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창간기획] 택시시장 지각 변동 시작…모빌리티와 택시 결합 심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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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창간기획] 택시시장 지각 변동 시작…모빌리티와 택시 결합 심화된다
  • 유희근 기자 sempre@gyotongn.com
  • 승인 2019.10.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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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 국내 모빌리티 발전 방향 큰틀 정해진 후
7월 상생안 발표로 택시-모빌리티 ‘협업’ 넘어 ‘결합’ 수준으로 발전
모빌리티 완전 종속 우려도…‘플랫폼 가맹사업’ 중심 개편 전망

[교통신문 유희근 기자] “자가용이 아닌 택시와 플랫폼 기술을 결합한 택시산업 발전 방안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국민에게 편리한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논의하기로 했다.”

지난해 카카오 카풀 논란으로 택시와 카카오모빌리티 등 승차공유서비스 업체와 갈등이 극심해지자 문제 해결을 위해 출범한 ‘택시와 플랫폼의 상생발전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2차 회의 끝에 내놓은 합의문이다.

이 한 줄짜리 합의문은, 이후 합의 이행을 위한 실무논의기구 구성 등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아쉬운 점은 있지만, 큰 틀에서의 향후 택시를 포함한 국내 모빌리티의 발전 방향을 나타내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택시업계 입장에서는 합의문에 ‘자가용이 아닌 택시’를 플랫폼 기술과 결합해 국민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문구를 넣은 점은 작지 않은 성취로 여겨졌다. 흰색 번호판 차량(자가용 자동차)에 의한 무제한적인 P2P(peer to peer) 유상 운송 서비스가 허용될 우려에서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합의문 발표 이후 카풀 등 승차공유서비스 업계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나온 점이 이를 반증한다.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출퇴근 시간 카풀 서비스 허용,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올해 상반기 중 출시, 택시노동자 월급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합의안을 발표하고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후 ‘플랫폼 기술과 결합한 택시 서비스 혁신’이 무엇인지 의견이 분분해질 무렵, 얼마 지나지 않아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첫 모델이 등장했다.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첫 모델 '웨이고 블루(Waygo Blue)'

서울과 성남 지역의 택시회사 50개(4516대)가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만든 택시운송가맹사업체, 타고솔루션즈가 카카오 모빌리티와 손잡고 웨이고 블루(Waygo Blue)·레이디(Waygo Lady)을 출시했다.

웨이고 블루는 기존의 택시 호출과 달리 앱을 통해 호출하면 승차거부 없이 즉시 배차되는 택시로, 일반택시와 구별되는 별도의 외관 및 디자인을 적용하고 기사들의 불친절과 골라태우기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사납금 관행을 따르지 않고 완전월급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국토부도 “이러한 택시업계의 변화를 통해 국민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 되고, 택시종사자의 처우가 개선되어 승차거부 없는 친절한 서비스가 이루어 짐으로써 택시산업이 선순환 구조로 변화하기를 기대한다”며,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합의한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출시될 수 있도록 규제혁파를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현미 국토부교통부 장관도 당시 출시 행사에 직접 참석해 플랫폼 기술과 결합한 택시 서비스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타고솔루션즈의 웨이고 블루 모델을 적극적으로 앞세우는 행보를 보였다.

▲ 국토부 '택시제도 개편방안', 국내 모빌리티 발전 방향 큰틀 나와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첫 모델로 타고솔루션즈가 대중에 첫 선을 보인 이후 4달여가 지난 7월 17일, 국토부는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한다.

타다 등 신규 플랫폼 업계와 기존 택시업계의 갈등을 해소하고, 지난 3월 7일 사회적 대타협 이행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국토부는 상생안이 누구나 제도적 틀 안에서 공정하게 경쟁하고, 그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원칙 아래 택시와 플랫폼의 혁신성장, 상생발전, 서비스 혁신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한편, 택시업계는 3월 사회적 대타협기구 합의로 카카오 카풀 문제를 우선 일단락 한 후 타다 문제를 대응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 과정에서 지난 5월에는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서울 개인택시기사 안모씨가 분신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나온 국토부 택시제도 개편방안은 타다 등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의 제도화를 핵심 과제로 했다. 국토부 개편방안은 플랫폼 운송사업을 크게 운송사업, 가맹사업, 중개사업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각 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 및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관심은 웨이고와 카카오택시 등으로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가맹사업, 중개사업이 아닌 신설되는 (플랫폼) 운송사업 제도화 방안에 모아졌다. 택시업계와 가장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타다가 이 유형에 해당되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플랫폼 운송사업의 경우 사업자가 직접 운송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차량, 요금 등 규제를 전향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대신 플랫폼 사업자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통해 얻은 수익의 일부를 사회적 기여금으로 납부하도록 하고 기존택시를 포함한 운송서비스의 과잉공급 방지와 국민 편익을 위해 허가 총량은 이용자 수요와 택시 감차 추이 등을 고려해 관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타다는 7월 국토부 발표 이후에는 대체로 상생안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9월 들어 실무논의기구를 통해 상생안 제도화 절차에 들어가자 반대 입장을 뚜렷이 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출시 1주년을 맞아 내년까지 운영차량을 1만대로 늘리겠다고 발표를 해서 다시 큰 파장을 일으켰다.

