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섬, 음악 가득한 공간으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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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섬, 음악 가득한 공간으로 ‘재탄생’
  • 임영일 기자 yi2064@gyotongn.com
  • 승인 2019.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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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전용 라이브홀·뮤직라운지·잔디마당 등
누구나 드나들며 문화 향유하는 복합문화기지化"

[교통신문 임영일 기자]서울 한강 한복판에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너른 잔디밭 공연장과 456석 규모 대중음악 전용 라이브 홀이 생겼다. 한강 물 위에 있지만 배를 타고 가지 않아도 된다. 동작구와 용산구를 잇는 한강대교 한가운데에 훤히 트인 입구가 번듯하게 자리잡았다.

입구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고, 인근 지하철 역(노들역, 용산역)에서 한강대교 인도를 따라 도보로 10~20분이면 다다른다. 버스정류장 이름도 '노들섬'이다. 과거 한때는 서울시민들에게 한강 놀이문화의 중심지였으나 지난 60여년 잊힌 공간이었던 노들섬이 다시 시민 곁으로 돌아온다.

서울시는 노들섬<사진>을 '음악을 매개로 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오는 28일 개장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름은 많이 들어봤으나 뭐 하는 곳인지 몰랐다"는 노들섬이 '음악이 흐르는 섬'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최근 찾아간 노들섬은 젊은이들로 가득 찼다. 개장을 앞두고 한달여 시범운영 기간 주말마다 다양한 대관 공연이 열리는데 30~31일에는 잔디밭에서 'CGV 그린시네마'가 진행됐다. 야외에서 영화도 보고 라이브공연과 다양한 이벤트를 즐기는 이 행사의 참가비는 3만7000원인데 매진됐다.

선선한 강바람이 불어오는 화창한 날씨 속에 노들섬을 찾은 젊은이들은 경관과 음악, 영화를 두루 즐겼다.

노들섬은 크게 4가지 관으로 구성된다. ▲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대중음악 전용 라이브홀과 뮤직살롱, 소규모 음악·문화 기획자들의 사무실 ▲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하는 서가·공방·마켓·패션스튜디오 ▲식음료를 제공하는 레스토랑과 음식문화살롱 ▲자연을 느끼는 잔디밭 노들마당과 노들숲을 바라보는 다목적홀(대형홀과 강의실) 등이다.

새로 거듭난 노들섬을 설계한 맹필수 MMK플러스 소장은 "시간의 켜가 쌓여있는 노들섬의 자연미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건축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맹 소장은 "섬의 풍경을 해치지 않도록 건물을 튀거나 화려하게 짓지 않았고 시선의 막힘 없이 서울의 풍광을 볼 수 있게 배치했다"면서 "무엇보다 환경을 훼손하지 않도록 가장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노들섬에는 멸종위기종 맹꽁이 집단 서식지가 있다. 2005년 환경단체가 발견한 이후 노들섬의 개발계획은 곧 '맹꽁이 서식지 파괴' 논란으로 이어졌다.

여러 논의 끝에 노들섬 서쪽 텃밭에서 발견된 맹꽁이 서식지는 2017년 섬 동쪽 노들숲으로 옮겨졌다. 비가 오면 맹꽁이 울음소리가 노들섬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음악이 된다.

노들섬은 한강대교를 놓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섬 중지도에서 출발한다. 원래 백사장이 있던 곳에 둑을 쌓아 올려 다리를 받치게 한 섬이다.

1937년 한강수영장을 개장한 이래 1960년대까지 중지도와 인근 백사장에서 사람들은 물놀이를 즐기고 스케이트를 탔다. 그러다 1970년대 중지도 확장매립공사, 강변북로 공사 등의 과정에서 백사장의 모래가 사라지면서 그 자리로 강물이 흘러들어 현재와 같은 노들섬이 생겨났다.

'노들섬'이라는 이름으로 바뀐 것은 1995년이며, '노들'은 '백로가 노닐던 징검돌'을 뜻한다. 노들섬 면적은 15만㎡로, 서울광장의 9배 크기다.

그간 노들섬을 둘러싸고 유원지, 관광타운, 문화콤플렉스, 한강예술섬, 오페라하우스 등 여러 개발 계획이 세워졌다가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노들섬은 '아는 사람만 아는' 텃밭이자 테니스장 등으로 방치되며 잊혔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전문가, 시민들과 함께 다양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16년 국제공모를 통해 노들섬을 '음악을 매개로 한 복합문화기지'로 조성하기로 결정하고 2017년 10월 착공했다.

개장을 앞둔 노들섬은 현재 편의시설 임대가 100% 완료된 상태다. 공공시설인 만큼 입주업체는 사회적기업 위주로 선발해 임대료 할인혜택을 줬다.

노들섬 운영을 맡은 어반트랜스포머의 김정빈 고문(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은 "사회적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직원들이 발품을 많이 팔았고 의미있는 업체들을 다수 유치했다"고 밝혔다.

한동안 잊혔던 노들섬이 음악공연과 함께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를 갖추고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서울시는 "노들섬은 일반적 문화시설과 달리 시민 문화공간을 조성한다는 취지에 맞게 시민 공모로 개발계획을 세워 진행한 첫 사업"이라며 "가족, 연인, 친구끼리 섬을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시민 공간으로 되살아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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