범퍼부분으로 충격하여 약 10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전십자인대의 파열상 등을 가하였다.

- 결국 의뢰인은 ‘중앙선 침범’ 및 ‘보도 침범’에 따른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중과실 사고로 약식기소되었고, 서울북부지방법원은 500만원 벌금형을 내렸다.

 

- 의뢰인은 딸을 출근시키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일으켰고, 직업도 없는 평범한 가정주부에게 벌금 500만원은 매우 큰 금액이라는 무거운 마음의 짐을 안고 공단을 내방하였다.

- 공단은 의뢰인으로 하여금 정식재판청구서를 접수하도록 하고, 이를 소송구조하기로 하였다.

 

● 사건의 진행

 

- 수임변호사는 인명피해 교통사고 사건에서 무죄를 받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의뢰인을 만나 사건 기록을 살펴보니, 의뢰인은 사고 당시의 기억이 없는 사실, 직후 병원에서 뇌전증 진단을 받은 사실, 그리고 사고 차량이 도로를 따라 흘러 내려가기만 하는 모습 등이 인근 CCTV 동영상에 6초 정도 확인되었다.

- 수임변호사는 운전자에게 갑자기 발생한 뇌전증 발작으로 인하여 인지능력과 신체조작능력을 잃은 상태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여, 이를 기초로 검사 공소사실 중 ‘중앙선을 침범한 과실’ 부분이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지 않았고,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에 따라 범죄사실의 인정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로 하였다.

 

- 1심 공판기일에 사고 당시 최초로 출동한 소방공무원을 증인 신청하여 의뢰인이 차량 안에서 기절해 있었다는 증언을 이끌었고, 이를 기초로 이 사고는 그 정도의 충격이 아니었음에도 의뢰자가 기절해 있었다는 것은 발작으로 인한 것이라고 추가 주장을 할 수 있었다.

- 그리고 뇌전증 발작에 관한 논문 등을 수집‧제출까지 하였으나, 1심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대로 의뢰인에게 500만원 벌금의 유죄를 선고하였다.

- 그러나 수임변호사는 의뢰인에게 항소를 제기할 것을 권유하였고, 항소심 사건 역시 소송구조하였다.

- 항소심에서는 1심에서 했던 주장에 더해, 의뢰인이 일관적으로 이 사건 사고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수사기관에서부터 항소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진술한 사실, 사고 차량이 구부러진 내리막길을 일정 시간 동안은 정상적으로 내려오다가 갑자기 이상한 주행 모습을 보이는 점은 갑작스런 뇌전증 발작으로 인한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 충격 직전 핸들을 틀거나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볼만한 흔적이 전혀 없는 사실 등을 더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더욱 상세하게 변론을 펼쳤다.

 

● 법원의 판단

 

-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고 직후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사고 발생 전에 정신을 잃었고, 사고 경위에 관하여 기억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사고 이후 뇌파 검사 결과, 뇌전증으로 최종 진단받았으며, ㉢우측으로 굽은 내리막길인데도 핸들을 우측으로 조정하지 않은 상태로 진행하여 중앙선과 보도를 침범하였고, ㉣보도 펜스를 충격하기 직전이나 이후에도 핸들을 틀거나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볼만한 흔적이나 자료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 도로교통법 제13조 ‘중앙선 침범’은 중앙선을 넘어 교통사고를 일으킨 모든 경우가 아니라, 부득이한 사유 없이 중앙선을 침범하여 교통사고를 발생케 한 경우를 뜻한다. ‘보도 침범’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부득이한 사유란 운전자가 지배할 수 없는 외부적 여건으로 중앙선 침범 자체에 운전자를 비난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 따라서 이 사고는 피고인이 예측할 수 없는 요인(뇌전증)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위 ‘중앙선 침범’ 및 ‘보도 침범’ 사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하였다.

-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의 12대 중과실 사고가 아니다. 같은 법 제3조 제1항에 해당하는 죄로서, 피고인 차량이 종합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되었기에 사고 차량 운전자에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 사건의 의의

 

수임변호사 서울북부지부 강상용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인명피해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운전자의 과실이 개입하였는지 여부는 소홀히 조사한 탓에 억울하게 전과자가 될 뻔한 경우를 막았다. 나들이 잦은 5월, 나른한 날씨탓에 교통사고가 급증하는 만큼 안전 운전하여 건강한 가정의 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러한 교통사고가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뇌전증이나 고령으로 인한 운전자의 경우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GS칼텍스의 후원으로 교통안전공단과 함께 저소득 교통사고 피해자에 대한 무료법률구조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국번없이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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