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창간기획] 첨단물류 디지털 바람 타고 수술대 오른 노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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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창간기획] 첨단물류 디지털 바람 타고 수술대 오른 노동시장
  • 이재인 기자 koderi@gyotongn.com
  • 승인 20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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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산업 현장 격변, 위탁 배송원 사망사 시발점
인재(人災)사고, 파업, 생산성 강화 후속조치 단행

[교통신문 이재인 기자] 물류산업 현장이 첨단기술과의 융복합을 통해 새 단장하고, 무인 자동화를 기반으로 상시 가동 가능한 프로세스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학계를 중심으로 국내 물류산업의 미래 대응전략 일환으로 논의됐던 ‘스마트물류’ 전환 과제는, 지난해 하청업체 위탁 배송원과 택배 물류터미널 근로자의 사망사고가 재발하면서 재조명됐다.

이는 근로환경 개선 문제로 이어졌고, 하청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의 처우개선 이슈는 산업구조 개편과 위수탁 계약 당사자의 관계 정립을 법제화 하는 기폭제가 됐다.

검토선상에 오른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안(이하 생물법) 신설에 불을 당긴 도화선이 된 셈인데, 여기에는 하도급 거래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물류시장 특성상 최일선 현장 근로자를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고 그로 인해 깊어진 갈등의 골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정부의 판단이 깔려 있다.

이들에게 위탁업무를 맡긴 물류사들은 각종 산업재해와 무분별 파업 등 예상치 못한 잠재 불확실성 리스크로 인해 생산성 저하와 대내외적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디지털물류 전환 사업에 힘을 더하고 있다.

향후 5년 이내 고객응대, 문전배송, 물류센터에 투입되는 노동력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며, 물류업체는 본연의 기능 외에 첨단물류 솔루션 개발 판매와 렌탈·회수물류 서비스 확장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안이 검토·추진되고 있다는 게 관련 업체들 설명이다.

▲사망사고가 가져온 ‘나비효과’

용역·도급·위탁 계약당사자간 뿌리 깊은 상호불신은 물류산업 현장의 사망사고를 야기한 인재(人災)로 기록됐다.

그로 인해 업주와 업주, 업주와 개인이 거래내용을 확인하고 상호 합의 하에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사고발생 이후 직접고용에 유효한 산재보험 적용대상에 포함되는가 하면, 통상 고용주와 피고용주가 절반씩 부담토록 돼 있는 보험료를 업무 위임자가 전액 부담하고, 정부가 일정 금액 보조하는 방안도 검토선상에 오르게 됐다.

사망사고의 후폭풍은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의 노동자성 인정을 요구하는 ‘택배 노동자 기본권 쟁취 서명’ 운동으로 이어졌고, 배송거부라는 위탁 배송원의 집단행동에 단초가 됐다.

위탁 업무 수행자인 특수형태근로 종사자들이 법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노동자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요구사항이 정부에 전달, 긍정적으로 검토되면서 이들을 보호하는 안전장치와 법적 강제력을 부여하기 위한 제도적 후속조치가 취해졌다.

지난 3월 국토교통부와 산·학·연이 참여한 협의체가 발족되면서, 위탁 업무에 동원되는 종사자의 일자리 안정과 안전 강화를 위한 논의가 본격화 됐다.

택배·배송대행 등 생활물류 지원을 위한 근거법 제정과 함께 화물운송시장에서 활동 중인 지입차주 보호대책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 6월 국토부는 물류산업 혁신방안 일환으로 화물운송업계에서 시행 중인 위수탁 제도 지입제의 개선·폐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원점에서 전면 검토하는 계획안을 확정했다.

국토부는 AI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과 맞물리면서 물류산업에 변혁이 진행되고 있으나 낡은 제도, 불투명한 시장구조, 인프라 부족 등으로 환경 변화의 대응과 기술도입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지원체계와 시장질서, 성장기반을 아우르는 전면적인 혁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며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7월에는 법인화물의 ‘직영’ 전환 조건이 제시된 화물운송시장 업종개편이 시행됐고, 8월에는 앞서 국토부가 발표한 지입제 관련 실태조사와 갈등·분쟁 사례, 제도개선 방안이 담긴 연구용역이 발주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22일에는 탁송업무에 배차·투입되는 위수탁 지입차주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하청업체와 계약된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원청의 지시사항에 따라 노동력을 제공한 점이 인정되기에 이들의 사용자인 원청이 직접고용 형태로 전환 조치해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주심 정도영 판사)는 이날 울산공장 수출선적부에서 탁송업무를 한 A사 소속 사내하청 노동자 27명이 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탁송업무는 불법파견이며 해당 하청 노동자들은 원청의 정규직 노동자”라고 판결했다.

