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태산’ 답 없는 중고차 시장…기업형 강매조직 170명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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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태산’ 답 없는 중고차 시장…기업형 강매조직 170명 적발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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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끼매물로 유인, 욕설 협박…“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1700만원 차가 4100만원, 트럭 사려다 수입차 사기도
20억원 편취…“정상적 시장 아냐…근본적 고민 없어”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중고차 시장에서 허위매물로 유인해 강매한 전형적 불법행위가 또 다시 적발됐다. 고질적 병폐를 해결하지 못해 소비자 피해만 양산하고 있어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인터넷에 허위매물을 올려 중고차 구매자들을 유인한 뒤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다른 차량을 강제로 팔아 총 20억원을 가로챈 기업형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광수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강요 등 혐의로 중고차 판매 조직 총책 A(29)씨 등 6명을 구속하고 중고차 딜러 B(30)씨 등 16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해 1∼12월 인천시 서구에 무등록 사무실 3개를 차려놓고 현장 출동 직원(딜러)과 전화 상담 직원(TM) 등을 두고 조직적으로 범행, C(70)씨 등 구매자 145명에게 중고차를 시세보다 비싸게 팔아 총 21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은 인터넷 광고를 보고 찾아온 구매자들이 허위 매물인 것을 눈치채고 계약을 취소해 달라고 요구하면 다른 중고차를 보여준다며 차량에 감금하거나 욕설을 하며 위협했다. 이어 허위매물로 저렴한 가격에 계약서를 쓴 뒤 "역수입 차량이라 추가 관세 2000만원을 내야 한다"고 속였고, 구매자들이 "허위매물이 아니냐"며 따지면 "계약 취소는 안 된다"며 다른 차량을 사라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매 자금이 부족한 피해자들에게는 폭력조직원이 운영하는 할부 중개업체를 소개해줬다. 피해자 중에는 시가 1700만원인 중고차를 4100만원에 산 이도 있었다. 또 한 70대 노인은 농사에 쓸 500만원짜리 트럭을 사려다가 협박을 받고 3000만원에 수입 승용차를 구입하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다. 좋게 끝내자"고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강요하거나 계약서를 폐기하는 등 단속에 대비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러자 업계 일각에선 언제까지 안일한 대응으로 중고차 신뢰도를 잃어야 하는지에 대한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찰도 매번 싼 중고차를 의심하라는 등 원론적 당부에만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도 중고차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지 몇 해가 지나고 있지만 시장은 나아진 게 없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회의적 시각도 많다. 이제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업계 스스로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뼈를 깎는 자구책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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