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나의 취미<서울용달협회 김홍암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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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 나의 취미<서울용달협회 김홍암 실장>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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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天池)없는 백두산을 생각할 수 있을까?
산을 찾는 사람들은 정상만을 얘기하고 또 보고 올라야 직성이 풀리고 곧 목표가 된다.
요즘 웰빙족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너도나도 각자의 인생을 즐길만한 취미를 갖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내가 아는 많은 지인들도 이런 시류에 편승해 테니스, 검도, 헬스 등을 배우거나 즐기고 있다.
그런데 아주 사생결단이다.
단순한 취미로 즐기는 것이 아니고 아예 전문가급의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기를 쓰고 있다.
산에 가면 꼭 정상에 올라야만 한다는 생각과 다를 것이 없다.
건강형편상 예전에 자주 찾았던 산행도 요즘은 어렵지만 오르다 힘이 들면 미련없이 되돌아 내려오는 것이 나의 산행 방법이다.
주변에서는 끈기가 없다고 하고 체력이 약하다는 등 아쉬운 소리들을 하지만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대 정장에 나설 것도 아니니 여유있는 산행이 오히려 득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궁색한 변명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의 유일한 취미인 바둑 수준이 10년째 5급에 머물고 있는 것도 그저 마음 편하게 즐길 정도면 된다는 낙천적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다.
5급이라는 실력이 누구한테 말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이기는 하지만 상대가 없다해도 명국으로 남은 기보를 느긋하게 복기하는(그렇다고 이해할 수준도 아니지만) 맛 때문에 일념에 빠져드는 삼삼한 여유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다.
가끔은 점심시간에 짬을 내 서로 물리기만 하다 한 판을 다 두고 마는 오랜 친구와의 대국이 가능한 세상(인터넷 바둑)이 좋기도 하고 처음 바둑에 빠져들게 했던, 지금은 다 헤져 책장을 넘기기도 조심스러운 기보의 퀘퀘한 냄새가 봄 내음처럼 향기롭게 느껴지기도 하니 5급의 하수가 상수가 되기 위한 노력은 고사하고 곁눈질에 도통(?)한 것이 그래도 즐겁기만하다.
사람 놀리는 것이 취미로 보이는 이들이 가끔 10년째 5급에 머무는 바둑을 조금 우습게 아는 모양이지만 조금은 부족해도 5급의 실력에서 다른 것까지 함께 느끼는 여유가 있는 지금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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