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돈 한 푼 안들이는 일본의 택시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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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돈 한 푼 안들이는 일본의 택시감차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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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욱 박사의 대중교통 현장진단

 

[교통신문]‘타다’ 금지 법안이 곧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법안은 ‘타다’와 같은 렌터카를 이용한 유사 택시업을 금지하는 대신에 신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서는 택시 감차를 활용하여 택시사업의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에 새로 도입되는 ‘혁신형’ 플랫폼 택시사업은 현행 택시면허의 틀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신규 사업을 위해서는 일정한 규모의 택시 감차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어느 정도의 택시 감차분이 있어야 그 범위 내에서 신규 택시 플랫폼 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현행 택시 감차는 그대로 추진하되 새로 개인택시 연금제를 도입하여 고령의 개인택시를 추가로 매입 감차한다는 구상이다.

택시 감차는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워 지난 5년간 약 900억원의 재원을 투입하고 감차 기구를 설립하는 등 심혈을 기울여 왔지만 아직도 지지부진하다. 감차 사업이 시작된 2015년부터 작년 말까지 약 900억원을 들여 감차 된 택시 대수는 전국적으로 2800대에 불과하다. 정부가 감차 사업을 목표로 내세운 4만2000대의 5%에 불과하다.

감차된 지역을 보면 택시가 약 7만대의 택시가 운행되는 서울은 그동안 70여대의 감차에 그치고 있으며 경기도 전역에는 아예 감차 실적이 제로다. 공급과잉이 상대적으로 심한 광역도시의 경우 부산, 대구가 그나마 몇 백대의 감차를 추진하고 있을 뿐이다. 감차가 필요한 대도시 지역은 제대로 안 하고 일부 중소도시나 군 지역에서 10~20대 정도로 찔끔찔끔 감차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일부에서는 이런 감차 사업을 왜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택시 감차가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구속력이 없는 ‘자율 감차’ 방식의 한계와 택시면허의 실 거래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정부의 낮은 감차 보상비 때문이다. 현재 택시면허는 지역에 따라 법인택시는 약 3000만~4000만원, 개인택시는 8000만원~2억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에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제시하는 보상가는 택시 대당 1300만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법인택시 부가세 경감 분을 활용하거나 지자체와 업계가 추가 분담해 매입하도록 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제시하는 보상가는 대당 390만원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서울 등 대부분의 지자체는 재원 사정을 이유로 택시 감차에 소극적이고 택시업계도 정부의 정책 잘못 탓이라며 분담금 출연을 꺼리고 있다.

일본은 2002년 택시사업 규제완화 이후 법인택시를 중심으로 신규 증차가 계속되면서 우리와 유사한 공급과잉 문제를 겪고 있으나 감차에 대응하는 방식은 우리나라와 확연히 다르다. 일본의 택시 감차는 법인택시에 한정하고, 개인택시는 신규면허가 중단하고 70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면허 정년제를 도입하여 개인택시 면허의 자연 감소를 유도하고 있다. 법인택시 감차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처럼 지역별로 구체적인 감차 대수를 설정하지 않고 있으나 공급과잉 문제의 정도에 따라 전국을 문제가 심각한 적색 지역, 주의 경보 성격의 황색 지역, 그 외의 녹색지역 등으로 분류하여 지역에 따라 차별적인 감차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감차는 각 지역별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지역협의체’를 통해 자발적으로 추진하되 이른바 ‘특정지역’으로 지정되면 감차 규모와 추진을 보다 강력히 이행하도록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감차 수단으로 우리와 같이 보상 재원을 지급하기보다는 택시업체에 대한 엄격한 정기 또는 수시감사를 통해 법규 위반사항을 적발하여 과태료 대신 일정한 대수의 감차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자율 감차를 표방하되 문제가 심각한 지역에 대해 정부의 강력한 관리 감독 등 선택과 집중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다.

일본이 이처럼 돈 한 푼 안 들이고 택시를 감차할 수 있는 비결은 업체에 대한 ‘엄격한 감사’와 ‘개인택시 프리미엄(면허 거래가격) 제로(zero)’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개인택시 프리미엄이 사실상 제로인 이유는 외관상으로 면허의 양수 양도와 상속이 가능하나 10년 이상의 무사고 경력 등 까다로운 조건과 무엇보다 70세 이상 고령자의 개인택시 면허를 반납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와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개인택시 면허는 항구적인 사업권으로 보장되어 택시사업 여건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퇴직자 등의 노후 생활수단으로 일정한 수요가 있고, 정부의 택시 감차 보상에 따른 희소가치의 상승으로 일본과 비교될 수 없는 높은 프리미엄이 붙었었다. 이렇게 높게 형성된 개인택시 프레미엄은 향후 택시 감차의 성패를 좌우하는 아킬레스건이다.

정부가 구상하는 대로 현행 감차사업의 지속적 추진과 신규 플랫폼 사업을 위해 연금제 도입을 통한 고령 개인택시 감차 확대 방안이 실효성 있게 추진되려면 일본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첫째, 현행 감차 사업은 감차 대수 총량에 매달리기 보다는 감차 대상 지역을 현행 공급과잉 5% 이상 지역에서 20% 이상 문제가 심각한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정부 지원과 관리 감독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서울 등 대도시의 감차가 이루어지고 신규 플랫폼 사업의 수요도 처리할 수 있다.

둘째, 연금제 도입을 통한 고령 개인택시 감차는 잘 운영된다면 고질적인 개인택시 감차와 택시 운전자의 고령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묘책이 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과 초래될 부작용의 측면에서 매우 조심스럽게 검토돼야 한다. 자칫하면 감차 실적은 지지부진한 채 연금제 도입으로 택시 프리미엄만 상승시키는 부작용이 우려될 수 있다.

향후 개인택시 프리미엄이 하락할 경우 연금제 운영에 따른 정부 부담 증가 문제도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난해한 개인택시 면허 문제를 일본처럼 당장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임기응변의 대책에 급급하여 또 다른 문제를 키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객원논설위원=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명예연구위원·교통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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