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도로 보행자 교통사고, 블록 포장으로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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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도로 보행자 교통사고, 블록 포장으로 줄일 수 있다”
  • 유희근 기자 sempre@gyotongn.com
  • 승인 20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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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생활도로 30 블록이 답이다!’ 교통안전 세미나 개최
‘자동차 중심’ 아스팔트 도로 포장, ‘보행자 중심’ 생활도로에는 적합하지 않아
과속방지턱 및 표지판 설치 등 교통 정온화 비용 이중 부담
블록 포장, 속도 저감 효과 비롯 도심 온도 저감 효과 높아
블록 포장 시공 및 설계 표준화 및 제도화 방안 마련…앞으로 과제

[교통신문 유희근 기자] 생활도로(이면도로)에서의 차량 속도 저감 효과를 높이기 위해 도로 포장을 기존의 아스팔트나 콘크리트가 아닌 블록으로 시공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안전속도 5030 성공적 정착을 위한 국회 정책세미나, ‘생활도로 30 블록이 답이다!’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조윤호 중앙대교수는 차도를 블록 포장함으로써 얻는 효과 중 하나로 속도 저감 효과를 꼽고 보행자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저속 도로에서는 블록 포장이 적합한 도로 포장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 ‘안전속도 5030’ 확대…차량 속도 저감 방안 확보 핵심

지난 4월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이 배포한 ‘안전속도 5030 설계·운영 매뉴얼’ 내용에 따르면, 시속 60km 주행 중 차량과 보행자가 충돌할 경우 보행자 10명 중 9명이 사망하지만 이를 시속 50km로 낮추면 보행자 10명 중 5명만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시속 30km인 경우는 보행자 10명 중 1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도로폭 9m 미만의 생활도로에서 목숨을 잃는 교통사고 사망자가 전체 약 60%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도로 속도관리가 교통사고 사망자 수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정부도 자동차 교통사고 가능성과 심각도를 줄이기 위해 ‘안전속도 5030’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안전속도 5030은 도시부 주요도로(간선도로)는 시속 50km, 주택가 등 생활도로(이면도로)는 시속 30km로 차량 제한속도를 하향하는 정책이다. 현재 서울과 부산 일부 지역에서 안전속도 5030 시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7년 6월부터 안전속도 5030이 적용된 부산 영도구의 경우 시행 이후 보행 사망사고가 37.5%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지난 4월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라 2년 뒤인 2021년 4월 17일부터 ‘도시지역 중 주거·상업·공업지역(녹지지역 제외)’ 내 모든 일반도로의 최고속도가 시속 50㎞ 이내로 제한된다.

▲ 기존 아스팔트 포장 도로에 저속 도로 적용…효과 낮고 시설 설치 등 이중 비용 부담

조윤호 교수는 국내 저속 도로가 과도한 교통 정온화 시설물 설치로 복잡하고 불필요한 비용이 이중으로 소모된다고 지적했다. 교통 정온화란 차량 속도와 교통량을 줄여 보행자 및 자전거 이용자의 도로 이용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들고 도로로 인한 소음이나 대기오염도 생활권에서 보호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교통 정온화 기법이 적용되는 어린이 보호구역의 경우, 어린이 보호구역임을 알리는 도로 표지판 설치를 비롯해 스쿨존 표시와 속도 제한 표시를 도로에 칠해야 하며 과속방지턱 등의 안전시설물도 만들어야 한다.

조 교수는 이러한 문제가 기존 아스팔트 포장 도로에 저속 도로를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아스팔트 포장 도로는 오랜 기술적 경험이 축적됐고 유지·보수가 익숙한 장점이 있지만, 자동차 주행성(평탄성·마찰주행성)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자동차 감속 효과를 거둬야 하는 저속 도로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도로에 따로 유색 포장 및 마킹을 해야 하고 따로 안전시설물도 설치해야 돼 이중 비용 문제와 함께 환경 오염 문제 우려도 있다.