▲노동력 줄이고, 첨단기술 메꿔

인건비 증가, 노동시간 단축, 각종 인재(人災) 리스크를 줄이고 생산성 강화 목적으로 IT 첨단기술이 노동력을 대신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비즈니스 확산과 현재의 노동집약적 서비스가 한계를 보이고 있고, 블록체인·인공지능·빅데이터 기반의 무인자동화로 물류시장을 대체하는 과제가 다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과 디지털물류로의 전환 속도를 가속화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구체적으로 노동력과 대체기술의 연착륙을 위해 플랫폼 및 풀필먼트 개발 운영사들과의 협업은 물론, 무인택배함과 드론, 나아가 도심내 공공시설과 역사를 기종점으로 자율주행 화물차를 투입해 상시 운행하는 방안이 추진과제로 수행되고 있다.

자체 미션도 진행 중인데, 여기에는 물류센터 장비 무인화를 목표로 한 시설 개보수와, 프로세스별 독립적으로 관리 운영됐던 시스템을 연동하고 외부조건 설정 값에 맞춰 유기적으로 전환 가능한 통합물류 솔루션이 포함돼 있다.

R&D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데는 현장 배치된 노동력에 투입하는 비용 대비 산출되는 생산성이 기대효과에 못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일예로 일부 택배기사들의 배송거부로 인해 택배 내용물 오염·부패·파손·분실 등의 피해가 애꿎은 화주 의뢰인에게 전가됐는데, 소비자들은 알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위탁 배송원 자신들의 권리 찾기에 강제 동원됐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의뢰인이 비용을 지불, 계약내용을 수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위탁 업무를 불이행한데다, 그에 따른 각종 사고에 대한 책임 역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점도 노동력 대체요인에 주효했다.

이러한 인력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언텍트(Untact) 비대면 서비스로의 전환 작업이 물류산업 현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소비물류 중 B2R 소매점 배송의 경우, 화물차 기사는 배송뿐만 아니라 매장직원을 대신해 무인점포에서 매장납입, 검수 〮검품, 상품 분류, 반송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되며, 향후 차량운전은 자율주행으로 행해지고 탑승자는 도착지에서 나머지 미션을 수행하는 모델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물류센터 내 보관, 피킹, 출고, 검품, 검수 등 일반 업무는 대부분 로봇에 의해 수행될 것이고, 이는 정부의 물류지원사업 일환으로 검토선상에 오른 스마트물류센터 전환·재건과 맞물려 탄력 받을 것으로 전망이다.

물류현장 인력의 개편 속도와 범위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무인 자동화를 골자로 한 스마트시티 조성사업에 물류로봇이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진단하고, 물류·유통산업의 첨단화를 이끌 로봇 분야에 대한 공적자금을 늘려 기술 상용화와 현장보급 활성화 지원에 착수한데 따른 것이다.

민간의 투자 유인과 연구 성과물의 사업화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조사됨에 따라 로봇산업 육성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려 로봇 제품의 시장 진입과 시설확대를 촉진키로 하고, 금융계와의 협업을 통해 로봇산업 육성펀드를 조성, R&D·사업화·시설투자에 필요한 융자 상품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전자상거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의 활성화도 첨단물류 전환에 불을 당겼다.

9월16일 지브라테크놀로지스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4년까지 작업자의 성과 향상 목적으로 자동화 기술이 투입될 것으로 분석됐는데, 구체적으로 인바운드 재고 관리(27%), 포장(24%), 입출고(21%)에 로봇공학이 대체 사용되며, 자동화 및 작업자 증강 솔루션은 향후 5년간 의사 결정권자의 계획수립에 핵심이 될 것으로 설문 조사됐다.

특히 물류창고에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풀필먼트 전략 및 운영을 재고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혔으며, 맞춤 물류 서비스 온디맨드 실현을 위해 첨단기술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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