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창간기획] 플랫폼 혁신, 교통산업의 현재와 미래-들어가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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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창간기획] 플랫폼 혁신, 교통산업의 현재와 미래-들어가는 글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19.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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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책임있게 변화 읽고 규율해야"

기술혁신, 운수업 현실 충족돼야
‘밀림의 법칙’ 아닌 공공성 문제
운수업, 더이상 ‘이대로’는 안돼
‘공존의 룰’ 찾기 위한 고민 중요

[교통신문 박종욱 기자] 교통분야에 플랫폼 기술이 결합되면서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민 누구나 손안에서 작동하는 스마트폰으로 국토 동쪽 끝자락 울릉도 렌터카도 예약할 수 있는 것은 쉬운 얘기다. 머지않은 시기에 하나의 예약앱을 통해 전동휠에서부터 자전거, 승용차, 택시, 철도, 비행기 등 모든 운송수단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마스(MaaS)가 상용화될 전망이고 보면 플랫폼으로 상징되는 ICT 기술은 향후 더 빠른 속도로, 더 깊숙한 곳까지 교통 각 분야를 변화시켜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변화는 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와 이용하는 자의 공간적·물리적 제약을 허무는 역할에서부터, 비용을 줄이고 선택의 기회를 더많이 제공하는 것에서 출발해 수요응답형 서비스, 맞춤형 서비스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회적으로 새로운 선택 비용의 창출, 나아가 여가시간의 축적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나, 이같은 변화는 대단히 긍정적 기대효과의 한 단면이다.

그런 교통분야의 변화가 산업적 측면에서도 같은 기대효과를 낳게 될까? 지금까지의 진행 결과로 볼 때 대답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수차례 확인된 바와 같이 자동차를 이용한 운송사업, 특히 택시운송사업에서는 매우 심각한 부작용이 드러나 택시의 플랫폼 사업은 법제도적으로 조정 중에 있다. 우버나 카카오의 자가용을 이용한 차량공유 시도가 여전히 우리사회에서는 수용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렌터카를 이용한 타다도 모호한 법 규정의 틈새를 공략했으나 법령의 취지를 잘못 이해해 벌어진 일로 결론지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유례 없이 높은 운수사업 면허장벽이 오랜 세월 유지, 계속 강화돼온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바꿔 말하자면, 운수사업의 모든 것을 정부(또는 지자체)가 일일이 간여하고 규제해왔기에 운수사업의 외부 간섭과 업권 침해 요소 또한 당연히 정부가 차단해야 한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사실 이미 예견됐다. 2000년대 초반 정부가 신자유주의 경제의 물결에 편승해 수많은 업종의 규제를 크게 완화하면서 강고하던 화물운송사업 허가제를 등록제로 완화하려 했을 때 일각에서는 그 반대의 부작용을 제기했으나 무용지물이었다. 그런 연후 화물운송사업에 공급이 지나치게 과잉돼 화물연대에 의한 집단운송거부 등 엄청난 후폭풍을 겪은 후 정부는 부랴부랴, 그것도 업계의 요청을 마지 못해 수용하는 듯 등록제를 허가제로 되돌려놓았지만 그때는 이미 화물운송시장이 크게 피폐화된 상태였다.

운수사업 정책은 오랜 경륜과 함께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 사업에 참여한 이들의 정책 수용태세 등을 함께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라는 말이 다시 회자되곤 했다.

최근 운수사업이 경험하고 있는 ICT기술 혁명에 따른 운수사업 환경의 변화는 우리의 ICT 기술과 견줘볼 때 매우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창의성과 자유로운 사업방식의 선택이 불가능했던 우리 환경에서 플랫폼은커녕 과거 콜센터를 활용하는 택시운송사업조차 크게 성공하지 못했을 정도다. 따라서 그와같은 토양에서, 그 토양에 적응해 있는 운수업계에 전혀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를 요구한다거나 새로운 기술을 운수업에 적용해 업역을 허물자고 하는 주문은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청천벽력이나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술 혁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이를 요구하는 운수업 이용자들의 요구가 명백해질수록 운수업은 언제까지나 ‘이대로’를 고수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플랫폼 혁신의 시대에 운수업이 어떻게 살아남아 지속발전을 영위해 나갈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며 답을 찾아야 한다. 기술혁신의 속도는 매우 빠르나 운수업의 변화는 더딜 수밖에 없음을 전제하고 공동분모를 찾아야 할 것이다. 기술혁신은 운수업 현실을 고려해 적용하는 맞춤형으로 개발, 운용되도록 하되 운수업계는 변화의 속도를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 또한 이용자들에게 운수업의 변신과 노력이 와닿을 때까지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그저 ‘당연한 변화이므로 서둘러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과 ‘생존을 건 버티기’의 대립구도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하며 양자 모두 반대의 길에 대한 성찰도 필요한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운수업에서 나타날 변화의 구체적인 현상으로는 업역의 경계가 자꾸만 약화되고, 고용 규모가 축소되는 양상을 예상해야 한다. 이는 자율주행차의 출현, 최저임금제 시행, 운행정보의 고도화 등으로 운행 총빈도의 축소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행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환경의 변화도 기술혁신이 가져다 주는 변화에 어떤 식으로든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노선버스와 같이 공공성이 확고하고 엄격히 운행계통을 유지해야 하는 업종은 플랫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비교적 큰 변화를 예상하기 어렵지만, 택시나 화물운송은 크게 다른 양상으로 변화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렌터카는 이미 사업 자체가 차량공유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플랫폼 기술은 크게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다.

문제는 플랫폼 기술이 운수사업 영역과 비운수사업 영역을 오고가며 어떤 결합을 이뤄내려 할 때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비운수사업이란 사업용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 이동수단 모두가 포함돼 약간의 비용만 지불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 만족도를 앞세워 운수사업 영역을 넘볼 때 제어가 쉽지 않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미 우버가 세계적인 시장을 형성하듯,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몇몇 국가에서 자가용 승용차의 상업운영이 본격화한 것은 무의미한 사례가 아니다. 그러나 현실의 법논리에 맞지 않는 것을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허용을 요구하는 것은 기존 시장을 지켜온 시장 참여자들에 대한 크나큰 배신에 다름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이같은 변화를 제대로 읽고 앞을 내다보며 기존의 국내 운수사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은 불가피하되 정부가 책임있게 규율해 내야 할 것이다. ‘무조건적인 운수사업 보호’가 아니라 첨단 기술과의 공존, 이용 시민들의 이해를 담아 차분히 이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참여와 이해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변화의 로드맵을 하나씩 만들어 갈 때 서두름도 버티기도 아닌, 발전적 미래를 위한 논의의 구조가 만들어지고 또 결과물도 만들어 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택시의 사회적 합의에 의한 제도 개선 추진은 눈여겨 볼만한 부분으로, 향후 플랫폼 사업이 운수업에 정착해 나가는 과정에서 되살펴볼만한 성과 중 하나가 될 공산이 크다.

결론적으로, 제도와 기술의 합리적 결합은 고도의 종합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만큼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그저 시장논리를 앞세운다면 운수사업의 공공성은 온데 간데 없고 밀림의 법칙만 존재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비용문제는 공공의 합리적 조정능력이 필요해 보인다. 싼 것이 우선 선택되는 양상은 서비스 담보를 보장하기 어렵다. 같은 서비스를 유지하거나 그 이상의 서비스가 가능할 때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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