반면 블록으로 도로를 포장하면 차량의 운행속도를 자연스럽게 감소시킬 수 있고 다양한 블록 패턴을 활용해 횡단보도와 스쿨존 표시와 같은 교통 정온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운전자가 도로의 속도제한 표지를 인지하는 경우는 전체 16%에 불과하며, 대부분 도로에 설치된 과속방지턱이나 노면 상태 등 도로 여건에 따라 주행 속도를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도로와 같은 저속 도로에서의 보행자 보호를 위해 속도제한 안전표지나 노면표시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는 얘기다.

▲ 블록 포장, 속도 저감뿐 아니라 도심 온도 저감 효과도 뛰어나

그렇다면 블록 포장의 차량 감속 효과는 얼마나 될까.

이날 발표 내용에 따르면, 사단법인 한국블록협회가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일대에 블록 포장을 한 현장을 측정한 결과 기존 아스팔트 포장 도로에서는 차량들이 평균 시속 24.5㎞로 달렸으나, 블록 포장 도로에서는 21.9㎞로 달려 평균 약 10%(시속 -2.6㎞) 이상 속도 저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

도로 포장 방식에 따른 속도 저감 효과만 놓고 보면 큰 차이라고 볼 수 없지만, 도로가 블록 포장인 경우 운전자가 스스로 주행속도를 감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보도블록’은 익숙하지만 ‘차도블록’이라는 말은 어색하고 자연스럽게 들리지 않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만큼 보행자가 걷는 길(보도)은 블록 포장이, 차가 다니는 길은 아스팔트 포장이 익숙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블록 포장 도로에 진입하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보행자를 살피게 되고 보다 더 주의할 수 있다는 이치다.

블록 포장의 장점이 속도 저감 효과에만 있는 게 아니다. 도로는 도심 환경의 주요 소음원이다. 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블록 포장의 소음 저감 효과가 입증됐으며, 또한 여름철 아스팔트 포장 도로와 비교해 표면 온도가 14도 이상 낮아(콘크리트 포장에 비해서는 6도) 도심 온도 저감 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다공질 재료 특성상 투수성이 높아 아스팔트 포장 대비 도로 홍수 피해 방지 효과도 높은 것으로 연구 결과 확인됐다.

또한 앞으로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는 기능성 블록이 제품화되면 환경 개선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 ‘보도블록’ 부정적 인식 극복, 설계 및 시공 표준화 이뤄져야

블록 포장이 모든 도로 종류에 적합하다거나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보도블록의 부실시공 문제와 지자체 예산 낭비 이미지 등으로 블록 포장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 인식을 개선해야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이와 관련, 지난 2012년 박원순 서울시장은 보도 블록 공사 실명제 등을 담은 ‘보도블록 10계명’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앞으로 블록 포장의 표준화와 제도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점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이는 이날 세미나 패널로 참가한 전문가들도 공통적으로 지적한 부분이다.

정상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본부장은 “기능성 및 내구성을 고려한 블록 포장의 설계·시공 기준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며 “블록의 성능과 시공 품질 및 유지 관리를 보장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블록 포장은 재료, 크기, 디자인 등이 다양하고 도로의 경사, 시공 방식에 따라 비용도 달라지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며 “아스팔트나 콘트리트에 비해 재료비와 시공비, 유지보수비 측면에서 얼마나 경제성이 있는 지 등이 명확히 제시돼야 예산에 민감한 지자체가 판단하고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의석 동일기술공사 이사도 “앞으로 블록 포장이 도시재생사업과 안전속도 5030 정책 적용에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블록 단면 설계와 하부 지지력 확보 방안 등을 쉽게 정리해 (도로 포장 시공) 제도권 내로 도입될 수 있도록 후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블록 포장이 ’차와 사람이 같이 다니는‘ 보차미분리도로나 보행자우선도로에 시공하는데 가장 적합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한상진 박사는 “아직까지 블록 포장이 어떤 유형의 도로나 장소를 대상으로 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에 대한 정리가 없다”며 “차보다 보행자가 우선되는 도로에 (블록 포장을) 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진동 서울시 교통운영과장은 “앞으로 서울시에 안전속도 5030 시범 사업을 확대해 나가는데 있어 이면도로인 ‘30’ 구역에는 블록 시공방식을 우선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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