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2차 교통사고 예방 조치, 운전자 안전 우선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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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2차 교통사고 예방 조치, 운전자 안전 우선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 유희근 기자 sempre@gyotongn.com
  • 승인 2019.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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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시 현행 안전삼각대 설치 규정, 현실성·실효성 떨어져”
“비상등 점등·트렁크 오픈으로 대체 가능, 운전자 안전 우선 해야”
“2차사고 ‘차대차’ 유형 많아, 후행 차량 위해 고장 표지 설치 필수”
“30년간 유지된 법제도 바꾸려면 객관적 데이터 뒷받침 돼야” 반론도
“안전삼각대 기준 높여 시인성 향상· 첨단안전장치로 대체” 의견 나와

[교통신문 유희근 기자] 고속도로 등에서 사고나 고장으로 차가 멈추게 되면 삼각대 설치 등의 2차 사고 예방 조치를 우선 해야 할까, 아니면 사고 현장에서 벗어나 안전한 장소에서 경찰 신고 등의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할까.

선행 사고나 고장으로 차량이 정차한 상태에서 탑승자가 차량 안 또는 주변에 있다가 뒤 따르던 차량에 충돌되는 사고를 일컫는 2차 교통사고는 지난 5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여배우 2차 교통사망 사고’로 최근 다시 주목을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 당시 만취 상태였던 그는 3차선 도로 한 가운데 차를 멈춘 후 밖에 나와 서 있다가 뒤에 오는 차량 2대에 잇따라 치이면서 사망했다.

 

▲ 최근 5년간 2차사고 사망자 연평균 37명…치사율 6배

지난달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2차 교통사고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주제발표 없이 자유 토론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2차 교통사고 예방 대처 방안을 놓고 한국도로공사와 도로교통공단 등 교통 유관 기관간 미묘한 입장차로 관심을 끌었다.

현행법(도로교통법 제66조)은 고속도로 등에서 고장 등으로 운행 할 수 없게 되었을 경우 삼각대 등 고장자동차의 표지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 법의 개정 필요성 여부와 관련해 많은 논의가 이뤄졌다.

한국도로공사가 지난해 4월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속도로 2차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연평균 37명으로, 전체 고속도로 사망자의 15.3%를 차지한다.

2차사고 평균 치사율은 52.7%로 일반사고 9.1%에 비해 약 6배 이상 높고, 야간 사고 시에는 치사율이 66%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2차사고는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다 2017년에는 사망자 40명으로 전년에 비해 29%나 급증했다.

이에 도로공사는 지난해 2차사고 예방을 위해 운전자의 행동요령을 개선했다. 기존에는 사고 시 비상등을 켜고 삼각대 설치 등의 안전조치를 한 후 대피토록 했으나 비상등을 켜고 트렁크를 개방한 뒤 대피한 후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신고 및 안전조치를 하도록 했다.

도로공사는 전체 2차사고 사망자의 79%가 고속도로 차로에서 안전조치를 하느라 차량 또는 주변에 있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운전자의 안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점을 반영한 조치라고 운전자 행동요령을 개선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 안전삼각대 실효성 있나…비상등 점등 보다 시인성 낮아

이날 토론회의 주요 논의 소재는 안전삼각대였다.

안전삼각대는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안전용품 중 유일하게 ‘자동차부품’에 속한다.

도로교통법 66조에 따르면 자동차의 운전자는 자동차의 운전자는 고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고속도로 등에서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게 되었을 때에는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표지를 설치해야 한다. 여기서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고장자동차의 표지란 안전삼각대와 적색의 섬광신호ㆍ전기제등 또는 불꽃신호를 말한다.

하지만 안전삼각대는 오히려 2차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운전자가 안전삼각대를 설치하려다 생명의 위태로워지는 상황이 쉽게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정부는 지난 2017년 ‘주간에는 차량 후방 100m, 야간에는 후방 200m에 안전삼각대를 설치해야 한다’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규정을 ‘자동차의 후방에서 접근하는 자동차의 운전자가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설치해야 한다’로 개정했다.

