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창간기획]전액관리제·월급제 시행 눈앞…택시 임금체계 ‘일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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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창간기획]전액관리제·월급제 시행 눈앞…택시 임금체계 ‘일대 변화’
  • 유희근 기자 sempre@gyotongn.com
  • 승인 20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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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과 8월, 대법원 판결 및 국회 여객자동차법 통과로
택시 임금제도 개편 불가피…전액관리제 및 월급제 시행 앞둬
택시월급제 보완책 나와야…“정부·업계 참여 민관 용역 실시하자”

[교통신문 유희근 기자] 지난 4월과 8월, 대법원과 국회에서 택시 임금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요한 결정이 나왔다. 먼저 4월, 대법원에선 택시 노사간 소정 근로시간을 과도하게 단축한 취업규칙 조항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8월 국회에서는 전액관리제와 월급제 시행을 골자로 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두 사건은, 그 의미는 조금씩 다르지만 그동안 오랜 관행으로 이어져온 택시업계 임금체계의 일대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 대법, 노사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 무효…이후 '미지급 임금 청구 소송' 줄이어

구체적으로,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경기도 모 지역 택시기사 5명이 회사를 상대로 한 임금 소송에서 "소정근로시간은 원칙적으로 노사간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해 합의할 수 있지만,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동원 대법관 등이 "설령 사용자에게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근로관계 당사자들 사이의 자발적 합의에 의한 것”이라며, “소정근로시간 단축 후 택시노동자의 총수입액이 최저임금법상 임금액에 미달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변경된 취업규칙은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반대 의견을 냈지만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피고인 택시회사는 2010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을 월 209시간에서 월 116시간으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택시회사가 소정근로시간을 축소하기 시작한 건 2007년 12월 개정된 최저임금법 이후부터다. 택시 운수종사자의 임금구조는 기본적으로 회사가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기본 급여와 택시기사가 생산고에 따라 가져가는 초과운송수입금과 기타 수당 등으로 구성된다. 택시운수종사자는 일명 사납금인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회사에 납부하면 초과운송수입금은 성과급 또는 개인 수입 형식으로 가져간다.

그런데 2007년 12월 개정된 최저임금법으로 그동안 택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 초과운송수입금이 제외됐다. 이에 따라 오로지 고정급여로만 최저임금을 맞춰야 하게 된 것이다. 이에 택시업계는 노사간 합의를 통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으로 법 위반을 피해 갔다. 택시 근로자 또한 갈수록 어려워지는 업계 여건과 사납금 억제 효과 및 초과운송수입금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조건들을 감안해 합의를 했다.

하지만 4월 대법원의 판결로 이러한 노사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가 됐고, 미지급 임금청구 소송의 근거가 됐다.

대법 판결 이후 전국적으로 택시노조를 중심으로 회사를 상대로 하는 미지급 임금분에 대한 청구 소송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등 후폭풍이 일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임금청구 소송이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지난 8월 부산 지역의 한 언론 보도에 의하면, 부산지법에서만 ' 택시기사들의 소정근로시간 변경 관련 체불임금 소송이 30건이나 동시 진행 중이다'는 내용의 보도로 미루어 현재 적지 않은 택시회사들이 소송의 두려움 가운데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 전액관리제와 월급제 시행 앞둔 택시업계…재원 확보 등 보완책 마련 시급

8월 국회에서 통과된 전액관리제와 월급제 시행을 골자로 한 여객자동차법과 택시발전법 개정안은 지난해 카카오 카풀 논란으로 올 초 구성된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합의안에 따른 것이다.

대타협기구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월 활동을 종료하며, ▲플랫폼 기술을 자가용이 아닌 택시와 결합해 국민에게 편리한 택시서비스를 제공한다 ▲카풀은 현행법상 본래 취지에 맞게 출퇴근 시간에 허용한다 ▲택시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근로시간에 부합하는 월급제를 시행한다 등 총 6개에 사항에 대해 합의문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8월 통과된 여객자동차법과 택시발전법 개정안은 국토부 훈령에 불과했던 전액관리제 시행요령을 법률로 상향시켜 효력을 강화한 것이다. 전액관리제란 택시기사가 승객으로부터 받은 1일 운송 수입급 전액을 사업자에게 납부하고 운송사업자가 해당 금액을 받아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1994년 처음 도입됐지만 업계 현실과 맞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됐다가 이번 여객자동차법 개정안 통과로 부활했다.

통과된 개정안에 따르면, 전액관리제는 내년 1월 1일 시행하고, 월급제는 2021년 1월 우선 서울시부터 시작하고 다른 시·도는 5년 이내에 국토부 장관이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월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월급제 시행 시 근로시간은 최저 40시간 이상을 보장하기로 했다.

이로써 지난 수 십 년간 택시업계의 뜨거운 사안이었던 운송수입금과 노동시간의 문제가 노사간 합의를 통해 입법까지 이뤄졌다. 택시업계는 택시 임금 체계 변화가 불가피해지면서 임금 재원 확보 문제가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또 지휘·감독이 어려운 노동 특성상 운수종사자의 근로 의욕 상실을 막고 성실 근로자에 대한 우대 기준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가 중요해졌다.

