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음주운전 교통사고 이후 피해자 삶 '황폐화'…가해자 자부담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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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음주운전 교통사고 이후 피해자 삶 '황폐화'…가해자 자부담 늘려야”
  • 유희근 기자 sempre@gyotongn.com
  • 승인 2019.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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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사고 피해자·가해자 556명 대상으로 사회·경제적 변화 조사
피해자 사고 이후 2/3가 후유장애 겪고 10명 중 4명 직장 휴직
전체 피해 규모에 피해 보상 80% 밖에 받지 못해…보상 불만족↑
가해자 10명 중 7명은 사고 이후 병원 가지 않아…피해자와 대비
“가해자 자부담 늘리고 확보한 예산으로 피해자 치유센터 건립하자”

[교통신문 유희근 기자]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겪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지난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자와 가해자 삶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국회교통안전포럼이 주최한 교통사고 제로화 실천방안 세미나, ‘음주운전 교통사고의 사회·경제적 영향과 근절방안’에서다.

한국교통연구원 임재경 교통안전·방재연구센터장은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와 가해자 총 556명을 대상으로 음주사고 피해액을 비롯해 직업·소득 등 경제적 측면에 끼친 영향과 가족 및 신체, 사회 활동에 끼친 영향 그리고 음주운전 단속과 처벌에 관한 인식 등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음주운전 가해자 조사는 도로교통공단에서 실시하는 음주운전 교육 수강생 25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 피해자 2/3 사고 이후 장애 남아…평균 피해액 1830만원

먼저, 음주운전 피해자의 약 2/3가 사고로 후유장애를 겪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62.0%가 사고로 3주 이상 병원 입원 치료를 받고 후유장애가 남았다고 답했고, 사고 형태는 차대 차 사고 62.3%, 차대 사람 사고(보행 중 사고) 25.3% 순으로 나타났다.

음주사고 피해자의 금전적 평균 피해액은 1830만원이었다. 사고로 후유장애가 남은 경우 2367만원으로 후유장애가 없는 경우 954만원보다 약 2.5배 많았다.

하지만 음주사고 피해자가 보험사로부터 받은 금전적 보상액은 평균 1464만원으로 피해액의 약 80% 수준이었다. 특히, 후유장애가 없는 경우 보다 후유장애가 있는 경우 평균 보상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후유장애가 없는 경우 평균 보상액은 838만원으로 피해액 954만원의 약 87.8% 보상이 된 반면, 후유장애가 있는 경우 피해액 2367만원의 약 78.0%(1847만원)만 보상이 돼 후유장애가 없는 경우보다 약 11% 보상수준이 낮았다.

이런 점 때문에 음주사고 피해자는 보상에 대해 대부분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금전적 보상액이 ‘매우 적다’ 또는 ‘적다’고 답한 비율이 총 69%에 이르렀으며 특히 후유장애가 있는 경우가 없는 경우보다 불만족도가 약 10% 더 높게 나타났다.

음주사고로 인한 소득 및 직장 근무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은 것으로 조사 결과 나왔다. 응답자의 약 40%가 사고 이후 휴직했다고 답했고, 평균 휴직기간은 약 4.3개월에 달했다.

또한 약 10명 중 2명이 사고 이후 직업 변동이 있었다고 답했고, 사고 이후 실직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재취업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33.4개월인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음주사고 피해자는 경제적 피해뿐만 아니라 가족 와해 등 사회적 측면의 변화도 작지 않았다. 음주 사고 당시 기혼 상태였던 피해자의 약 8.1%가 배우자와 별거 또는 이혼했다고 답했고, 헤어진 이유로는 ‘경제적 여건의 악화’ 46.7%, ‘원만한 관계 유지 어려움’ 40.0%, ‘후유증 및 장애로 배우자의 부담감 증가’ 13.3% 순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응답자의 34.0%가 사고 이후 사회적 모임 등 외부 활동 참여 횟수가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사고 이후 남은 장애로 신체 또는 심리적 위축이 됐기 때문이거나 또는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 가해자 사고 이후 가장 큰 지출 항목은 ‘본인 차량 수리비’

그렇다면 음주운전 가해자는 사고 이후 어떤 변화가 발생했을까.

