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3년만에 원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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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 신공항, 3년만에 원점으로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19.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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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부울경 합의…“총리실서 재검토”
[사진제공=연합뉴스]

[교통신문 박종욱 기자]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둘러싼 논란이 국무총리실로 넘어가게 됐다.

이를 두고 지역 여론을 반영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과 함께 정부가 절차를 거쳐 결정한 정책이 정치 논리에 따라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는 20일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 김해신공항이 적정한지 총리실에서 논의하기로 하고 그 결과를 따른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부·울·경 단체장의 끈질긴 압박에도 입장을 바꾸지 않던 국토부가 총리실 검토로 급선회한 셈이다.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6월 국토부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계획을 발표하면서 가덕도와 밀양 두 곳 중에서 입지를 고심하다 김해공항에 활주로 1본을 더 넣는 김해신공항 안을 확정한 바 있다. 당시 정부 안이 확정되기까지 10년 넘도록 부·울·경과 대구·경북 지역이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김해신공항 안은 논란을 피하려 ADPi(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에 용역을 맡겨 객관적으로 검토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오랜 갈등 끝에 지자체 간 합의를 통해 김해신공항 안이 추진됐지만, 정권이 바뀐 뒤 오 시장 등 경남권 단체장이 반대하면서 논란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토부는 기존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김해신공항 강행 방침을 고수했다. 국토부는 '입지 변경은 대구·경북 지역 반발이 크고 신공항 건설이 지연될 수 있어 우려된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부·울·경 지역에서는 신공항 검증단을 꾸려 자체 조사를 벌인 뒤 김해신공항이 관문 공항으로 부적합하다며 국무총리실에 최종 판단을 맡기자고 제안했다.

국토부는 이런 제안에도 원안 강행 방침을 고수했다.

그러다 전날 김현미 장관이 부·울·경 단체장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한다는 일정이 알려지며 국토부가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총리실로 이관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결국 관측대로 이날 김 장관과 부·울·경 단체장들은 1시간 간담회 끝에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총리실로 넘기기로 결정했다.

김경수 지사는 합의 후 브리핑에서 "국토부와 여기(간담회)에서 결론 내기가 어렵다는 걸 확인했고, 총리실에서 최종 결론을 내는 게 필요하다는 점에 합의했다"며 "여기에 합의하지 않으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총리실 이관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울·경 단체장들은 그동안 요구한 안이 관철돼 만족한 표정이었지만,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강한 반발 목소리가 나왔다.

경북도 관계자는 "김해신공항 건설은 5개 광역시·도가 합의하고 세계적인 공항 전문기관 용역을 거쳐 결정한 국책사업으로,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고 발끈했다.

대구시 관계자도 "영남권 5개 광역시·도가 합의도 하지 않았는데 김해공항 문제를 재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대구·경북 자유한국당 의원들로 구성된 한국당 대구경북발전협의회 관계자는 "부산과 울산, 경남이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하려는 움직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세계적인 전문기관 용역 조사에서 가덕도는 밀양, 김해 등과 비교해 공항 입지로 가장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날을 세웠다.

총리실은 조만간 국토부로부터 동남권 신공항 관련 서류를 넘겨받아 재검토에 착수할 전망이다.

김경수 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협의 과정에서 가능한 한 신속히 검토를 진행하고 신속히 결론 내는 게 좋겠다는 데 국토부와 부·울·경이 합의했다"고 했다.

김경욱 국토부 2차관은 "부·울·경 검증단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내부 검토를 마친 상태"라며 "총리실에서 검토를 시작하면 저희(국토부) 의견을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김 차관은 "현재 국토부 안으로 김해신공항이 부·울·경 관문 공항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본다"며 국토부 방침에는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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