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1년 넘게 진행된 중고차 책임보험 도입 준비를 매매업계도 알고 있었는데, 제도가 시행되자 뒤늦게 반발하는 배경이 의문스럽다. 유통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소비자 피해를 줄이자는 게 책임보험 의무화의 목적이다.”
지난 1일 시행된 ‘허위 성능상태점검’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중고차성능·상태점검 책임보험(중고차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가 중고차 매매업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치고 있는 가운데 손해보험업계는 현재의 집단행동을 ‘뒷북’으로 규정,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손보업계 다수의 관계자들은 “중고차 매매는 사고이력을 숨기거나 주행거리를 조작하는 경우, 성능·상태 점검이 부실해 점검기록부가 실제와 다른 경우 등으로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제공 정보가 불투명해 소비자 불만이 지속하고 있는 만큼 이를 법제화 해 소비자 피해를 보상하는 제도를 두고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이제 와서 문제제기를 하는 매매업계의 반응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중고차 피해구제 172건 중 계약 관련 피해가 63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는 대부분 보증수리나 점검기록부의 문제, 사고차량 미고지 등으로 중고차 책임보험의 명분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보험은 중고차 매매업자의 의뢰를 받은 성능점검업자가 중고차 상태와 성능을 점검하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보험금으로 보상하는 구조로, 지난 1일 시행에 들어갔다. 미가입시 벌금은 1000만원이다. 해당 성능점검업체는 전국에 약 350개가 있다.
최근 보험개발원은 보험료 책정에 바탕이 되는 '참조순보험료율'을 각 손보사에 제공하고, 계약 체결과 보험금 지급을 처리할 전산시스템도 개발했다. 보험료는 건당 승용차·승합차가 3만∼4만원대, 화물차가 4만∼5만원대다. 매매상을 통해 거래되는 자동차가 연간 130만대인 만큼, 시장 규모는 약 400억∼500억원이다.
특히 자동차진단보증협회와 공동상품을 개발한 DB손해보험, 자동차매매연합회와 책임보험 공동운영 양해각서를 맺은 메리츠화재 등이 영업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중고차 매매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다양한 집단행동에 나서며 중고차 책임보험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소비자 이익을 위한다'는 애초 취지가 변질됐다는 게 이들이 내세우는 이유다.
매매연합회 한 관계자는 "건건이 의무가입하는 바람에 점검업자들이 보험료와 점검비용을 포함해 대당 10만원, 수입차는 50만원까지 올리면 결국 소비자에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매매업자는 배제한 채 국토교통부, 손보업계, 점검업자들이 모든 것을 정해버렸다"며 "국토부는 민원을 떠넘기고, 보험사는 이익을 챙기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매매업계는 지난 11일 여의도에서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고 청와대에 국민청원도 넣었다. 반대 집회에는 3000명이, 청원에는 1만6000명이 참여했다고 업계는 전했다.
당분간 이 같은 ‘네 탓 공방’은 지속될 전망이다. ‘명분’을 쥐고 있다는 손보·진단보증업계와 이 자체가 ‘밀실 담합의 결과물’이라는 매매업계의 주장이 수평선으로 달릴 경우 제도 파행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의 빠른 중재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매매업계가 국토부 마저 ‘담합’의 당사자로 보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이해당사자들을 한데 모아놓고 의견을 듣는 자리가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더 이상 업계 간 이해관계에 따른 피해를 소비자의 몫으로 둘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