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 운송산업, 업종·서비스·신기술 융합산업으로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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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운송산업, 업종·서비스·신기술 융합산업으로 거듭나야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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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명예연구위원

[교통신문]운송산업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양산업으로 희망을 잃어가던 택시 시장에 신기술과 거대한 자본으로 무장한 대기업 군단이 뛰어들고 있다. 버스나 지하철, 도보이용을 망라한 탈것에 대한 편리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다양한 앱(App)들이 넘쳐난다. 교통수단의 환승은 물론 통합 요금 결제와 정보제공이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전동 킥보드나 골프장 카트형의 소형 전동차처럼 앙증맞고 편리한 다양한 개인교통 수단(PI)들이 늘어나고 있다.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대용량의 대중교통수단과 자가용에 의존하던 교통이동 패턴에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면서 전통적 여객운송산업의 변화도 불가피 해졌다.

우리나라에서 교통이동 환경의 급속한 변화를 초래하는 주요한 동력은 1∼2인 가구의 증가와 경제성장의 둔화,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여기에 더한다면 ‘소유에서 이용으로’ 자가용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의 진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율은 약 26%로 약 500만명에 이른다. 1-2인 가구로 범위를 넓히면 전체 가구의 50%를 넘는다. 이런 가족구조의 변화는 일상의 교통수요에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호황의 시대를 벗어난 경기의 장기 침체는 소비 인식을 바꾸어 ‘소유’보다는 ‘공유나 이용’의 알뜰한 소비패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세계 1-2위를 다투는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정보통신 기술과 연계하여 교통부문에 접목되면서 4차 산업혁명의 일환인 모빌리티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보다 ‘똑똑한 이동’(smart mobility)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 한편으론 보다 싸고 편리한 이동을 추구하는 실속파인 것 같지만 개개인의 소소한 기호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personallized on-demand) 서비스를 원한다.

버스와 지하철의 대중교통수단이나 획일적인 서비스 형태의 택시만으로는 이러한 소비자의 이용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정부의 재정 지원은 갈수록 증가하면서 공공의 최저 서비스 유지는 몰라도 소비자의 다양한 이동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점차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교통체증과 환경파괴는 물론 도시공간의 30% 이상을 주차장으로 만들어 버리는 자가용의 무절제한 보급도 이제 한 풀 꺾이기 시작했다. 이제 기댈 곳은 민간부문의 혁신을 통한 기존 교통 체계의 틈새를 메우고 연결하는 것이다. 이것은 운송산업 시장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새로운 변화의 동력으로 운송산업의 신규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려면 지금까지의 운송산업은 새로운 형태의 융합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융합산업은 동종 분야는 물론 다른 분야의 기술이나 서비스를 융합하여 산업의 고도화와 신산업을 창출하는 새로운 산업을 말한다. 전통적인 운수산업이 융합산업으로 발전하려면 세 가지 부문에서 융합이 일어나야 한다. 첫째, 업종의 융합이다. 고속버스와 직행 고속이 뭐가 다른가, 시내버스와 시외버스는 뭐가 다른가, 택시업종을 배기량 기준으로 나누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등등 이용자의 서비스 입장에서 보면 별다른 의미가 없는 기준을 만든 건 재정 지원이나 요금, 공급기준 등 시장의 관리를 위한 공급자 중심의 논리다. 일본은 버스 규제완화를 통해 시내버스, 시외버스, 고속버스 구분을 없앤지 오래다. 운행지역이나 수요에 맞게 관광이든 통학이든 시내든 시외든 운행방식에 보다 탄력적으로 운행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서비스의 융합이다. 여기서 서비스란 단순히 이동 서비스에 국한하지 않고 이동과 연계한 생활의 다양한 편의 서비스다. 예컨대 소형 물품 주문이나 배송, 관광이벤트, 공연과 오락, 물품 판매, 쇼핑정보 제공 등 다양한 일상의 서비스를 이동 수단과 패키지로 연계한 부가 서비스를 창출해야 한다.

셋째, 신기술의 융합이다. 빅데이터와 연계한 스마트폰 앱의 다양한 플랫폼 기능은 운송시장에 잠재한 소규모의 다양한 수요를 얼마든지 수익으로 창출해 낼 수 있다. 운송산업 현장에서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나려면 정부 차원의 노력도 있어야 한다. 중국의 닌텐도 연구소는 전통적인 운송산업의 업종별 세분화된 분산 관리 방식은 융합을 요구하는 새로운 시대 환경에 맞지 않으며 통합형 관리체제로 제도 정비를 권고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도 변화해야 한다. 융합산업에 부응하려면 업체의 관리 감독 기능에서 다양한 정부 부서와 민간부문 이해당사자 들의 협력 모델을 어떻게 만들어 낼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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