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전세버스캠페인] 급차로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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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전세버스캠페인] 급차로 변경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19.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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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단축 효과 미미…사고위험만 높여

인식 부족으로 대부분 습관적 자행
도로상황도 핑계…스스로 자제해야
‘다른 차가 이해해 주겠지…’는 오판

[교통신문 박종욱 기자]서울 마포구청 뒤쪽에 사는 K씨는 출근길 강변북로로 가기 위해 구청 맞은편으로 나있는 성산대교 방향의 도로를 이용 하는데, 자주 어떤 전세버스의 이해하기 힘든 운전행태를 본다고 말한다.

“도로 좌측 한 개 차로만이 성산대교로 향하는데 몰려든 차량들이 두세개 차로를 차지하고 밀리는 상황이나 맨 우측의 강변북로를 향하는 도로는 상대적으로 체증이 적어서 그런지, 전세버스 한 대가 거의 매일 아침 이곳을 지나면서 좌우 차선을 수시로 넘나들며 정상운행 중인 다른 차들의 진행을 방해한다. 버스는 승객이 탑승하지 않은 상태여서 승객을 태우러 가는 길로 여겨지는데, 매번 같은 식으로 급차선 변경을 하며 끼어들기를 반복해 지나가는 차들이 경음기를 울리는 등 항의를 하나 그 전세버스는 아예 못들은 척 하며 똑같은 모습을 반복해 울화통이 터지기 일쑤다.”

교통안전 문제에 관한 일반의 지적사항 중에는 급차로 변경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덩치가 큰 대형 버스나 화물차의 경우 운행시의 기계적 소음, 만약의 접촉사고 시 타 차량이 입게 될 피해 등을 감안할 때 그와 같은 지적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그런데 전세버스와 같이 대형 버스의 주행중 급차로 변경의 이유는 명백하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움직이기 위해서 도로의 빈공간을 찾아 차 머리를 밀어넣는 것이며, 그렇게 부단히 차로를 바꾸어가며 운행함으로써 일정한 시간에 더 많이 운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잦은 차로변경이 목적지까지 이동을 빨리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인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 잦은 차로변경은 그다지 운행시간을 단축시키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한다. 그것은 대부분의 도로에 자동차 통행량이 적지 않아 차로 변경만큼 이동시간이 절약될 여지가 크지 않으며, 또한 고속도로를 제외한 거의 전 도로에 교통신호기가 많이 설치 돼 있어 화물차가 차로를 자주 변경해가며 움직여도 다른 차들에 비해 월등히 빨리 이동한다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관한 여러 가지 주장이 있긴 하지만 운전자들의 견해는 그나마 차로를 빨리, 자주 바꿔가며 이동할수록 목적지 도달시간이 빨라진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전세버스가 빨리 운행하고자 하는 정해진 영업운행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조금이라도 더 빨리 운행해야 추후 운행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긍이 가는 일이나, 이것은 전세버스운전에 있어서는 동전의 안과 밖이나 다름없다. 더 많이, 더 오래 운행할수록 조금이라도 이익이 되나 그럴수록 더 많이, 더 자주 교통사고의 위험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달리는 자동차의 앞쪽으로 끼어들어야만 차로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급차로 변경은 실상 교통사고의 위험을 감수하는 일과 다름 아닌 것이다. 이와 관련, 자가용 승용차 운전자들에게 자주 발견되는 현상으로 자신의 승용차를 운행하는 중 끼어들기를 하거나 급차로 변경을 하는 다른 자동차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갖고 이를 거부 또는 방해하는 경향이 있으나 끼어들기를 하는 차가 대형 차량인 경우 상대적으로 관대하다는 것이다. 만약의 사고 시 대형 차량과의 트러블은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 등이 작용한 까닭이라고 한다.

