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택시캠페인] 보복운전Ⅱ
상태바
[2019 택시캠페인] 보복운전Ⅱ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19.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회 전체에 만연한 ‘명백한 교통폭력’
택시에 위협 느낀다는 의견 많아
택시운전자는 “근거없는 이야기”
사고 시 피해자 주장에 힘 실려
철저한 준법운전 통해 예방해야

[교통신문 박종욱 기자] 일반 운전자들에게 도로 위에서 만나는 가장 위협적인 차량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도시지역에서는 택시, 고속도로에서는 대형 화물차를 대부분 첫 손에 꼽는다.

대형화물차에서 느끼는 위협은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는 것이지만, 택시의 경우 어떤 이유로 일반인들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있을까. 그것은 택시가 자주 난폭운전으로 일반인들의 자가용 승용차 운행에 위협적으로 느껴지게 한다는 답이 돌아온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또 근거가 애매한 택시에 대한 막연한 인식이 그런 대답에 바탕이 되고 있다 해도 택시의 운행이 보통 운전자의 운전과 다른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난폭운전 요소, 나아가 보복운전 요소가 더러 발견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며칠 전 경찰은 다소 이례적인 발표를 했다. 심각한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난폭·보복운전이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증가해 집중 단속에 나선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오는 9일부터 100일간 난폭·보복·음주운전 집중단속에 들어간다고도 했다.

올해 1∼7월 난폭운전과 보복운전 처리 건수는 각각 5255건, 34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난폭운전은 51.0%, 보복운전은 16.2% 증가한 것이다. 이것은 차종을 구분하지 않고 우리사회에 만연된 난폭, 보복운전의 수준을 말해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택시는 주로 대도시지역에서 운행하면서 수많은 자가용 승용차들과 어울려 운행하는 특성상 자주 다른 운전자들이 자극적으로 받아들일만한 운전을 한다는 점에서 보복운전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특히 대도시지역에 과도하게 밀집된 택시 운행대수도 택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하는 한 요인이 된다고 한다.

택시 운전자 김기택씨(55)는 “택시가 다소 급하게 운전하는 경우는 있어도 보복운전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복잡한 대도시에서 가능한 것도 아니고, 만약 그런 행위를 한다면 도처에 설치된 CCTV와 자가용 승용차마다 설치된 블랙박스가 죄다 촬영을 하는데 무슨 수로 감당하겠는가. 예전 간혹 택시의 무리한 운전, 난폭운전이 문제가 된 적이 있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택시가 과속하는 것조차 대부분 사라졌다. 택시 민원을 보더라도 보복운전 이런 것은 없고 승차거부냐 아니냐 등이 문제가 되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택시의 난폭운전이 더러 보복운전으로 비쳐지기도 한다고 말 하는 이도 없지 않다.

자가용 승용차 운전자 김선숙(45)씨는 “두어 달 전 낮에 업무차 자동차를 몰고 올림픽도로를 달리는데 시간에 쫓겨 속도를 높였다. 그러나 보니 자연스럽게 끼어들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는데, 하필이면 택시 앞으로 끼어든 것이다. 그 순간 ‘아, 하필 택시…’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잠시 후 다시 속도를 높여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는데, 느닷없이 택시가 내 차 옆을 스치듯 지나가더니 수 십미터 앞에서 내 차 앞으로 차선을 바꾸는 것이었다. 그 순간 겁이 났다. 사실 내가 끼어든 택시가 차선을 바꿔 내 옆으로 속도를 높여 달려 나가면 ‘아 내가 택시를 자극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겁부터 나곤했는데, 그 날도 영락없이 그런 상황이었다. 다행히 옆차로가 비어있었고 나는 잇따라 차로 두 개를 바꿔 타고 오른쪽 차로를 따라 올림픽도로를 빠져 나왔다. 백미러를 통해 택시가 계속 따라오는지 자꾸만 돌아봤지만 그 택시는 발견되지 않아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택시의 난폭운전, 보복운전 가능성에 대해 “택시는 누군가가 자기보다 앞서 가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고, 특히 추월을 당하거나 끼어들기를 당하게 되면 그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재차 택시가 앞서 달리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택시의 보복운전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씨는 “택시는 유난히 여성 운전자를 무시하는 듯하다. 다른 차들이 추월을 하거나 끼어들기를 할 때는 그렇지 않은 듯 하다가도 여성 운전자인 내가 끼어들면 그것을 참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니 여성운전자들이 택시에 대해 ‘겁난다, 위협적이다’라고들 말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택시 운전자들은 반대 입장을 이야기한다. 서울의 또다른 택시운전자 조광선(59)씨는 “택시운전자가 여성운전자를 무시하거나 일부러 겁을 준다든지 하는 일은 없다. 그러나 적지 않은 여성 운전자가 운전에 서툰 것만은 분명하다. 쭉 빠져나가야 하는 상황에도 멈칫대며 나아가지 않고, 그러나 느닷없이 내 차 앞으로 끼어들면 답답해서 그대로 운행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택시 특성 상 가능한 한 빨리 움직여야 하는 문제가 있어 부득이 그 차를 추월하거나 앞서 달려나가는 일이 생긴다. 이것을 보고 보복운전이라고 하면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이 상황을 두고 보복운전인지 아닌지 여부는 동영상 등 보다 정확한 증거자료가 필요하나, 문제는 택시가 아닌 다른 자동차의 운전자가 택시에 대하여 위협을 느끼거나 겁을 먹게 되는 일이 생긴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그런 상황을 피하는 것이 논란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인 것은 불문가지다.

사실 택시 운전자가 아무리 운전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스스로 보복운전을 할 정도로 무모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런 상황도 결코 흔하지 않다. 택시의 경우 시내 지리정보에 익숙하고 교통법규를 잘 일고 있다는 점, 운전조작 능력이 다른 사람에 비해 뛰어나다는 점, 더 많은 영업수익을 올리기 위한 시도 등 여전히 위협적으로 비춰질만한 운전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택시가 위협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지적하는 택시의 과속, 난폭운전이 상대방인 일반인들에게는 보복운전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로 인해 야기되는 교통사고에서의 법적 판단은 가해자보다 피해자의 주장에 보다 힘을 실어주고 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즉 ‘내 차 앞으로 끼어든 다른 차량의 서행운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나는 보복의 의도가 없이 그저 속도를 높여 달리다 그 차 앞으로 끼어들기를 했을 뿐’이라고 말해도 그것 때문에 사고가 났다면 피해자가 그것을 위협으로 느끼며 보복운전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를 회피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택시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운전은 스스로 자제하며 법규를 준수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저 지나치다가도 문제가 되면 법규를 위반한 부분이 쟁점이 되고, 피해자의 진술과 주장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 되면 사고 책임은 고스란히 택시에 돌아온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