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철도문화의 사회적 가치와 합리적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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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철도문화의 사회적 가치와 합리적 공유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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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사람은 시간과 공간을 누리고 지배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철도를 좋아하는 나는 여행을 할 때면 철도와 관련된 문화시설과 박물관에 들르곤 한다.

최근에도 가까운 의왕의 철도박물관에 다녀왔다. 내부 수리중이어서 보고 싶은 자료만 보고 돌아왔지만 우리나라를 달리던 파시형 증기기관차, 대통령전용객차, 경인철도레일 등 다양한 철도문화유산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의왕 철도박물관은 1981년 10월5일 용산 철도고등학교 내 작은 전시실에서 1988년 1월26일 의왕으로 옮겨 신축 개관하였다. 1997년 4월1일 서울역에 2관을 개관했으나 2004년 폐지되었으며 의왕으로 이전·통합됐다. 1만여 점이 넘는 유물 중 2008년 10월 17일 대통령전용객차 외 8점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고 2010년 1월1일 1종(전문)박물관으로 등록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철도박물관은 우리나라의 근대 역사와 질곡을 같이 했으며 역사를 조명하고 경제성장의 동력을 확인하는 사회경제적 유산이다. 해외의 경우에도 철도를 근대화, 산업화 발전의 주요한 사회적 자산으로 설명되고 있는데 영국과 일본 등이 바로 그러한 예이기도 한다. 따라서 철도박물관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철도를 연결하는 구제적인 자료를 보존하고 설명하는 실제적인 장소로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이다

박물관의 기능은 역사적인 자료와 보존은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위한 자료로 중요하다. 그간 해외 철도자료 수집을 위해 영국, 일본, 중국, 타이완, 스위스 등 각국의 철도박물관을 보면서 이러한 생각은 더욱 절실해졌다.

철도박물관의 기능은 첫 번째로 철도와 관련된 문화와 자연에 대한 기록과 기억의 계승이다. 가능한 한 원형 상태로 다음 세대에게 물려 줄 수 있다. 우리들은 철도박물관에 전시된 유·무형의 유산을 통해 철도와 관련된 과거와 현재의 삶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환경요인의 변화에 대한 정보와 시야를 넓혀줄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교육과 체험의 역할이다. 우리나라 철도가 가져온 발전상을 통해 일반 대중은 자긍심과 국가적·문화적 정체성을 고양하고 전통적 문화 가치를 함양할 수 있다. 또한 교육적으로 학습과 체험이 가능하여 시민들의 지적수준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철도소장품을 통해 철도기술의 변화와 연속성과 철도산업의 발전상을 공유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철도의 산업과 경제적 역할이다. 현재 박물관은 지역개발과 관광사업의 하나로서 지역 경제에 활력을 주고 있다. 박물관 판매장이나 레스토랑, 주차장, 인접한 호텔과 상가는 관광객의 욕구를 충족, 소비성향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 또한 박물관 소장품에 대한 캐릭터 및 상품화는 박물관 재정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상당한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물관 주변이 하나의 문화단지로 형성되고 관광사업과 연계된다면, 결과적으로 직업의 창출과 고용이 증대되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여가선용과 재미를 주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가족과 함께 편하게 즐길 수 있고 필요할 때 책을 읽고 사색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철도관련 문화재는 박물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역과 건축물, 교량, 차량, 철도가 가져온 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있다.

이번 여름에도 필자는 철도관련 자료 수집을 위해 강경역과 장항역 그리고 대전역, 연무대역 주변을 돌아보았다. 철도가 만든 지역의 변화와 문화 등을 확인하면서 드는 생각은 이러한 자료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귀중한 것들을 함께 많은 사람들 그리고 미래 세대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무엇 일까하는 생각해 보았다.

여기서 제안하고 싶은 것은 철도문화와 박물관 등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국가에서 지원하는 제도와 틀의 도입이다.

영국과 중국은 철도문화재와 박물관에 국가지원체계가 확립되어 있으며 일본의 경우는 기업지원금에 의존하여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운영회사의 지원에 관해서는 과거 오사카 교통박물관의 예를 보면 잘 나타나 있다. 이곳은 1962년 오사카 환상선을 완성한 기념으로 국유철도가 이 박물관을 개관하였지만, 1987년 일본 철도가 민영화가 됨으로 인하여 ‘서 일본철도주식회사’가 소유하여, 교토역 근처의 우메코지 증기기관차박물관과 함께 ‘교통문화진흥재단’에서 위탁 운영했다. 이는 교토 서일본철도박물관에서도 같은 형태로 운영되었다. 운영주체인 서 일본철도회사에서는 박물관 사업을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지원하고 있어 향후 우리나라에도 좋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한편 2007년에 개관한 사이타마에 있는 동 일본철도박물관은 ‘동 일본철도문화재단’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다. 동 일본철도문화재단의 경우도 자체수입이 약 40%, 나머지 60%정도는 동 일본철도주식회사에서 지원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에도 철도박물관의 운영은 연간 약 90%의 정부 지원과 지역의 협력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용객은 무료로 이를 이용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우리나라의 경우도 철도 문화 보존을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와 함께 체계적인 지원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등록문화재의 확충, 새로운 철도박물관의 추가 건립, 문화유산의 보존활동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철도관련법에 문화재 보존조항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철도문화 보존을 위한 행·재정적인 조항을 추가하고 이를 근거로 문화 보존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사회적 가치가 더욱 중요시 되는 시대에 이를 공유하는 제도적인 장치들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객원논설위원·이용상 우송대학교 철도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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