▲ 카카오모빌리티, 택시와 '협업' 넘어 '결합'…직접 운송가맹사업 나서

국내 모빌리티 혁신이 택시를 기반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모빌리티 업체 중 카카오모빌리티가 가장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국토부 ‘택시제도 개편방안’ 발표 이후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기간에 택시회사 2곳을 인수한 데 이어 택시운송가맹사업자 타고솔루션즈의 지분도 모두 인수했다.

운행대수에 따른 기여금 납부 및 총량 허가제 등 정부가 플랫폼 운송사업의 허가 조건으로 내놓은 까다로운 규정을 따르는 것보다 ‘타고솔루션즈’나 ‘KST모빌리티’와 같이 기존 택시회사를 인수하는 방식 등으로 여객운송가맹사업 인가를 받아 사업을 펼쳐나가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10월 수도권 택시업계 100여 곳과 손잡고 대형승합택시 이동서비스인 카카오T 벤티를 출시한다. 또한 최근에는 택시회사 운영을 위해 설립한 계열사 티제이파트너스에 운영자금으로 200억원을 투자했다. 이 같은 카카오모빌리티 행보를 두고 업계에선 택시와 ‘협업’을 넘어 ‘결합’ 수준까지 갔다는 얘기가 나온다.

▲ 현대자동차, 투자한 모빌리티 전문회사 통해 택시 플랫폼 시장 진출 시도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업체는 바로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자율주행 분야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미국 앱티브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모빌리티 시장 진출 행보를 활발히 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 아닌 공유하는 최근 트렌드와 산업 생태계가 모빌리티 플랫폼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되면서 자칫하면 향후 모빌리티 업체에 자동차만 공급하는 제조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에 따른 전략적인 행보로 읽힌다.

다만 국내에서는 직접 나서는 방식보다는 투자한 외부 업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택시업계부터 접촉면을 늘려 나가고 있다. 최근 서울개인택시조합과 KST 모빌리티, 코드42이 함께 전기택시 전용 플랫폼을 만들기로 상호 합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두 업체 모두 현대자동차가 투자한 모빌리티 전문회사다. 다른 경쟁 업체보다 큰 그림을 그리며 모빌리티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는 평가다.

▲ 택시 시장 지각 변동 시작…택시와 모빌리티 결합 현상 더욱 뚜렷해질 것

“택시 시장의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전례 없는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하루 이틀만 관련 소식이나 뉴스를 놓치면 따라갈 수 없는 속도다.” 최근 택시업계를 둘러싼 숨가뿐 변화를 지켜보며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하는 말이다.

그만큼 앞으로의 택시산업 변화를 예측하기가 전문가라도 쉽지 않다는 의미다. 우선 전문가들은 그동안 택시 혁신이 나올 수 없었던 구조가 와해되고, 서비스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공통 의견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는 택시업체가 나름 모범적이고 질 좋은 서비스를 하려고 해도 수익은 오히려 손해보고 업계에서는 은근히 따돌림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근본적으로) 서비스 경쟁이 안 되는 구조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영세 업종인 택시 시장에 대기업이 들어오는 건 혁신적인 변화라며 택시 업계도 이를 기회로 보고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정부 앞으로 택시 업계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사실상 시그널만 보내고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지금 나타나는 택시 시장의 변화를 보면 정책의 사이드 이펙트(부작용)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며 정부는 이를 보면서 자화자찬할 것이 아니라 명확한 원칙과 방향성, 비전 등 체계적인 그림을 그리면서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택시시장은 결국 플랫폼 가맹사업이 중심이 돼서 개편될 것이라고 본다"면서 "앞으로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는 사업 확장을 위해, 택시업계는 완전월급제 시행과 근로자 관제(근로감독) 문제 해결을 위해 두 업계가 각각의 이유로 서로 강한 결속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선 이처럼 택시업계가 플랫폼에 종속화 되는 현상이 바람직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우나 건강한 서비스 경쟁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소비자 편익이 커진다면 그 때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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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2019-10-26 19:54:00
도요타가 영국 블랙캡을 벤치마킹해서 재팬택시를 만들었듯이,, 현대는 그냥 재팬택시를 벤치마킹해서 똑같이,, 또는 좀 더 개선해서 만드는게 좋다. 재팬택시 타보면 정말 손님입장에서 편하다. 일반 세단택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현대가 택시전용모델 만든다면 그냥 그대로 재팬택시 벤치마킹해서 만들어라,, 이상하게 만들어 시간낭비, 돈낭비 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