만약 앞서 예시한 서울 마포구의 어느 전세버스가 시가지 도로가 아닌, 또 빈차가 아닌 다스의 승객이 탑승한 상태에서 고속도로 등 속도를 높여 달리는 도로에서도 그와 같은 급차선 변경이 가능할까? 그것은 결코 장담하기 어렵지만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고속도로 등에서의 급차선 변경에 의한 끼어들기는 운전자 스스로 매우 심각한 교통사고의 위험을 느끼게 될 것이며, 여기에 탑승한 승객 역시 그런 운전을 그대로 방치하거나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전세버스의 교통사고 위험중 하나인 '급차로 변경'은 결코 떨쳐버릴 수 없는 유혹일까. 일부 전세버스 운전자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답한다. 전세버스 운전경력 16년째인 주천석(60)씨는 "안전을 생각해서 곧이곧대로 운전할 경우 영업에 차질이 빚어진다. 나의 경우 좀 차분히 운전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하루 운행거리가 약 20% 가까이 줄어든다는 것을 경험했다. 다소 위험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으므로 최대한 조심해서 운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력 11년차인 또다른 전세버스 운전자 조상복(58)씨는 "상황에 따라 다소 무리하게 운전을 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마음도 급해져 속도를 높이거나 급차로 변경을 감행하기도 한다. 체증이 심한 도로를 그저 안전하게만 운전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둘게 되고 그것이 습관이 돼 무리운전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실토했다.

그러나 이와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운전자도 있다. 최진근(51)씨는 "아무리 급히 서둘러도 시간 절약효과가 미미하다. 대략 100㎞ 정도의 운행구간이라면 정상적으로 운전했을 때에 비해 급차로 변경이나 과속을 해도 10분 내외 정도 시간이 줄지 않는다. 이것을 위해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오히려 손해다. 큰 사고가 나지 않는다 해도 작은 접촉사고라도 나면 사고처리에 시간을 얼마나 허비해야 하는가. 이런 일은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안다."며 무리운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문제는 전세버스 운전에 종사하는 운전자의 다수가 이런저런 이유로 과속이나 무리운전이 습관화돼 그것이 위험한 행위인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는 버스 운전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자신의 운전실력을 과신하게 되고 또 다른 자동차들이 무리운전을 하는 버스를 피해주거나 최소한 경쟁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빨리 움직인다는 것, 무리한 운행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 전세버스 운전자의 운전실력을 입증하는 방법이라거나 영업이익을 높여주는 방법이 아니라는 점은 명백하다. 사소한 접촉사고라도 야기하면 도로위의 분쟁에서부터 사고 처리 등을 위해 허비해야 하는 시간은 고스란히 운전자의 손실로 남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정상적인 도로사정일 때는 무리하게 과속운행이나 급차로 변경 등을 시도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 운행시간에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과속이나 급차로 변경의 효과가 상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그러므로 운행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결코 운전자의 운전능력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도로 사정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인식, 여기에 순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빨리 달린다고 수입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전세버스 운전이란 택시영업과 달라서 목적지까지 제시간에 실어나름으로써 운송료가 확보되는 것이고 이것은 계약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운행사정에 의해 운송료가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같은 점을 냉정히 인식하는 것이 전세버스의 안전운전에 월등히 도움이 된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이같은 인식을 운전자들이 공유하는 일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또 한가지, 급차로변경 같은 무리한 운전은 오히려 안전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음미해볼만 한 일이다. 일반 운전자들의 경우 전세버스 운전자들에 비해 운전기술이 떨어지고 상황에 대처하는 요령이 부족하기 때문에 전세버스의 급차로 변경이 다른 차의 운전자에게 치명적인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세버스 운전자들은 반드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전세버스가 지그재그식으로 차로를 변경하면서 운행해 나갈 때 운전실력이 부족한 일반운전자들은 방어운전 등이 미흡해 미처 여기에 대처하지 못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 그리하여 전세버스 운전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충분히 피해갈 수 있는 상황도 일반운전자들에게는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고 만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급차로 변경은 전세버스의 운행시간을 단축시켜주는 효과는 미미하나 반대로 교통사고의 직간접 원인이 정상적인 영업을 저해하는 나쁜 습관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이같은 변칙적 운행행태는 자칫 대형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결코 방심하거나 무의식중에 결행돼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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