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타다’, 검찰로 가다
상태바
[칼럼] ‘타다’, 검찰로 가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9.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상욱 박사의 대중교통 현장진단

[교통신문] 한동안 잠잠하던 ‘타다’논란이 검찰로 직행하면서 벌집을 쑤신 듯 사회 전체가 다시 시끄럽다. 정부와 정치권은 섣부른 검찰의 개입을 비난하고, 검찰은 택시 운전자의 분신과 고발이 이어지는데 당국은 유권해석도 미룬 채 지금까지 무엇을 했느냐고 힐난한다. 정책당국과 검찰이 각자 할 일이 있고,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라는 것이 검찰 측 주장이다. 급기야 정책당국과 검찰 사이에 사전에 통보했느니 안 했느니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생업에 쫓겨 일상의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기에도 바쁜 저잣거리의 많은 시민들에겐 아무 영문도 모른 채 ‘또 검찰 문제야?’ 지레 짜증을 부릴만도 하다.

검찰의 섣부른 기소를 원망하는 정부나 정치권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타다’문제에 대해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업계는 물론 ‘타다’대표도 참여하는 상생협의 기구의 논의를 거쳐 마련된 ‘택시-모빌리티 상생방안’이 정부와 여당이 공조하여 의원입법으로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타다’와 같이 운수사업 법의 예외 조항을 이용한 유사 영업을 금지하되 감차 된 택시의 범위 내에서 일정한 기여금을 내고 신생 차량 플랫폼 사업의 택시 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내용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실행이 결코 만만치 않은 허점이 있지만 법안이 무난히 통과되어 곧 매듭이 지어질 것을 고대하던 중에 갑작스럽게 검찰의 불법 기소가 알려지면서 정부와 정치권은 멘붕에 빠질 만 도 하다.

지금까지 산업 역사의 발전과정은 신기술의 도입에 따른 신구 산업의 충돌은 결코 피해 갈 수 없는 불가피한 문제임을 증명한다. 그 사회가 얼마나 지혜롭게 극복하며 수용해 가느냐의 해법을 찾기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타다’논란은 한 편에선 그게 무슨 4차 산업 혁명이고 대단한 혁신기술이라도 되느냐는 비아냥도 있고 택시업계는 밥그릇을 뺏긴다고 분신으로 저항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택시에 불만을 가진 시민들의 호응과 모빌리티 혁명의 선두주자인 차량 공유 서비스에 인색한 정부를 질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그동안 열심히 공들여 노력해 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 시점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냉철히 되돌아봐야 한다.

첫째는 신교통 산업에 대한 좌표의 부재다. 2013년 우버(Uber)를 시작으로 콜버스, 차차, 플러스,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등 신기술에 기반한 차량 공유 서비스가 잇달아 출시되면서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타다’ 서비스 형태가 다소 다를 뿐 유사한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다. 정부는 신교통서비스, O2O 서비스, 공유경제에 이르는 네이밍을 쫓아 활발히 공론이 이루어지는 듯했으나, 여태껏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기존 운수사업 법체계 전반의 방향타를 어떻게 설정하고 신교통 서비스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관리해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부족했다. 새로운 변화의 수용에 대한 어떠한 방침이나 매뉴얼이 없으니 신생 서비스나 사업의 장래는 불투명하고 사회적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둘째는 정책당국이 논란이 되는 ‘타다’에 대해 유권해석 판단을 유보한 채 그 타이밍을 잃은 것도 검찰의 기소를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이다. 운송 사업에 대해 합법 불법인지를 판단하는 1차 책임은 국토부에 있다. 이런 국토부의 판단에 이의가 있다면 누구든지 사법당국의 판결에 맡기면 된다. ‘타다’의 영업개시와 논란이 이미 2-3년 전부터 예고되어 왔으나 정책당국은 합법인지 불법인지 유권해석의 판단을 계속 미루어 왔다. 심지어 언론 보도를 보면 검찰이 택시업계의 ‘타다’ 고발 건에 대해 국토부에 의견을 조회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당장 불법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애매한 법 규정, 혁신을 가로막는 정부에 대한 비판, 분신으로 이어지는 택시업계의 반발 사이에서 이런저런 정책적 판단과 고민이 있었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책당국은 그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타다’측은 법이 허용하는 정당한 렌트카 영업이라 하고, 택시업계는 면허를 받지 않은 불법 택시영업이라 맞서고 있다. 여객운수사업법에 업종을 구분해 놨으면 업종간의 구체적인 영업형태에 대한 시행령을 통해 명확히 규정하여 업역간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런 법령의 미비점이 스스로 유권해석의 판단을 어렵게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 당국은 뒤늦게 법을 정비하고 전국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타다’에 당장 시행령을 고쳐서라도 대응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타다’는 이미 1,000대가 넘는 차량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영업을 하는 ‘기득권’이 되어 버렸다.

셋째는 정부와 정치권이 적당한 타협으로 넘기고 보자는 조급증이다. 카풀 서비스 논란에 이어 이번의 ‘타다’논란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정치권은 관련 업계와 함께 몇 차례나 상생 타협안이 나온 장면을 연출했지만 모빌리티 업계나 택시업계 모두가 불만을 제기하는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혼란을 초래하는 법의 정비나 예산 확보 등 핵심적인 문제나 당장의 ‘타다‘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 등 논란거리는 뒤로 미룬 채 택시업계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눈치 보기와 당국의 단기성과에 대한 조급증이 근본적인 문제의 해법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검찰의 이번 ‘타다’기소는 관련 법안이 국회 심의를 앞두고 불쑥 튀어나왔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타다’논란이 이 지경에 이른 현실을 보면 검찰이라도 나서서 법적 판단을 명확히 해 주는 것이 최소한 사회갈등을 줄이는 방법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부터라도 그동안의 시행착오와 혼란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운송 사업 전반의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법령의 명확한 정비부터 서둘러야 한다. 법적 기반이 명확하지 않다면 어떤 타협안도 다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사상누각에 불과할 수 있다. ‘타다’논란은 이제 법원의 판결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당국의 정책 판단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가 제대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사법당국에 맡겨지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타다’와 같이 논란이 되는 현안 문제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부터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현재 추진 중인 ‘택시-모빌리티 상생방안’의 후속처리도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다. 당장의 현안문제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해결책 없이 중장기 대책을 논한다는 것은 소설이다.

<객원논설위원=한국교통연구원 명예 연구위원·교통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