택시업계는 일단 월급제 합의는 했지만 법 시행 전까지 보다 구체적인 보완 및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민주평화당 대표인 정동영 국회의원이 전북택시조합과 공동 개최한 ‘택시 생존권 보장과 교통약자 보호를 위한 택시 대중교통법 공청회’에서 전국택시연합회 이양덕 상무가 발언한 내용이 대표적이다.

공청회에서 이 상무는 “오는 2020년부터는 택시전액관리제가 시행될 예정이며 2021년에는 택시업계 완전월급제가 준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택시도 버스 준공영제에 버금가는 제도가 준비돼야 한다”면서 “수도권에서 도입한 버스 준공영제 등에 버금가는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라도 택시 관련법을 입법·제정해 택시업계나 택시 종사자들이 상생할 방법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월급제 시행되도 결국 성과급 지급 위한 기준 설정 필요

그렇다면 향후 택시 월급제가 도입되면 어떤 형태일까? 지난해 말 정부와 여당이 택시 월급제 도입 방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월급제 임금 수준에 대해 ‘250만원 이상’이라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250만원이라는 구체적인 월급 수준이 제시됐지만, 요금 인상 등의 재원 마련을 위한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아, 택시 업계와 시민 사회로부터 비현실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결국 정부 재정으로 택시기사 월급을 보전해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향후 택시 월급제 모습이 어떨지 가늠해 볼 수 있는 건 현재 월급제(시급제)로 운영되고 있는 타다와 웨이고 블루 택시의 사례를 살펴보았을 때다. 우선 타다는 시간제로, 일한 만큼 급여를 받는 구조다. 1시간 당 기본 만원이며 야간 시간대 등 피크 타임에는 20% 인상된 시급이 책정된다. 웨이고 블루 택시의 급여 수준은 현재 이번 달 출시를 목표로 모집 중인 카카오T 벤티 기사 채용 요강을 보면 대략적으로 알 수 있는데, 하루 10시간씩 주 6일 근무 시 기본급 260만원 정도가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들 사례를 바탕으로 향후 택시 월급제 임금 수준 등을 가늠해 보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왜냐하면 타다와 웨이고 블루 모두 기사가 쉴 시간이 없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로 플랫폼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콜(호출)을 쉴새 없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회사가 기사 임금을 월급제로 보장하는 만큼 과도할 정도의 많은 콜을 배정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이 같은 플랫폼 지원이 뒷받침 되지 않은 일반 택시라면 향후 월급제가 시행되도 이들 수준 만큼의 기본 임금을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월급제가 도입되더라도 인센티브제가 가미되는 형태로 정착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법안에 명시된 대로 주 40시간 기준의 고정급 지급을 보장하는 전제에서 성과급 지급을 위한 기준 설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택시업계에선 이번에 임금체계가 근본적으로 개편되는 만큼 택시리스제 등 운수종사자의 근로 규제도 과감히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택시월급제 연착륙 위해 '민관 합동 용역 하자' 전문가 제안 나와

전문가들은 월급제 시행을 비롯한 택시 노동환경 변화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현재 웨이고 블루와 마카롱 택시가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이런 조건에서는 기사가 콜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근로 시간 및 근무 관리가 가능해 월급제를 실시할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대부분 법인택시 사업주는 이러한 운전자 감독 및 관제 역량이나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강제 배차를 하더라도 배회영업은 기피하는 등의 근로자의 도덕적 해이 발생 문제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월급제가 시행되면 어느 정도 수준의 매출 감소를 불가피해 보인다”고도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요인 등으로 향후 택시업계와 플랫폼 업계가 결합하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일각에선 플랫폼과 택시가 결합하면 수입이 올라 앞으로 월급제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는데 조금 순진한 생각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논둑에서 (유사 택시의 등장 등으로) 고기가 빠져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첨단 낚시대 하나 들여 논다고 고기가 더 많이 문다고 생각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며 앞으로 택시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택시 완전월급제를 둘러싼 정부와 업계 간 의견 대립을 종식하기 위해 민관합동 용역을 실시할 것으로 제안했다.

강 박사는 “정부와 업계 서로 각자에게 유리한 자료만 가지고 월급제가 된다, 안된다 하는 소모적인 싸움은 그만하고 과연 지금 택시회사 경영 수준에서 월급제가 가능한지 가능하지 않다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누가 책임을 지고 할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택시월급제는 운전자 처우 및 서비스 개선을 명분으로 정부가 밀어붙이는 정책이자 택시업계에 하는 '명령'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아무런 지원책도 없이 월급제를 시행하게 됐다고 생색만 낼 것이 아니라 그에 합당한 보완책도 준비하는게 상식적”이라며 택시가 대중교통수단은 아니지만 버스 준공영제 도입 당시 밟았던 과정들을 돌이켜 참고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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