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운송사업 위기‘ 어디까지 왔나-②생활물류법, 대안인가 괴물인가
상태바
'화물운송사업 위기‘ 어디까지 왔나-②생활물류법, 대안인가 괴물인가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19.1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사자 보호’ 과제 남기고 사실상 소멸

생활물류에의 법적 규정·적용에 무리수
'자가용 무제한 이용' 등 반대 못 넘어서
화물시장 스스로 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교통신문 박종욱 기자]지난 6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실. 앞선 교통법안소위원회에서 이견 조정이 안돼 상임위 상정이 보류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이하 생물법)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생물법은, 국토교통부가 ‘택배시장 성장에 대응해 관련 산업 육성과 종사자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올해 주요 업무추진 계획의 하나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지난 3월8일 발표한 바로 그 법안이다. 이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넘겨받아 8월2일 대표발의했고, 이후 몇 차례 세미나 등을 거쳐 법안심사위원회에 넘겨졌다.

공청회에서는 한국교통연구원, 택배연대노조, 퀵서비스업계, 택배대리점업계, 용달화물업계, 일반화물업계 관계자의 의견(진술)과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의 질문, 국토교통부 관계자의 답변 등이 이어졌으나 여기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려 ‘법안 심의가 불가능하다’며 ‘주무부처가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정리한 후 국회에 보고토록 하자’는 의원들의 발언으로 회의는 종료됐다.

이에 따라 법안은 회기 일정상 이번 국회에서의 심의와 의결 가능성이 사라진 것으로 일단 정리된다.

그런데 이 법안은 어떤 이유로 첨예한 이해관계자의 이견이 충돌했으며, 그렇다면 이번 국회에서의 공방을 끝으로 제정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일까? 그 전말을 살펴보자.

법안은 택배근로자의 근로시간 단축과 정상적 운임 지급 등을 위한 것이라는 제정 취지에도 불구하고 화물운송업계는 물론 택배대리점업계 등의 강력한 저항을 불렀다. 택배를 포함한 화물운송사업 전반을 규율하는 화물운송사업법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법령을 만들어 택배 종사자 권익을 보호한다는 것이 무리하게 화물운송시장 전반을 건드려 반발이 터져 나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소화물배송대행업이라는 업종을 신설해 플랫폼을 활용하는 물류스타트업체의 시장 참여 활성화라는 명분을 얹어 사실상 자가용 승용차에까지 유상운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 등은 ‘화물운송시장의 토양을 완전히 갈아엎는 수준’이르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일부 전문가는, 법안이 의원실에서의 검토 과정에서 주로 민주노총 서비스산업노조연맹, 참여연대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진 점, 그 이전 단계에서 현 정부의 노동 철학이 담겨진 대통령 공약 이행 추진과정에서 주로 힘있는 노동계의 의견을 중심으로 법안의 초안이 짜여지는 바람에 시장 기능은 도외시된 채 목표 방향으로만 보고 너무 많이 나간 것이라고 지적한다.

법안의 세부 내용은 더욱 반시장적이며 상식을 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택배노동계와 국토부, 한국교통연구원 등은 이 법안이 제정되더라도 화물운수사업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을 그대로 옮겨담아 기존 화물운송업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정반대의 반발이 촉발됐다.

법안의 가장 큰 쟁점으로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됐다. 화물운수사업법에 의해 운영되는 대부분의 일반물류도 소형·경량화물을 취급하고 있고 운송과정 역시 집화-분류-배송 과정을 거치고 있으나 생물법이 제정되면 일반물류사업자 중 택배서비스사업 등록 없이 집화-분류-배송 과정을 거치는 운송행위를 하면 처벌대상이 된다는 점을 운송업계는 지적한다. 업계는 일반물류와 생활물류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고 구분해서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문위원실의 검토보고서에서도 지적된 사항이다.

또 다른 문제는 공급에 관한 것이다. 현재 화물운송시장은 화물자동차의 공급과잉으로 공급을 동결하고 있으나, ‘타법에 우선한다’는 생물법안에는 1.5톤 미만 택배차량에 대한 톤급제한 규정이 없고, 직영차량의 무한증차를 허용해 화물법 체계가 일시에 혼란에 빠지고 시장은 아수라장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특히 소화물대행사업자에게 플랫폼을 이용해 자가용화물차와 승용차, 승합차, 택시, 버스 등 모든 운송수단을 이용해 유상운송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부분은 법안의 반시장성을 보여주는 백미로 꼽힌다.

지금도 차량이 과잉공급된 상태고 최근 물동량마저 전년 대비 25%나 감소한 상황이나 생물법은 반대로 무제한 차량공급을 허용하고 있어 기존 업계의 반발을 자초했다는 평가다.

그런데 이런 지적들은 이 시점 법안의 국회 상임위 통과를 저지하는데 일단 성공한 것처럼 보이나 미래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무엇보다 법안의 밑그림을 그린 측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수긍했는지의 문제가 불분명해 업계가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일선의 화물운송사업자나 화물차 운전자 다수는 생물법 공방 자체를 알지 못하거나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여전히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또한 법안 제정 목적이 겨냥하는 ‘현재의 택배 등 시장의 문제점’을 언제, 어떻게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인지도 시급한 과제다. 결국 생물법 제정의 성패 여부는 그런 과제의 해소여부에 달려있다고 보는 게 정확한 판단이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