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국산차 업체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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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국산차 업체의 위기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9.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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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2년 전, 르노삼성자동차가 모기업 ‘르노’ 브랜드와 차량을 본격 도입하자 자동차 시장 일각에서 ‘국산 브랜드가 몰락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게 터져 나왔다. 당시 한국GM이 생산시설 폐쇄와 물량 축소 문제로 갈등 겪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국산차 업체까지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자 ‘국내 자동차 산업 존립 자체가 크게 위협 받게 됐다’는 부정적 전망이 시장 곳곳에서 상당했다.

그리고 2년 지난 지금, 이들 국산차 업체가 또 한 번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정확히는 표현을 달리해야하는 것이 맞겠다. 국산 브랜드가 아닌 ‘외국계(외자유치) 국산차 업체의 위기’라고 말이다.

2015년 이후 수입차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서 고공성장을 거두자, 현대차와 기아차를 제외한 국산차 하위 3사가 설 땅을 잃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설상가상 가격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해외 수출 길도 점차 막히게 됐다. 자연스럽게 사업구조 정리와 조정이 뒤따랐다. 변화 유형은 두 가지였다. 첫 째는 생산시설 정리. 한국GM의 경우 글로벌 본사 정책에 따라 쉐보레 브랜드 유럽 진출이 막히자 이 지역으로 수출물량을 주로 담당했던 군산공장이 폐쇄됐다. 이로 인한 회사 안팎 갈등은 거셌다.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활용한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 수입 물량 증대가 뒤따랐다. 2017년 이전까지 특정 차종에 국한됐던 OEM 차종 수입은 최근 2년 새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한국GM과 르노삼성 모두 국내 생산 차종 보다는 OEM 차종 마케팅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향후 1~2년 내에 이들 업체 전체 내수 판매량에서 OEM 물량 비중은 더욱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또 다른 외자기업 쌍용차는 레저차량(RV) 전문 브랜드로 정체성을 확실히 잡고 시장 수요에 대응하는 조정 과정을 거쳤다.

일단 2년 지난 시점, 이들 브랜드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쌍용차는 이 기간 내수 시장 기준 국산차 업계 3위 자리에 올라설 만큼 성장하는 듯 했지만, 올해 들어선 실적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내수 시장 하락세는 정도 차이만 있을 뿐, 르노삼성과 한국GM 또한 마찬가지로 겪는 상황이다. 문제는 수출까지 성장이 막혔다는 점이다. 브랜드별로 다양한 노력을 펼치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점이 이유로 거론되지만, 현대·기아차가 나름 선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긍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 “브랜드 전략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름 공격적인 사업 조정에 나섰지만, 시장 트렌드를 제대로 읽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OEM 차종을 들여오고 있지만 확실하게 수입차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인지시키지 못한 채 국산차도 수입차도 아닌 애매한 존재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덩달아 OEM 차종에 의존하면서 국내 생산시설을 위축시킴으로써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까지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위기 탈출을 위한 사업 전략 재 구상’이 거론되는 이유다. 르노삼성차가 이런 위기를 고려한 듯, 지난 1일 사장 명의 내년 사업 계획을 밝혔다. 신차와 수출 물량 확보에 전사적 역량을 기울여 줄 것도 당부했다. 그런 전략이 ‘국내 실정 보다 글로벌 이익을 앞세운’ 것은 아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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