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공세에 車부품업계도 비상등 ‘점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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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규제 공세에 車부품업계도 비상등 ‘점멸’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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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재·공급선·기술경쟁력 확보 ‘삼각편대’로 방어선 구축
공격 대상 주목받던 ‘MLCC'…“특허기술 아냐 여파 없어”
안도하긴 일러 정부와 발맞춰 유기적 대응체계 마련 시급
전장부품 증가 추세에 CFRP 등 소재분야 약점 극복해야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일본 수출규제 여파가 한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당장 안보상 우호국 성격인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할 경우 국내 자동차부품업계의 부품·소재 공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지만 국내 부품기술의 경쟁력과 대체재가 충분하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과 다르게 공급망이 글로벌화 돼 있어 그 파급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가 정책적으로 밀고 있는 수소전기차의 경우 핵심부품의 일본 의존도가 높은 점은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어 수소연료 저장용기를 만드는 고강도 탄소섬유(CFRP) 등 소재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대체 수입선을 다양하게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내에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현실화하는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 직·간접적으로 부품업계도 영향권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 대응과 별도로 업계 자체적인 유기적 대응체계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 “파장 미미…대체재 수급 등 대응준비 완료”

국내 부품업계는 우선 일본의 공세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아직까지 그 칼날을 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자동차 엔진과 변속기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으로 수출규제 항목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에 ‘파장이 약할 것’이란 입장이다.

여기에는 대체재가 충분하고 국산 기술력이 높은데 따른 자부심이 깔려 있다. 국내외로 수입선 다변화가 가능한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 다수의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 큰 위기감을 갖고 있지 않다. 대체재를 국내외적으로 공급할 수 있고, 특정 부품에 있어 일본 업체들의 공급 비중이 높다고 하더라도 특허 기술을 요하는 부품이 아니라서 수급이 어렵지 않다”고 밝혔다.

일본 수출규제 이후 가장 먼저 주목을 받은 부품은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이다. 엔진과 변속기(파워트레인) 및 전장부품에 들어가는 이 부품은 상당수가 일본산이다.

하지만 국내 완성차 및 MLCC 제조업체 등 관계자는 자동차 파워트레인과 전장에 들어가는 MLCC 시장에서 일본산 비중이 높긴 하지만 한·일 무역분쟁에 따른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산 업체로의 변경 및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MLCC는 각종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으로,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 등 능동부품이 필요로 하는 만큼 전기를 공급해 원활하게 동작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가전제품, 전기차 등 반도체와 전자회로가 있는 제품에 들어간다.

내연기관차 파워트레인에는 400여개 안팎의 MLCC가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전자제어장치 등 첨단부품이 늘면서 전장용 MLCC 수요도 최근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이러자 일각에선 한·일 경제전쟁이 부품업체에 바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전 세계 MLCC 시장에서 무라타제작소, TDK 등 일본 제조업체의 점유율이 60%에 달해서다. 특히 자동차 파워트레인과 전장에 들어가는 일본산 MLCC 비중은 더욱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우려는 금방 불식됐다. 대체재가 충분하다는 것이 이유다. 당장 국토교통부나 환경부의 인증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일정 기간 시간이 필요하나, MLCC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의 기술력이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또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 항목과 연관된 업계와 업체에 일시적인 규제완화와 인증 절차상의 신속처리를 지원해주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하고 있어서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 전장용 MLCC는 자동차 안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높은 수준의 신뢰성과 내구성이 필요해 정부 인증 기간이 다른 IT 제품 등에 비해 긴 편이다.

국내 MLCC 생산 업체는 삼성전기를 비롯해 삼화콘덴서, 아모텍 등이 있고 비중은 크지 않으나 중국과 대만 업체들도 생산하고 있다.

MLCC가 일본의 공격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미래자동차의 핵심기술인 자율주행이 보편화되면 수요가 증가할 것이 예상돼서다. 업계는 최소 2000개에서 최대 4000개까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1대에는 1만여개의 MLCC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MLCC 시장의 20% 수준이던 전장용 MLCC는 2024년에는 약 3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2016년부터 MLCC를 생산한 삼성전기가 지난해 부산에 전장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며 전장용 MLCC 사업을 본격 육성하고 있는 점도 이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대부분의 MLCC 생산업체가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엄격한 검증을 통과한 후 공급도 늘리는 추세다.

수소전기차 핵심부품 의존도 탈피는 지금부터

일본이 자동차부품 관련 수출 규제에 나서더라도 국내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업계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만 마냥 안도할 수만은 없다. 수소전기차의 경우 핵심부품의 일본 의존도가 높다는 게 걸림돌이다. 수소연료 저장용기를 만드는 국산 고강도 탄소섬유(CFRP)가 아직 인장강도와 무게 등을 동시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서다.

최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일본을 방문한 이유가 대외적으로 대한양궁협회장 자격으로 ‘2019 도쿄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프레올림픽)’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자동차 부품·소재 수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어 수소전기차에 주력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현지 공급망 점검을 하러 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에선 모든 상황을 대비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별도 핵심 부품별로 대응전략과 동시에 부품산업 전반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차량용 부품이 미국산 반도체 비중이 높고 다양한 글로벌 수입선이나 대체재, 해외 기술 경쟁력이 강한 게 사실이지만 지금은 어느 하나 방심할 수 없는 유례없는 경제적 위기 상황에 놓여 있는 만큼 업계가 범정부 차원의 대응방침에 발맞춰 공동으로 움직임 수 있는 시스템을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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