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양보없는 교통현장’을 보며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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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양보없는 교통현장’을 보며 생각한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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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최근 한국교통안전공단 조사 결과 지방 2개 도시에서 신호등 없는 건널록을 통과하는 자동차 10대 가운데 1대만이 보행자에게 통행을 양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가 유난히 보행자 교통사고 비중이 높은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한편으로는 ‘양보없는 대한민국’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적지않게 충격적이다.

비슷한 사례는, 자동차 운전자라면 누구나 겪어봤음직한 현상으로, 옆차로로 옮겨가기 위해 옆차로의 주행상황을 살피다 이만하면 됐다 싶어서 방향지시등을 점등했을 때 옆차로 뒤쪽에서 오던 자동차가 갑자기 속력을 높여 달려오면서 더러 전조등을 깜빡이거나 심지어 경음기를 누르는 일까지 발생한다. 이것은 옆차로로 옮겨오지 말라는 신호다. 즉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표시이기도 하다.

자동차운전에서 나타나는 일 역시 사회적 현상의 하나라는 점에서 ‘양보없는 대한민국’의 또다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이와 같은 ‘양보없는 운전행태’는 당사자들의 다른 일상에서 반드시 나타나게 돼있고 전혀 예기치 못하는 사이 생활화 되어 ‘양보’가 사전에만 남은 단어가 돼 가고 있다고 말한다.

‘양보’는 무엇인가. 사전에서느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여 자기의 주장이나 생각을 굽히고 그의 의견을 좇는 일’이라고 돼 있다. 그렇다면 ‘양보없는 사회’란 결코 다른 사람의 주장이나 의견을 좇아가지 않는 사회라는 의미여서 크게 걱정스럽다.

단순히 교통생활의 범위로만 축소해 이를 생각해도 아찔하다. 타인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표시해도 이를 수용하지 않고 내가 가겠다고 결정한 방향만 고집해 내달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이것이 우리나라가 ‘교통사고 왕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한편으로는, 자동차 운전자들만 ‘양보없는 행동’의 주체로 돌리기에는 아쉬움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 보행자들의 행동양식 또한 개선의 여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알아서 비켜가겠지, 알아서 멈춰주겠지 하는 안이함과 무지가 운전자들에게 ‘양보’가 사라지게 한 원인이 되게 한지도 모른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공단의 조사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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