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표성의 오만과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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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표성의 오만과 편견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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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언제나 화를 부른다. 몇몇 사례를 바탕으로 하는 개인의 주장이 다수의 주장인양 둔갑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인데 이런 착각이 단체나 조직에서 나온다면 그 여파에 따른 갈등은 사회적 비용과 소모적 논쟁을 동반해서다.

일반화의 오류란 일반적으로 모든 개체군 중에 비효율적이게 일부 집단만을 통계로 조사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폭넓은 결론에 도달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자주 하는 착각 중 하나이다. 최근 정비업계가 이 같은 오류를 갖고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길을 달리하는 서로가 ‘일부 여론의 대표(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주장을 전체(착각)’라며 이전투구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초 정비업계는 두 개의 진영으로 쪼개졌다. 기존 전국검사정비연합회 소속 시도조합 일부가 탈퇴해 '독자노선'을 선언하면서 갈등은 시작됐다. 그 배경의 정치적 이유를 떠나 전국에서 가장 정비사업자가 많은 서울, 경기조합 등이 '탈퇴'에 뜻을 같이 하며 현재 국토부 현황에 따르면, 갈라진 양 측의 정비사업자수는 엇비슷한 규모를 갖게 됐다. 여기서 대표성에 대한 딜레마가 시작된다. 마치 외관상으로는 정확하게 뜻을 달리하는 비슷한 규모의 두 개의 집단이 생긴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서로 간의 지위는 달랐다. 한쪽은 관할부처인 국토부의 인가단체 지위를 여유롭게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은 그렇지 않다. 앞서 국토부는 ‘기존 연합회에 가입된 경우 신규 설립 연합회에 중복가입이 불가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고 여전히 탈퇴파는 그 해석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탈퇴파는 신규 연합회 구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벌써 인가를 위해 '6수'에 도전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탈퇴파의 국토부 인가 신청 절차를 두고도 말들이 많다. 업계에서 회자되는 '서면결의' 등 의사결정의 대표성을 확보하려는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것은 갈등의 본질이 아니다. 양측 모두 업계 일부의 의견을 스스로가 대표하고 있다며 착각하고 있다는 게 본질이다. ‘부분’을 ‘전체’로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단체든 구성원 모두의 의견을 만장일치로 대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고, 그에 따른 결과에 따라 단체나 이사회 등에게 대표성을 부여하며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확보하고 정당성도 보장해 주고 있다. 그렇다고 소수의 의견이 사라지는 것도 아님을 항상 자각하면서.

양측 모두 자신의 입맛에만 맞는 업계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비합리적 주장의 재생산 외에 어떠한 합리적 노력도 눈에 띠지 않는다. 지금의 정비업계의 모습은 더도 덜도 말고 그저 우리가 익히 보아온 권력투쟁의 한 모습에 불과하다. 이제 대표성의 오만과 편견을 거둬들이고 단체의 존재 이유를 되새겨야 할 때가 됐다. 서로가 모든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는 대표성의 착각에 빠져 있는 사이 업계의 피로감은 한계치에 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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