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전기차 배터리 산업 기상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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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전기차 배터리 산업 기상 전망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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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배터리 재활용, 신사업으로 ‘낙점’…분위기는 ‘내우외환’
연이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배터리 시장성에 ‘찬물’
‘LG화학 VS SK이노’ 전쟁에 LG화학·삼성SDI는 국감 출두
현대차그룹, 기술협력으로 ‘분투’…글로벌 경쟁력 손상 우려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전기차가 활성화되기도 전에 전기차 인프라의 핵심 중 하나인 배터리를 두고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한 달도 채 안 돼 두 차례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각광받던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하반기 수주의 물꼬를 트기도 전에 또 다시 난항을 겪고 있고, 배터리 기술 특허 관련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은 점점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친환경 미래자동차의 기준이 되는 전기차 배터리의 현주소는 이렇듯 폐배터리 대책 미비와 ‘집안싸움’으로 점철돼 있다. 이런 모습이 잘 나가던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우려가 나온다. 향후 전기차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업계가 풀고 가야할 배터리 이슈의 오늘과 내일을 짚어봤다.

원인 모를 ESS 화재에 업계 ‘긴장’…시장 전망 ‘흐림’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주목받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또다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ESS는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는 장치다. 경북 의성소방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7시36분께 군위군 우보면 한 태양광발전설비업체 ESS 저장소에서 불이 났다. 불은 15.97㎡ 규모 저장소와 안에 있던 ESS 모듈 153점을 모두 태워 4억6000여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낸 뒤 2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ESS 화재는 2017년 8월 전북 고창의 ESS 설비에서 불이 난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23건의 화재가 잇달아 발생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민관합동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업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배터리 제조사는 각각 LG화학, 삼성SDI다.

ESS 화재가 이어지자 기대했던 시장 회복은 멀어졌다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온다. 하반기 수주 경쟁이 시작도 되기 전에 악재를 만난 것이다.

ESS 배터리 및 전력솔루션 업계에 따르면, ESS 시장의 회복 기류는 조금씩 감지되고 있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ESS 분야에서 아직 내세울 만한 수주는 없다. 고객들과 지속해서 협의 중인 상황"이라며 “설계·시공(SI) 업체 또는 소비자들의 설치 문의가 지속해서 들어오고 있고, 실제 수주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수주는 보이지 않지만, 불확실성은 확실히 상반기보다 줄어들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충남 예산군 광시면 미곡리에서, 24일 강원 평창군 미탄면 평안리에서 ESS 화재가 이어지자 미세한 기대감은 우려로 바뀌었다.

조사 시간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듯 ‘조사 특성상 화재 원인을 밝히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 결국 지난 6월 ESS 화재에 대한 민관 조사 결과와 고강도 안전대책이 나온 이후 업계는 하반기 업황 회복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지만, 최근의 두 차례 화재가 시장 전망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된 것이다.

지난 2일부터 시작한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배터리 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국회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등 예민한 이슈를 다루겠다며 주요 업체들의 최고경영자들을 부르면서다. 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ESS 배터리 화재 문제도 산자위 국감에서 도마 위에 오른다. LG화학 김준호 부사장과 삼성SDI 임영호 부사장이 7일 산자부 에너지분야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 산자위는 애초 임 부사장을 2일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임 부사장 출석일을 7일로 바꾸고 김 부사장도 같은 날 증인으로 추가해 ESS 문제를 함께 다루기로 결정했다.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은 ‘속도’…비즈니스 물량 확보 ‘관건’

이런 가운데 국내 완성차업계의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한 신사업 추진은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국내 최대 규모의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 사업을 벌인다고 밝혔다. 한수원이 추진 중인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연계해 2021년 말까지 총 10㎿h 규모의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ESS 시범사업을 전개한다는 것. 국내 최대 규모로 추진되는 양사의 시범사업은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ESS의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고 실질적인 사업성을 검증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현대의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한수원이 공동으로 투자해 울산공장 내 구축한 태양광 발전시스템에 오는 11월까지 2㎿h 규모의 ESS를 설치하고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전기차 폐배터리는 잔존가치가 70~80%이상인 경우 에너지저장시스템(ESS)용으로 재사용이 가능하고 성능이 크게 떨어진 폐배터리도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등 희귀금속을 추출해 재활용이 가능하므로 ‘전기차 폐배터리 친환경 재활용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폐배터리 처리 문제는 여전히 당면 과제를 안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리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재사용과 재활용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사용은 EV에 사용된 배터리를 모아 ESS 등 대용량 기기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재활용은 재사용된 배터리, 배터리 R&D 및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Scrap, EV 배터리 중 조기 폐기 처분된 배터리를 해체해 리튬, 코발트 등 원료를 재추출하는 방식이다.

비즈니스 차원에서 발생하는 비용 효율성 문제에 대한 지적도 많다. 충분한 리사이클링용 폐배터리 물량 확보가 어렵다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내구연한이 끝난 EV, ESS 물량이 많아지면 상황이 변할 수 있지만 현재는 비즈니스로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만큼의 폐배터리 원료 확보가 용이치 않아서다. 발화, 폭발 가능성 등으로 각지에 흩어진 폐배터리를 안전하고 저렴하게 한 곳으로 수집하기는 쉽지 않다. 안정성 문제 등으로 주요국별 폐배터리 관련 법령도 상이한 것도 국내 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제조사 간 특허분쟁은 ‘악화일로’…경쟁국은 ‘무한질주’

한편에서 전기차 배터리 전쟁이 한창이다. 국내외 다양한 이슈들로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특허 분쟁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유럽, 중국, 일본 등 경쟁국이 정부 지원 아래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LG화학은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인력을 계획적으로 영입한 후 핵심 기술을 유출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도 LG화학 및 LG전자를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6월 국내에서 제기한 데 이어, 지난 3일 미국 ITC와 연방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이후 LG화학은 지난 26일 미 ITC와 델라웨어 법원에 SK이노베이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법인을 특허침해로 제소했다. 양 사는 지난달 16일 LG화학 신학철 부회장과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의 회동을 통해 '접점'을 모색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이날 압수수색으로 사실상 타협은 물 건너 간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이러는 사이 중국, 일본, 유럽 등 해외 경쟁사들은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려가면서 전 세계 시장에서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에너지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중국 CATL이 25.4%로 1위를 차지했다. 일본 파나소닉이 20.3%, 중국 비야디(BYD)가 15.2%로 2~3위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 전기차 배터리 ‘빅3’의 점유율은 LG화학 10.8%(4위), 삼성SDI 2.9%(7위), SK이노베이션 2.1%(9위) 순으로, 이들 기업의 점유율을 모두 합해도 중국과 일본 기업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 기업의 영업비밀이 유출되거나 특허가 침해를 당했다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맞다"라면서도 "그러나 갈등이 길어지면 산업 경쟁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양사가 이른 시일 내 합의점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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