또한 안전삼각대는 시인성이 낮아 2차사고 예방 도구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자동차안전장치를 놓고 야간 주행실험을 한 결과에 따르면, 차량비상등과 불꽃신호기, 전기제등기는 각각 745m, 639m, 617m 뒤에서 인지가 가능했지만 안전삼각대는 270m 앞까지 가서야 인지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이러한 자동차안전용품은 설치하는데 최소50에서 최대 123초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나 위급한 사고 상황에서는 오히려 심각한 2차 인명 피해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안전삼각대 규정 개정해야 vs 객관적 근거 뒷받침 돼야

이날 토론회 패널로 나온 교통 전문가들은 도로교통법 제66조 등에 의해 교통사고 시 안전삼각대 설치 등의 안전 조치를 의무화한 현행 제도는 현실과 맞지 않은 만큼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제도를 바꾸지 않더라도 행동요령을 추가하거나,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보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엇갈렸다.

이현석 한국도로공사 수석연구원은 "이제는 30년도 더 된 안전삼각대 설치 규정을 손 봐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안전삼각대는 후행 차량의 헤드라이트 빛이 반사체에 닿아야 시인성이 확보되는데 일단 안전삼각대의 높이 자체가 너무 낮고 또 2차 사고 대부분이 졸음운전 등 후행 차량의 안전거리 미확보로 발생하는 만큼 운전자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삼각대를 설치할 이유는 없다”며 2차 사고 예방 조치는 무엇보다 운전자가 먼저 대피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용 한국교통안전공단 연구위원도 “고속도로 등에서 삼각대를 설치하라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한 조치”라며 우선 비상등을 켜고 자동차 트렁크를 오픈 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삼각대 등의 교통안전용품 설치는 부가적인 선택 사항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에서도 삼각대 설치 규정이 있지만 고속도로에서는 절대 하지 말 것을 정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자동차 고장이나 사고 상황 등에 따라 세부적인 행동 요령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 측은 지난 30년간 유지된 제도를 바꾸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필요 시 사고 행동요령을 교육·홍보하는 것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정책연구처장은 “최근 5년간 선행 사고로 인한 2차 교통 사고 통계를 보면 차대 사람은 연평균 4건이었던 반면 차대 차 사고는 80건이었다”며 2차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삼각대 등 안전 표지 설치 규정이 폐지되면 차대 차 사고가 더욱 늘어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만큼 제도를 현실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호욱진 경찰청 교통안전계장도 "법과 제도는 공동선을 추구해야 하는데다 국민에 의무를 부여하는 만큼 바꾸는데 신중해야 한다"며 "교통사고 상황과 유형을 일반화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한 가지 상황을 가지고 전체에 적용하는 행동요령 등을 제도로 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 삼각대 성능 기준 제고해야…첨단안전장치 활용 방안도 나와

한편 안전삼각대 성능 기준을 높여 시인성을 개선하거나 자동차에 안전삼각대를 대체할 2차 사고 예방 장치를 장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희성 안전생활실천연합 정책지원팀장은 현재 쓰이고 있는 안전삼각대가 시인성이 좋지 않다고 이를 배제하기 보다는 법에서 정하는 기준을 높여 성능을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로에서 자동차 사고가 나면 현장 보존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주변에서 머물다가 2차 사고가 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무엇보다 2차 사고 예방에 대한 올바른 교육 및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성준 손해보험협회 사고예방팀장 또한 고속도로 등에서 운전자가 설치하는 삼각대는 불꽃 신호 등은 효과도 적고 위험성도 높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자동차에 ADAS 등 첨단안전장치가 보편화되고 있는 만큼 자동차 자제척으로 내부에 2차 사고 예방을 위한 장치가 의무 장착되어 나오도록 하는 아이디어도 고려해 봄직 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 좌장을 맡은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수는 “2차 사고를 줄여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으나 그 방식과 접근 방법에 대해서는 기관별로 조금씩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며 “우선 2차 사고에 대한 정의와 유형 분류 작업이 필요하고 터널이나 교량 등 다양한 도로 지점별 대처 방안 등에 대해서도 종합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이날 토론회를 정리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자유한국당 박완수 의원은 지난해 4월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차량에서 내리는 운전자 및 동승자는 반사안전조끼 등 인명보호장구를 착용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모두 종합하여 도로교통법 개정안 법안 발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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