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누군가의 어머니이자 아버지, 우리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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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누군가의 어머니이자 아버지, 우리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 임영일 기자 yi2064@gyotongn.com
  • 승인 2019.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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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재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북부본부 본부장

[교통신문]‘끼이익!’자동차의 굉음이 뚜렷하게 들려왔다. 본능적으로 소리가 난 곳으로 시선이 향했더니 나타나는 장면, 바로 교통사고로 이어질 뻔한 급격한 순간이었다. 급하게 멈춰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타이어, 위태로운 눈으로 땅에 넘어진 나이든 어르신, 두 장면이 상황의 긴박함을 말해주고 있었다. 최근에만 겪은 일이 아니다. 도로에 나가면 어김없이 이런 장면들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급박한 순간에 여전히 이어지는 장면이 또 있다. 빠르게 건널 능력도 없으면서 가까운 거리에서 튀어나와 위험했다는 차주와 사람이 건너는데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나이든 보행자의 설전이 그것이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더욱 위험한 순간이기도 한데 운전자와 보행자라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안타깝기만 하다.

문제는 이러한 사고를 목격할 수 있는 것이 순전히 우연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경찰청에서 조사한 연령층 별 교통사고 및 사망자 비율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고령자 관련 교통사고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연령층별 사망자 비율에서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05년 26.7%에서 2017년에는 42.2%까지 증가했다. 이는 교통사고 예방업무에서 고령자에 대한 대책 역시 매우 중요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인구 구성에서 노년층의 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사회에 직면한 우리의 상황에서 그 중요성은 더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할 것이다.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먼저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르신 교통사고의 원인은 안전 제도의 부족, 인지 및 대처 능력 부족, 양보 문화의 부재 등 다양한 원인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에 선행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그들을 교통 약자로 인지하고 보호하고자 하는 우리의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어린이를 위해 보호구역을 설정하고 당연한 보호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어르신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보호 인식이 없는 것이 우리의 교통현장이다. 이러한 인식은 제도적 상황으로도 이어진다. 고령 보행자를 위한 ‘실버존’ 제도가 그 단면을 잘 보여준다. 실버존은 30km 제한속도가 지정된 노인보호구역을 의미하며 지난 2008년에 설치하기 시작해 시행된 지 이미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그 실효성은 미미하다.

경찰에서는 노인 통행인구를 감안할 경우 전국에 7157곳의 실버존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으나 전국에 실버존은 약 10% 수준이다.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설정한 스쿨존이 전국적으로 1만6000 곳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그만큼 노인은 우리 교통 환경에서 배려가 필요한 약자라는 인식이 사람들에게서 부족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생각은 몸을 움직이고 문화를 만드는 힘이 있다. 모든 것의 시작이 생각과 인식에서 출발한다. 음주운전에 대한 분노가 처벌을 강화했고, 어린이에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이 스쿨존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이제는 어르신에 대한 국민적 의식과 공감대가 함께 이루어진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아버지이고 우리의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이제는 노인 교통사고의 가장 큰 원인을 우리의 보호 인식 부족으로 돌려야 한다.

모든 사람이 어린 시절을 지나왔던 것과 같이,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든다. 그렇기에 고령자에 대한 배려와 이해는 필수적이고, 결국 미래의 자신을 위한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어르신 교통사고를 줄이는 방법은 결국 어렵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그분들을 약자로 인식하고 배려하는 게 안전과 사고 예방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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