일단 가해자는 사고 이후 병원 치료나 입원을 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이 75.8%나 됐다. 피해자 62%가 3주 이상 입원 치료를 하고 장애가 남았다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가해자는 사고 이후 약 1130만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는데, 항목별로 보면 보험회사에 지급한 자기부담금(325만원)이나 합의금(379만원)보다 본인 차량 수리비가 471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또한 가해자는 사고 이후 월 소득 변화가 없다고 답한 비율이 63.3%로 가장 많았고 직장 및 사업 변화도 66.8%가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사고 이후 배우자와의 헤어짐 경험 여부도 3.5%로 피해자 7.1%보다 절반 이상 적었다.

한편 음주사고 피해자와 가해자 대부분은 혈중 알코올 농도 처벌 기준 강화에 대해 찬성한다고 답했다. 사고 피해자는 80.3%가 찬성한다고 답했고, 가해자 또한 66.0%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음주운전 처벌 수준 강화에 대해서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각각 찬성한다는 비율이 87.0%, 63.3%에 달했다.

반면 현재 음주운전 단속 강도에 대해서는 피해자 65.7%가 적다고 답한 반면 가해자 65.6%가 적당하다고 답했다.

임재경 센터장은 음주운전 근절방안으로 사고 위험이 높은 21세 이하 초보 운전자와 사업용 운전자 음주단속을 강화하고 음주사고로 면허를 상실한 운전자가 면허를 재취득시 알콜 중독성 검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사고 이후 처벌제도 강화 방안으로 자동차 보험제도를 개선해 가해자 자부담 액수를 높이고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소득 수준에 따라 벌금도 비례해서 상향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가해자 자부담 높이고…벌금 등 처벌 더 강화해야

이날 토론을 위해 참석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음주사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금전적 측면에서도 지금보다 가해자가 좀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설재훈 전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은 음주운전을 “준살인으로 봐야 한다”며 “음주사고 가해자의 자부담을 지금보다 2배 이상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 내용에 따르면, 현재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가해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최고 400만원(대인 300만원·대물 100만원)에 불과하다.

피해자에게 보험회사가 최고 수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을 감안하면 가해자의 금전적 부담이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보험회사는 음주사고 가해자의 자차(自車) 부분만 면책되고 가해자 신체 사고 피해에 대해서도 보상을 하고 있다.

이윤호 안전생활시민실천연합 사무처장은 이날 나온 가배하 자부담 2배 인상 방안에 대해 충분치 않다며, “보험사가 가해자에게 전액을 구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해자 자부담 강화로) 확보된 예산을 가지고 재범율이 높은 음주사고 가해자를 위한 음주운전치유센터를 건립하는 한편 피해자에게는 지원 및 재활을 위한 센터를 세워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음주사고 가해 차량에 음주운전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서형석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는 노르웨이의 경우 사업용자동차부터 음주운전시동잠금장치를 장착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장착 비용도 운전자가 부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음주운전을 단순 실수로 보는 시선이 많은 것 같다며 사실상 성범죄와 다를 바 없는 중범죄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들어 강화된 혈중 알코올 농도 단속 기준을 앞으로 더 하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정책연구처장은 ”윤창호법 시행으로 올해 혈중 알코올 농도 단속 기준이 0.05%에서 0.03%로 낮아졌지만 앞으로 단 한 잔이라도 술을 마셨으면 운전대를 잡지 말아야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0.00%로 더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주곤 경찰청 교통안전계장은 이제 혈중 알코올 농도 단속 기준이 바뀐지 5달 정도 됐기 때문에 기준을 더 강화하는 것은 시행 영향 등을 신중히 검토하면서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의 사고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 기준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가 35.8%(96명)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음주사고 감소 결과에 대해 정부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윤창호법' 영향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설재훈 박사는 “OECD 국가 중 일본은 십년 전부터 혈중 알코올 농도 단속 기준을 0.03%로 강화해 사망자가 1/6 정도 감소했지만 미국은 아직도 수치가 0.08%로 지난 10년간 7% 밖에 감소하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벌금 등 형사 처벌 강화와 함께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을 상향한 것이 음주사고 감소에 큰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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