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운송사업’ 위기, 어디까지 왔나-① ‘시장 재편’의 의미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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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운송사업’ 위기, 어디까지 왔나-① ‘시장 재편’의 의미와 전망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1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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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론 개선 아닌 ‘판 바꾸는’ 변화 추진

‘노동 중심’ 정부 철학이 상황 압도
기존사업자 ‘이대로만…’ 대응 안이
時代 읽고 변화에 능동적 대처해야

[교통신문 박종욱 기자]현 정부 출범 단계에서부터 제기된 ‘화물운송시장 재편’이라는 과제가 대통령 임기 절반을 넘긴 이 시점 어떻게 추진되고 있으며, 또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라 있다.

구체적으로는 화물운송 지입차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운송수단 다변화와 공유경제 실현, 운송료 현실화 등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으로 ▲위수탁제도 개선 ▲생활물류법 제정 ▲안전운임제 도입 등이 추진 또는 적극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목할 점은, 대통령 공약 이행이라는 동력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이 제도개선 과제에 주무부처는 물론 여당의 지원을 등에 업은 화물연대 등 주로 차주단체와 친정부 성향의 일부 연구기관이나 단체들이 가세하고 있고 논의가 진행될수록 추진 주체들의 의지에 힘이 더해지고 있다는 부분이다.

이에 전통의 화물운송시장을 지켜온 업계는 전대미문의 혼란과 진통을 겪고 있다. 화물운송업계에는 현재 ‘제도개선’이라는 이름으로 추진 중인 과제 대부분이 ‘단순히 사업자들에게 상대적 불이익을 초래하는 것을 넘어 화물운송시장, 나아가 물류산업 전반에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이는 산업 측면에서 거대한 위기로 규정될만한 상황이나 업계 현장의 반응은 의외로 냉소적이다.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외면하거나 ‘그러다 말겠지’라는 식으로 논의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동안 ‘화물운송제도 개선’ 또는 ‘선진화’, ‘개혁’ 등의 이름으로 정부 또는 국회가 얼마나 자주 법령을 바꿔왔는지, 또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 되묻는다.

그러나 현 정부가 추진하는 ‘화물운송시장 운용의 틀을 바꾸겠다’는 시도는 종래 법·제도 개선이 주로 방법론을 손질하는데 그쳤다면, 지금은 ‘시장의 토양을 갈아엎는 수준’, 말하자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을 가는 양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는 ‘노동 존중’의 현 정부 철학이 내재돼 있고, ‘우리 사회의 주류를 교체하는 작업’의 구체적 실천으로 ‘화물운송시장 참여자들의 시장 내 지위를 바꾸는 일’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는 최근 안전운임 공표를 위한 논의가 지연돼 법적 시한을 넘기자 성명서를 통해 “국민과 도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운임 공표가 자본의 이해관계에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비판해 시장의 복잡성을 ‘자본과 노동’으로 2분화하고, 문제 해소를 위한 접근이 더는 ‘시장 중심’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반면 기존 화물운송시장을 주도해온 화주와 운송사업자의 태도는 여전히 미분화상태라 할 만하다. 제도개선 과제 전반에 방어적·수동적이며, 큰 틀의 대안 모색도 미진하다. 화주그룹은 화주그룹대로, 운송사업자 또한 대응을 위한 내부의 응력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있다. 각자의 사업 영역에서 ‘이것만은 안된다’는 식의 자세를 넘어서지 못함으로써 외부에 ‘허둥대다 말 것’이라는 인식을 던져주고 있다.

그러나 화물운송시장에 닥친 변화의 바람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객관적 관측이다. 한 원로 화물운송사업자는 “위수탁제도부터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 다음 국가 물류에 심대한 차질이 빚어지는 등의 혼란을 겪은 후에야 화물운송사업이 재조정될 것이지만, 그저 오늘에 안주하는 화물운송사업자는 그때까지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건은 시대의 변화를 읽는 능력이다. 첨단 기술이 결집된 플랫폼이 화물운송 계약 자체를 획기적으로 바꾸게 되고, 더많은 운송수단이 화물 유상운송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은 시기의 문제라는 점이다. 운임 또한 화주나 운송사업자, 운송차주 어느 일방의 주문이나 계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전문가 다수는 그런 변화를 사업의 미래 전략에 담아 정책 대안으로 제안될 때 위수탁제도나 업역의 문제 등은 더 이상 이슈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제도 개선이 그로 인해 야기되는 심각한 변화를 시장이 감내할 수 없을 때 국가 물류운송 체계는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한 산업 운영의 기회 손실과 비용 증가 등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는 점을 정부도 업계도 결코 간과해선 안될 것이라 지적한다.

그렇다면 선택은 시간에 관한 것이다. 변화가 불문가지라면 변화에 지혜롭게 대처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누가,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가 산업측면에서는 생존의 문제이며 정책 측면에서는 국가 주요산업의 미래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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