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술만으로 혁신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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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기술만으로 혁신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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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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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렌터카를 이용한 타다의 택시영업이 불가능하게 되는 관련법령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를 놓고 전례없이 우리 사회는 이런저런 의견들이 나돌았고, 소위 기술혁신을 앞세우는 이론가,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타다의 영업을 금지시키는 것은 혁신의 싹을 자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국회와 정부를 비판했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올바른 판단인지 여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관계법에서 명확히 ‘안된다’고 명시한 부분 외는 ‘법에서 허용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타다의 합법성을 주장하는 근거였지만, 일반의 상식은 ‘법이란 그것을 만들 때의 취지가 존중돼야 한다’는데 있기에 소위 틈새를 노리는 식의 법 해석은 어느 경우든 인정받기 어렵다.

이 문제에 대한 다른 식의 접근도 이번 국회의 결정에 힘을 실어준다. 기술혁신이란 인류가 살아온 전 과정에서 존재해왔지만, 적용단계에서 합리적으로 그 사회에서 적응이 가능할 때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시민 삶에 녹여들면서 피해를 최소화할 때 올바른 기술혁신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첨단 ICT기술의 산물인 플랫폼이 운수사업에 접목될 때 이용자 편의와 비용 절감 등 더 많은 기대효과가 있을 수 있음은 인정된다. 그렇지만, 이것이 그 외의 다른 요인들과의 관계성을 따지지 않고 시행된다면 그 부작용은 거대한 사회적 저항과 피해, 혼돈을 초래할 수밖에 없음은 이미 많은 산업 분야에서 확인된 바 있다.

플랫폼이 운수사업에 적극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것은 운수업계가 이를 인정하고 스스로 그 힘을 빌리고자 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그럴 때라면 누가 말린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정반대다. 택시의 경우 전 산업에서 거의 최저점에 도달한 한계상황에서 발버둥치는 분야다. 공급과잉에 과도한 규제, 낮은 생산성 등의 직접적인 요인에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의 발달은 이미 택시가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유지되지 어려운 사업으로 내몰려 있는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 새로운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택시산업의 근간을 뿌리채 부정하며 이를 받아들이라고 하니 그것이 가능한 일이었겠는가.

기술혁신은 1차적으로 어차피 방향성의 문제여서 택시 역시 그것을 부정할 수 없다면, 좀더 인내심을 가지고 긴 호흡으로 택시와 동행하는 노력을 먼저 경주했어야 했다는 게 이번 타다 건에 관한 관전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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